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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08-05 15:51:58

    수정 : 2019-08-29 16:53:38

[이슈포커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 달여, 자주 하는 질문을 모아봤습니다.

2019-08-05 15:51:58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 달여, 자주 하는 질문을 모아봤습니다.
[2019년 9월호 vol.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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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려와 기대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 내용을 담은 개정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달여가 지났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판단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매뉴얼, 보도자료 등을 3차례(2019.2, 2019.5, 2019.7.) 내놓았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여전히 실무적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내용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싶다. 가급적 고용노동부 자료에 없는 내용을 위주로 FAQ 형식으로 이를 정리해 봤다.
     
     
    1. 부하직원의 업무수행 미숙지시 불이행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 상사의 경우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이번 개정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특성이자,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적 괴롭힘인 직장 내 성희롱과 가장 큰 차이점은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해야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하직원의 업무미숙이나 지시 불이행 등으로 인해 직장 상사가 받는 스트레스는 원칙적으로 노동법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우위는 지위에서의 우위뿐 아니라 나이-학벌-성별-출신-지역 등 인적 속성, 근무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노조-직장협의회 등 근로자 조직의 구성원 여부, 감사-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등 '관계에서의 우위'를 포함한다. 특히 개인 대 집단과 같은 수적 측면이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서 우위가 작동하고 있는 국면이라면 부하직원들로 인한 직장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도 전혀 불가한 것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고용노동부, 2019.5, p.23)
     
     
    2. 사용자의 인사조치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 할 수 있는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적어도 업무관련성과 관련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내 모든 개인사, 갈등관계에 있어서 회사가 개입하고 중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등장하는 요건이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은 ➀업무 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상당하지 않을 경우에 성립하게 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본다면, 사용자의 인사조치나 업무지시 등은 소위 회사의 인사명령으로 내려질 수 있는 고유한 경영권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자체로 일단 정당성을 가진다. 다만 사회통념상 범위를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은 이후 괴롭힘 판단의 어려움 중의 하나로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해 본다.
     
    특히 이후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되긴 했으나 서울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5.12.18.선고, 2015나2003264 판결)에서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인사조치가 무조건 고유한 경영권으로 법적 판단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이후 인사조치의 상당성 여부의 기준에 대해 행정해석 및 판례 등의 사례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3.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은 법정의무교육인지.
     
    근로기준법 내 괴롭힘 예방교육에 대한 언급은 일단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 매뉴얼 등에서 괴롭힘 교육을 시행하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오고, 예시하고 있는 취업규칙 등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어 일선에서는 이를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결론은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예방조치의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예방교육 역시 정기적 교육을 통해 예방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취업규칙 필수기재사항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대한 내용이 있으므로 결국 회사의 여건에 따라 적절한 예방조치는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예방교육을 통한 조치가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형태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4.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사용자의 의무사항인지.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의 처리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 하면 단연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법은 이러한 관점에서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법 제76조의 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조문 상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일견 사용자의 의무사항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법제상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조사 중, 조사 후 괴롭힘 사실 확인 시 두 가지로 구분해 규정돼 있는데, 먼저 「조사 중」에는 '필요한 경우' 피해근로자에 대한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보호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주체는 다름 아닌 사용자다. 「조사 후 괴롭힘 사실 확인 시」에는 '피해근로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배치전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론 피해근로자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청대로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이후 문제 되는 국면에서 회사의 미조치에 대한 방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5.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개정 근로기준법은 2019.7.16. 시행됐으므로 대개의 회사는 그 이전에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이를 고용노동부에 변경 신고했다. 다만 이는 지극히 모범답안적인 대응이다. 아직 이를 신고하지 못했다고 해서 당장 과태료처분이 나올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법에는 취업규칙에서 변경사항이 발생했을 경우 언제까지 신고해야 한다는 기한을 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고용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상 근로감독관은 취업규칙 미신고 사업장을 수시로 파악해 지도하고, 미신고 사업장에 대해 25일 이내에 변경 신고하도록 취업규칙 변경명령을 내릴 수 있으므로 이러한 부분을 유의해 변경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법 시행 일자에 쫓겨 회사의 실정이나 상황 등은 미처 고려하지도 못한 채, 매뉴얼에 있는 표준안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으리라 본다.
     
