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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8-08-16 17:35:58

    수정 : 2018-09-13 11:34:15

[분석] 선진국 따라 지역별 최저임금?…일본은 "한국 배우고파"

2018-08-16 17:35:58



선진국 따라 지역별 최저임금?…일본은 "한국 배우고파"
[2018년 9월호 vol.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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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일본 후생노동청 '최저임금 제도' 팸플릿

    [월간 노동법률] 임고은 기자=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이면서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을 위한 후속대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은 8월 10일 최저임금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법안은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제1항의 '사업 종류별 최저임금 구분 임의조항'을 '의무조항'으로 개정하는 내용과 함께 지역별로 시-도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최저임금의 80~120% 범위 내에서 시-도 또는 사업 종류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 의원은 미국과 일본 등을 예로 들며 "선진국은 최저임금을 지역별 생계비 수준, 업종별 근로 강도, 기업의 지급능력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통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현장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지역·산업별 최저임금…특정 산업 사용자 배려 아냐
     

    그렇다면 강 의원이 예로 든 일본의 최저임금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최저임금을 지역별최저임금, 특정 최저임금으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지역별 최저임금은 산업 및 직종과 관계없이 해당 지역 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적용된다. 일본 내 각 도도부현(都道府県·일본 지자체 단위)에 하나씩, 총 47개의 최저임금이 정해진다.


    (▲ 사진= 일본 후생노동청의 최저임금 제도 팸플릿. "확인하자. 최저임금에는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최저임금'이 있다" 라고 쓰여있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위원회 격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토대로, 지방최저임금심의회(공익 대표, 노동자 대표, 사용자 대표 동수로 위원회 구성)가 확정한다. 지역 내 임금 실태 조사, 각종 통계자료를 충분히 참고해 심의·보고 하고 이의신청 관련 절차를 거쳐 각 도도부현 노동국장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특정최저임금은 특정 산업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으로,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산업에 설정한다. 관련 산업의 노사 신청을 기반으로 최저임금심의회 조사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2017년 4월 1일 현재 233건의 특정최저임금이 설정돼 있다. 이 중 232건은 각 도도부현 내 특정 산업에 적용됐고, 1건은 비금속광업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로 설정됐다.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 최저임금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경우에 일본 최저임금법은 사용자가 더 높은 쪽의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는 올해 지역별 최저임금이 (인상액 적용 후) 835엔이지만 유제품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850엔의 최저임금을 보장받는다. 홋카이도 내 우유처리·유제품·당류제조업은 특정 최저임금 850엔(2017년 12월 1일 발효)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바현에서 조미료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현재 889엔의 특정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있지만, 올해 지역별 최저임금(지바현 895엔)이 발효되는 10월 이후에는 895엔을 보장받는다. 즉, 일본의 지역별·산업별 최저임금 구별은 사용자 측의 지급 능력을 우려한 차등·유예 적용 제도가 아닌 노동자 측의 임금 보호 성질이 강하다.
     
    지역 격차 확대 반대 목소리 커져… 전국 일률 적용 주장에 힘 실려
     
    우리나라에서 지역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지역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경제적 충격 완화'다. 하지만 지역별 최저임금을 운영하는 일본 내에서는 오히려 지역 격차 확대 및 인구 유출을 우려해 최저임금 전국 일률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중앙심의회)는 각 도도부현의 물가,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A~D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차등 적용한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 기준액을 발표했다. 올해 도쿄, 가나가와, 지바 등 A등급은 27엔, 교토, 시즈오카 등 B등급은 26엔, 홋카이도, 니가타 등 C등급은 25엔, 오키나와, 아키타, 나가사키 등 D등급은 23엔이 인상 기준액으로 결정됐다.
     
    A등급과 D등급의 차이는 4엔으로, 우리 돈 40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이 금액을 운용 중인 지역별 최저임금에 적용하면 그 격차는 훨씬 커진다. 중앙심의회 기준대로 인상액을 적용하면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가 985엔, 가장 낮은 오키나와는 760엔이다. 이때 두 지역은 225엔, 우리 돈으로 약 2,289원(2018년 8월 10일 환율 적용)의 차이가 발생한다. 하루 8시간, 한 달(20일)을 근무한다고 했을 때는 월 3만6,000엔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도쿄와 오키나와에서 우리 돈 약 36만6,300원 정도의 임금 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최저임금 기준 발표 기사에는 지역별 임금 격차를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임금의 차이만큼 물가도 저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품 가격에도 차이를 두고, (지방) 주거비를 무료에 가깝게 하는 등 행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수도권에만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다", "지방과 도심이 마치 다른 나라인 것처럼 최저임금 차이가 심각한데, 소비세는 평등하니 결국 지방이 불리하다", "국회의원과 그 비서의 급여도 출신지역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8월2일 '시급 최고액과 최저액 차이 225엔' 기사에 달린 야후 뉴스 댓글 갈무리/ (상) 임금 차이만큼 물가가 싸지 않으면 안 된다. (하) 실수령이 18만엔도 안 되면 혼자 살기에도 어렵다. 시급 1000엔? 아니 1200엔이다.)


     (▲ 사진=최저임금 관련 일본 트위터 갈무리/ 전국 일률 최저임금 1000엔으로! 일본이 더욱 행복해진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지역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중앙심의회 노동자 측은 '시급 800엔 이하를 없애는 것이 급무'라며 등급별 차이를 두지 않고,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중앙심의위는 일부 지자체 구분을 다소 변경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결국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인한 지역 격차 부담은 각 지자체가 떠안게 됐다. 일본 내 노동력 부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임금이 낮은 지역은 더욱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일할 사람은 모이지 않고, 지역 산업이 공동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각 지방에서는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결정한 기준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까지 최저임금 결정을 정부에 보고한 43개 도도부현 중 19곳(40.4%)이 중앙심의회 제시 기준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슈지역 노동자위원은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정하지 않으면 도시부나 다른 지역으로 노동자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내 최저임금이 가장 낮았던 고치현 사용자 측도 "다른 지역으로 인재가 유출되지 않도록 임금을 올려 긍정적인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지방 지자체에는 최저임금을 기준보다 1엔이라도 높이 설정하고, 인근 지역과 임금 차이를 줄여가지 않으면 더 큰 인구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서 버리는 제도 따라가는 건 말도 안 돼"
     
    일본에서는 지역별 최저임금 일률화 주장이 제기되지만 우리나라는 역으로 일본의 사례를 들어 지역별·산업별 최저임금 적용을 주창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은정 인제대학 공공인재학부 교수도 "일본도 버리려고 하는 제도를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 최저임금을 지역별, 산업별로 두자는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지역 간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높은 임금을 위한 근로자들의 지역 이동, 지역 간 고용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서 지방의 인구유출, 특히 20대의 인구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이러한 인력유출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일본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어 "일본의 특정 최저임금, 호주의 모던 아워즈 등 선진국의 산업별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국가의 최저임금에서 산업별로 얼마나 더 높일 것인가를 정하는 제도"라며 "이러한 부분들이 충분이 논의·검토되고, 우리나라에서 차등 적용이 정말 타당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 려는 모습이다. 지난 8월 1일 한국 소상공인연합회와 최저임 금 관련 간담회를 가진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이번 방문은 일본이 한국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노-사-정 각 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관계자 는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제도로 인해 최저임금 수준이 낮은 지역의 청년 노동자 유출이 확대되고,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 대형 유통업체가 진출하면서 지역 내 중소기업 경영을 압박하고, 또 그 이익을 대기업 본사가 있는 대도시가 흡수해 지역 경제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한국의 최저임금제도와 중소-영세기업지원정책을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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