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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8-09-28 16:07:17

    수정 : 2018-10-04 10:21:06

[심층취재] 특례업종 제외, 인력 확충 지원은 부족

2018-09-28 16:07:17



희생 강요되는 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지도원
[2018년 10월호 vol.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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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를 '사회봉사자'로 이해하곤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들의 근무 환경, 처우 등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봉사자가 아니다. 노동력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생활지도원 노동자들이다. 

    이 생활지도원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내년 7월부터(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은 2020년 1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다른 노동자와 똑같이 주52시간 이내로 근무해야 한다. 장시간 근무에 지친 지도원의 근무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지금도 고강도 근무에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반영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물며 인력 증원 없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해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초과 노동 만연… 휴게시간은 서류상에만 존재

    생활지도원(생활재활교사)으로 근무하는 이정미씨는 하루 24시간을 '동천의집'에서 보낸다. 이 시설은 36명의 이용자가 5개 방에서 생활하고, 각 방에 총 두 명의 생활지도원이 배정돼 격일로 근무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전날 근무자와 인수인계가 끝나면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이용자들의 외출 준비를 일대일로 돕는다. 세수, 양치는 물론 옷을 입는 것까지 이씨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 준비를 한다. 이용자의 건강에 따라 다른 식단이 요구될 경우 꼼꼼히 확인하고, 숟가락 젓가락질을 돕거나, 음식을 먹기 쉽게 잘라준다. 이 시간은 이씨의 식사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식사를 돕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밥을 '마시는' 일이 허다하다.

    시설에 있는 24시간 내내 이용자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해 쉴 틈이 없다. 이용자가 잠자는 시간에 겨우 한숨 돌린다. 야간에 잠자는 시간 몇 시간이 휴게시간으로 계산되지만, 중간중간 잠이 깬 이용자를 살피고, 화장실 가는 일을 도와주느라 늘 '대기' 상태다. 하루 근무를 마치고 쉬는 날에는 녹초가 되곤 한다.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 근무하는 이미선씨도 비슷한 처지다. 이 씨가 근무하는 쉼터요양원에는 중증장애인 59명이 거주한다. 한 방에 6~7명의 이용자를 3명의 생활지도원이 스케줄에 맞춰 담당한다. 세 명의 생활지도원들은 주간에 한 명, 야간에 한 명 근무하고, 돌아가며 한 명씩 휴일을 받는다.

    중증장애인들을 담당하는 생활지도원은 더욱 과중한 업무에 놓이곤 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용자가 많아 식사, 외출준비 등 모든 케어에서 한 명 한 명 안아 올려야 한다. 성인의 몸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기 때문에 육체적 피로가 높다. 게다가 잠깐이라도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사건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워 정신적 피로도 높다. 가끔 돌아오는 휴일에도 온전히 쉬지 못한다. 시설 이용자들이 사용할 기저귀, 배게, 간식거리 등을 사러 가야 하고, 의무교육이 잡히면 교육을 받기 위해 시설에 와야 한다. 이 씨는 "이 일을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생활지도원들도 나중 에는 몸이 아파 그만두곤 한다"며 초고강도 근무 환경에 한숨지었다. 실제로 쉼터요양원에서는 지난 1월, 2월, 3월, 그리고 9월에 총 4명의 생활지도원이 퇴직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휴일은 '올 스톱' 이다.  
     
    문제는 '인력 부족' 원인은 '예산 부족'

    정부는 탈시설, 시설의 소규모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 지원 기준은 아직 '대규모 시설' 운영 당시 그대로다. 2018 장애인 거주시설 직종별 지원 기준에 따르면 ▲중증, 영유아 장애인 4.7명당 2명 ▲아동장애인 4명당 1명 ▲지적장애, 시각장애인 5명당 1명 ▲지체, 청각-언어 장애인 10명당 1명의 생활지도원(생활재활교사)만 지원 된다. 부족한 인력으로 시설이 운영되면서 대부분의 생활지도원은 하루 12시간, 2교대제로 근무한다. 시간외 근로가 과다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제56조 제2항(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이 신설됐다. 가산수당이 명확해져 내년 3월부터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 및 휴일근로 8시간 이내 50%, 8시간 초과의 경우는 10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초과근로수당 지원은 월 40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두 명이 격일로 24시간씩 근무하거나, 최소한의 인원이 돌아가며 근무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근로자들은 40시간 초과 시간외 근무를 휴게시간으로 기재하고 무료노동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생활지도원들이 더 많은 근무시간을 '휴게시간' 으로 기재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생활지도원은 인력 부족으로 평균 1일 12시간씩 근무한다. 주 5일 근무 기준 1일 4시간, 1주 총 20시간의 초과근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인력 증원 없이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할 경우 1주 8시간의 공백이 생기지만, 이 시간 동안 아무도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노사갈등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연장-야간-휴일에 대한 가산수당 미지급 체불임금 쟁송이 확대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야간근로, 연장근로에는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한정된 정부 예산으로 운영 되면서 가산수당 지급이 어려운 현실이다. 무료 노동에 적법한 수당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쟁송에서 대부분은 업주인 시설이 패소한다.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는 시설은 소송비용까지 떠맡게 됐다.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 대부분은 인건비로 쓰인다. 특히 국고지원 장애인 거주시설 501개소에서 종사하는 1만5,218명 중 63.6%를 차지하는 돌봄 종사자들의 인건비 비중이 크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 인원 확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특례업종 제외-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앞서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 인력 증원을 위한 정부 예산 확대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를 온전히 시행하려면 현행 2교대 근무제를 3교대로 바꾸고, 장애인거주시설 인력 지원 기준을 ▲중증장애인 4.7명당 3명 ▲아동장애인 4명당 1.5명 ▲지적,시각장애인 5명당 1.5명 ▲지체, 청각-언어장애인 1.5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총 4,836명의 생활지도원을 신규채용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당장에 5,000명 신규채용 예산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시설 근로자가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2021년 7월까지 3년 동안 33%씩 인원을 확대해 갈 예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장의 생활지도원들은 "커피 한 잔 음미하며 마실 시간이 없다"며 인원 확충을 호소한다. 생활지도원 이미선씨는 "출근할 때 피곤을 떨치려 따뜻한 커피를 사오면, 이용자를 지원하느라 몇 모금 마시지도 못한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다가 쓴맛에 결국 버리게 된다"며 "근무 시간에는 집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을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없다. 일이 밀려있어 항상 일에 쫓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씨는 "주52시간 근무 시행은 좋은 방향이지만, 현장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도 같은 사람인데 너무 힘들다"며 "인원을 많이 확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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