     
    6.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취업규칙에 반영할 때, 법 개정에 의한 개정임에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이 부분은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도 잘 정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원칙과 예외에 대한 혼동이 많아 다시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 일단 취업규칙은 사업장에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 또는 당사자가 준수해야 할 경영규범에 관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통일적이고 획일적인 규칙을 총칙한 것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란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규칙이므로 애당초 처음 만들 때나(제정) 변경할 때나 원칙은 근로자의 의견청취로 제정 또는 변경이 가능하고,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국면에서 예외적으로 과반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라는 명제만을 두고 봤을 때, 이는 근로자에게 하등 불리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원칙에 따라 의견청취(게시판에 변경안 게시 후 의견을 구하는 수준)만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다만, 징계규정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징계 사유로 새롭게 추가까지 하는 경우라면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되고, 이렇게 유-불리가 혼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과반수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기존 징계사유 중 어느 하나(일반 조항 등)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별도의 새로운 징계사유를 추가하지 않아도 되므로 의견청취만으로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할 것이다.
     
    7. 행위자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는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조사-조치 의무 미이행에 대한 벌칙규정은 없다. 혹자는 이를 이번 개정안의 흠결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개정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직장 내 괴롭힘을 법에 정의하고 금지하면서도, 행위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규정은 두지 않고, 사업장별 상황에 맞게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조치를 정하도록 해 사업장별 자율적으로 조직문화 차원에서 한 번 더 고민하도록 만든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말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만, 괴롭힘 금지 자체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지만 ➀피해자-신고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와 ➁취업규칙 내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조치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벌칙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은 유의하길 바란다.
     
    이러한 법상 벌칙규정이 아니더라도,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대판97다12082 판결 등)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 및 공정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보호의무 등의 위반을 이유로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8. 피해자가 행위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단지 부서이동만을 원하고 있다. 조사절차 없이 종결할 수 있는가.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매뉴얼 상 부정합을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 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조항을 보면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고를 접수받지 않고, 사실상 인지한 상태라 할지라도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조사는 어떠한 조사를 이야기 하는 것일까? 일단 매뉴얼(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고용노동부, 2019.5, p.63)에서는 설문에서처럼 피해자가 행위자로부터의 분리만을 원하거나, 행위자의 사과 등 합의종결을 원하는 경우 조사를 생략하거나 약식조사로 정식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다만 필자는 이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과 충돌한다고 생각된다.

    신체적 폭력 나아가 가혹행위를 동반한 괴롭힘은 '중대한' 괴롭힘이고, 언어적인 괴롭힘 등은 '경미한' 괴롭힘이라 구분하기 어렵긴 하지만, 가령 괴롭힘의 행태만을 놓고 봤을 때 단순히 당사자 간 사과만으로 종결할 수 없는 중대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공론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행위자로부터의 분리만을 원한다 해서 이를 정식조사 절차 없이 종결할 수 있다고 논리 구성하는 것은 우리 법이 괴롭힘 사실 인지만으로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의무를 회사에 부여한 취지에 배치된다고 생각된다.
     
    실제 고용노동부 매뉴얼이나 여성가족부 관련 매뉴얼(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 업무매뉴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7.2, p.30)에서도 대개 사건 접수되고 고충상담 등의 절차까지는 비공식 절차로 보지만, 이후 조사단계부터는 회사 내 정식적인 절차로 보고, 고충상담에서 조사절차로 넘어감에 있어 정식 신고서를 제출하게 하고 있다. 단순히 신고서 제출 이전의 상담 기록만으로 신고서를 대신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비공식 절차에서 정식 절차로 넘어감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또 한편으로 절차 진행의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취지인 것이다.


    ▲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고용노동부, 2019.5, p.63)
     
     
    피해자가 공식절차를 개시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징계가 아닌 방식으로도 피해로부터 회복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할지라도 고충상담원 등은 피해자에게 비공식적 해결 방식을 유도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되 선택권은 피해자에 맡겨야 한다. 또한 괴롭힘 행위의 수위, 재발 가능성 등이 높은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조사 및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형법상 폭행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등의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이나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의 상황이라면 이후 계속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회사의 조직적인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 업무매뉴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7.2, p.24)
     
     
    이러한 맥락에서 근로기준법 제76조3 제2항과 고용노동부 매뉴얼 상 사건처리방식에 대한 부분은 한 번씩 고민해 보고 회사 프로세스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9. 피해자가 행위자의 처벌, 특히 해고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이에 따라 가해자(조사 결과 괴롭힘 사실은 인정된 이후 국면임)를 해고해야 하는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 제2문을 보면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고 규정돼 있다. 이 법문 중 '...들어야 한다.'는 이 부분을 두고 법 시행 초 각 회사로부터 행위자 처벌 수위나 처벌 여부를 어떻게 운영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들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문상으로는 피해근로자의 '동의'가 아닌 '의견' 에 구속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여타 회사 사규상의 양정 등을 반영해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하면 된다.
     
