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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12-27 09:59:53

    수정 : 2020-01-02 14:37:13

[현장] 이주노동자와 함께 세운 노동조합, 그들이 말하는 차별은?

2019-12-27 09:59:53



이주노동자와 함께 세운 노동조합, 그들이 말하는 차별은?
[2020년 1월호 vol.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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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함께 소속된 노조가 있다. 노조 설립 이후 이주노동자에게도 상여금이 생겼다. 한국인 노동자에게만 지급되던 휴가비도 책정됐다. 처음 입사한 노동자들은 국적 구분 없이 모두 동일한 시급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세종충남지부 폴리피아지회(지회) 이야기다.

    지회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한 지붕 아래 있는 흔치 않은 조직이다. 조합원은 33명이고, 이 가운데 이주노동자는 10명이다. 모두 네팔 국적이다. 회사 내 모든 생산직 노동자가 가입돼 있다. 회사 전체 직원은 43명이다.

    정영배 지회장은 "폴리피아는 노동조합이 장악한 회사"라면서 "회사에서 우리 조합을 '폴리피아 국정원'이라고 부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 화섬식품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노조하기 가장 좋은 사업장으로 불린다고 한다.


    ▲<노동법률>이 지난 12월 18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세종충남지부 폴리피아지회를 찾았다. 마침 이날이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동행하기로 한 류호정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이 급하게 피켓을 제작했다. 사진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피켓을 들고 있는 정영배 폴리피아지회장.

    이주노동자와 함께 설립한 폴리피아지회, 사소한 차별부터 개선

    충남 당진에 있는 폴리피아는 플라스틱 재료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제조업 사업장이다. 이주노동자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인근 지역 이주노동자들은 폴리피아를 일하기 좋은 사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에게도 상여금 110%와 휴가비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명절 기프트카드도 한국인 노동자와 동일하게 지급된다.

    지회는 2015년 1월 설립된 이후 줄곧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에 역량을 쏟았다. 계기가 있었다. 회사 내에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갑질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퇴직금 문제였다. 이주노동자들은 5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간다. 귀국을 하루 앞둔 한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환전해서 돌아가려면 늦어도 귀국 전날에는 퇴직금을 받아야 했다.

    정 지회장은 "(이주노동자가) 나한테 와서 회사가 퇴직금을 안 준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 회사 임원에게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 임원과 식당에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하고 나서야 퇴직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 전에는 한국인 현장 관리자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담배를 상납받기도 했다.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게 정 지회장의 설명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노조가 설립되기 전에도 정 지회장을 찾았다고 한다. 정 지회장이 노조 깃발을 세운 뒤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에 집중한 이유다.

    정 지회장은 "회사에 들어와서 봤더니 이주노동자들은 밥도 한쪽 귀퉁이에서 따로 먹더라. 밥 먹는 자리가 구분돼 있었다. 그걸 보고 처음부터 네팔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었다. 그런 과정에서 신뢰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지회는 설립 단계부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정 지회장은 노조 설립 전 모든 직원을 하루에 한 명씩 면담하며 노조 가입을 설득했다. 이주노동자들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특히 한국말을 잘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노조 참여를 적극 권했다. 그렇게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한 지붕 아래 있는 노조가 출범했다.

    정 지회장은 일상 속 사소한 차별들을 하나씩 바꾸며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사이의 인식 차이를 줄여나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회사 체육대회와 수련회였다. 이전에는 체육대회나 수련회에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정 지회장은 이주노동자들도 체육대회와 수련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명절 선물도 공평하게 나눴다. 명절 선물은 원래 임원들이 모두 가져갔었다. 지금은 임원들이 일부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든 직원이 제비뽑기로 나눠 갖는다. 이주노동자들만 도맡아 했던 청소작업도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도록 개선했다. 이주노동자를 향해 "야"라고 부르거나 욕설을 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폴리피아지회 소속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이 작업 도중 흔쾌히 사진촬영에 응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밝은 인상이었다.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오해하면 안 된다.

    이주노동자 본질적 처우도 개선...일부 반발에도 "똑같이 대우해야"

    이처럼 사소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보다 본질적인 처우 문제를 논의하게 됐다. 이주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110%는 그 성과 중 하나였다.

    아직 모든 벽이 허물어진 건 아니다. 정 지회장은 당초 이주노동자 상여금을 210%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근속연수가 긴 일부 한국인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상여금 110%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신뢰가 상당한 정 지회장도 이러한 벽을 넘지 못했다.

    정 지회장은 "작년 임금협상 때 이주노동자 상여금을 100% 더 올려주자고 했는데 일부 한국인 조합원들이 반대했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그는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들이 반대한다. 자기들도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에 설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같은 조합원이 100원 더 받아도 나한테 와서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내가 조합원이 더 받으면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신 휴가비를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은 양보 못하겠다고 해서 휴가비는 2019년부터 똑같이 100만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정 지회장은 2020년에 이주노동자 상여금을 210%로 인상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 지회장에 따르면 210%로 인상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약 1,800만원.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지회가 강조하는 핵심은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모두 동등한 노동자라는 인식이다. 정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노조는 이주노동자의 노조 가입을 막는다. 노조 가입이 안 돼 있으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횡포가 얼마나 심하겠나.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보다 더 배우고 영어도 더 잘한다. 우리도 외국에 나가 일하면서 돈을 벌어오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잘 살았겠나. 이주노동자도 동등한 노동자다. 모두 똑같이 대우해주면 좋겠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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