    10. 괴롭힘에 대한 처벌은 소급 적용할 수 있는가.
     
    모 건설사 현장관리인 교육에서 강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법ㆍ정책 방향에 대한 성토대회로 이어진 적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절반인 현장에서 소리 지르고 험한 말로 재촉하지 않으면 소통이 잘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공사 지연, 나아가 지체상금 등을 부담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은 현장 돌아가는 상황들을 알고 만든 것인가가 문제 제기의 요지였다. 이후 강의장 분위기가 조금 진정된 이후 한 분이 조용히 질문했다. 보통 노동법 등의 시효는 3년 소급되는 게 많은데 이 법도 그러한지, 나는 잘한다고 해 왔는데, 혹 나의 어떤 행동이나 언사가 '괴롭힘'으로 인지돼 나도 모르는 신고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된다는 이야기였다. 모 그룹사 임원회의에서도 나왔던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개정법은 소급적용에 대한 별도의 부칙 등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정법 시행일 이후의 괴롭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적용시기의 문제이지만, 현장에서는 많은 관심을 보인 부분이기도 하다.
     
     
    11.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사업주가 성희롱을 했거나 사내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므로 성적 언동이 문제 된 사안이라면 남녀고용평등법을 우선 적용하라고 명기하고 있다. 처벌규정 여부, 성적으로 괴롭히는 괴롭힘인 '성희롱'을 괴롭힘의 특별조항처럼 해석-적용한 결과다. 물론 성희롱은 '성적인(Sexual)' 언동이 수반돼야 하므로 단순한 여성비하, 성역할 강요 같은 '젠더(Gender) 괴롭힘'은 성희롱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렇듯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은 '근로자의 인격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성희롱 역시 여러 괴롭힘 가운데 한 가지에 해당한다. 특히 우리 개정 근로기준법이 성희롱을 규정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제 규정 등을 실제 그대로 차용해 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괴롭힘 관련 사내 프로세스 검토 및 재정비 시 기존 성희롱 관련 절차 등을 리뷰하고,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의 차이점을 여러 글에서 다루고 있지만, 가장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노동법실무연구회 신권철 박사의 비교표를 첨부한다. 비교표상 차이점 외에 가장 큰 차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하 간 괴롭힘이 가능한 '성희롱'에 비해, 괴롭힘은 기본적으로 지위든 관계든 '우위성'을 이용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
     
    ▲직장 내 괴롭힘 (신권철, 노동법실무연구회, 2019.4.2.)
     
    이외에도 조사 중 피해근로자의 보호조치로 행위자와 격리조치를 하려 할 때, 공간 분리로 충분한지, 부서 등의 이동까지 실시하는 것이 맞는지 등에 대한 논의, 인사조치의 상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등의 질의가 들어오고 있다. 실제 가장 예민한 문제는 직장 상사 등이 이유 없이 부하직원을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다. 똑같은 프로젝트 상황에서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또 누군가는 묵묵히 동일 과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피해자' 개인의 특성, 괴롭힘 상황에 대한 문제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 등이 문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업무상 정당하더라도 행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는 법제의 구조 자체가 조직 리더들의 리더십 발휘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들이 실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영업조직과 같이 때로는 목표달성을 위해 눈에 보이는 동기부여와 독려가 중요한 조직이라면, 수위 여부뿐 아니라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구성원을 리드할 수 있는 방법 강구 등이 이후 인사관리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인사관리 시스템의 전반적인 점검 및 정비 필요한 이유 역시 동일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보면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무려 '꽃'이 되었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보면서 이 시를 떠올렸던 이유는, 갑질이 됐건, 진상 상사가 됐건 어떤 형태로든 기존에 존재해 왔던 행태들이 '괴롭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노동법제에 등장한 순간, 많은 근로자가 지난 회사생활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직업상 공공부문 인사위원회, 그중 징계위원회에 참여할 기회가 많은데, 올해 들어 '괴롭힘 이슈'를 인사위원회에서 보는 것이 벌써 여섯 차례 정도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명명(命名)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이미 실감하고 있다.
     
    최근 많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있는 우리 노동법제에 또 하나의 숙제가 던져졌다. 시행 초기 이런저런 고민과 각기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와 맞물려 들어가는 정착기에 크고 작은 혼선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괴로움을 담보한 실적과 성과는 옳지 않다는 상식으로 돌아가 여러 회사의 우수사례도 살펴보고, 함께 고민해 가며, 각자 이 혼동의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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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노무법인 마로 대표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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