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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12-31 10:21:38

    수정 : 2020-01-02 13:15:56

[현장] "10만원 받고 15만원 토한다" 방문 점검원의 부당한 '되물림'

2019-12-31 10:21:38



"10만원 받고 15만원 토한다" 방문 점검원의 부당한 '되물림'
[2020년 1월호 vol.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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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렌털 하나 해줄 지인도 없냐? 비데나 닦으려고 왔냐?" 지난해 12월 4일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에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방문판매서비스지부 조합원이 증언한 폭언 내용이다. 가전제품 렌털 업체는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채용 시 자유로운 시간 관리와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광고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본사에서 정한 영업 목표가 지국장에서 팀장, 팀장에서 방문 점검원으로 내려왔다. 누군가는 정해진 '목표'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영업 없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수입구조 탓에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권한다.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이하 점검원)의 수입은 크게 서비스 수수료와 영업 수수료로 나뉜다. 서비스 수수료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렌털한 고객에게 필터 교체 및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며 받는 수당이고, 영업 수수료는 신규고객 및 기존 고객이 새로운 제품을 렌털할 경우 받는 수당이다. 서비스 수수료 또한 영업 건수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점검원이 영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들은 영업에 열을 올리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받은 것보다 더 토해내야 하는 '수당 되물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월별 공제내역(좌)과 수수료내역(우)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제공

    수당 되물림이란 고객이 제품을 반품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경우 기존에 발생한 영업 수수료를 반납하는 것이다. 계약 유지 기간에 따라 많게는 영업 수수료의 1.5배를 물어야 한다. 한 대형 업체의 경우 6개월 이내 계약 해지는 150%, 6개월 이상 8개월 미만은 130%, 8개월 이상 10개월 미만은 110%, 10개월 이상 1년 미만은 100%로 규정돼 있다. 고객이 1년하고 6개월을 더 사용해야 되물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새롭게 렌털 계약을 유치해 5만원의 영업 수수료를 받았다고 하면, 고객 계약 해지 시 최대 7만5,000원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수당 되물림은 다음번 수입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150%라는 비율 산정 근거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의문을 제기하는 점검원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고객 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이라는 설명뿐이었다. 대형 가전 렌털 업체에서 11년간 방문 점검원으로 활동해 온 A씨는 "영업 실패에 따른 수수료 100% 반납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받은 금액 이상을 토해내라고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객에게는 계약해지 위약금을 받고, 반품된 제품은 리퍼브 제품으로 따로 렌털을 한다. 거기에 점검원에게는 받은 것 이상을 토해내라고 한다. 본사는 어떤 책임도 손해도 없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수당 되물림 발생의 책임 범위도 모호하다.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족, 기계 결함, 설치 불가 환경까지 다양한 이유가 '고객 변심'으로 묶여 계약 당시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검원의 책임이 된다. 고객이 구체적으로 계약 해지 사유를 밝히지 않으면 수당 되물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노조 자체 조사에 따르면 최근 웅진코웨이 CS닥터의 파업으로 인한 애프터서비스 불만족에 따른 계약해지 건에서도 수당 되물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원의 책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이 렌털료를 미납할 경우에도 수당 되물림이 발생한다. 고객이 일정 기간 렌탈료를 미납할 경우 채권부로 넘어가는데, 이와 동시에 점검원의 영업 수수료 100%가 차감된다. 요금 미납 고객이 1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나머지 50%도 차감된다. 점검원이 사전에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한 부분까지 전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입 시스템이 점검원 채용 시에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점이다. 수당 되물림 산정 비율 및 기준도 시시각각 달라지지만, 일일이 고지되지 않는다. 점검원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찾아봐야만 변화된 규정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점검원들은 일한 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수당 되물림으로 다음 달 수입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하는 셈이다. 

    ■ 수익 구조는 '특고노동자'처럼, 업무 지휘-감독은 '근로자'처럼

    부당한 수익 시스템의 근거는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라는 점이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지출해야 할 비용을 근로자 개인에게 부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고노동자는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고노동자라는 이유로 수당 되물림을 비롯해 점검 방문 시 필요한 유류비 등 회사가 지출해야 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 형태와는 달리 상당수 점검원이 본사의 '근로자'처럼 일하고 있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코웨이, 청호나이스, SK매직서비스 방문판매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가 업무 내용과 방식에 관한 교육과 지시, 업무시간 외의 업무지시, 업체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로의 출근 의무 등을 부여받고 있었다. 

    지휘감독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한 대형 렌탈 업체 점검원은 1인당 최대 180개 계정(점검 가능 기기 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시받는다. 1일 점검할 수 있는 가정도 12곳 이내, 점검 가능 기기 개수도 17개까지로 제한받는다. 그 이상을 관리할 경우 '과계정'으로 분리돼 관리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과계정 점검원이 소속된 지국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지국 차원에서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다.  

    아파트 단지 등 고객이 밀집한 지역 담당자도 규정에 따라 12가정 이상 방문할 수 없다. 더욱이 한 공간에 수많은 기기를 렌털하는 경우에도 17개 이상은 점검하지 못한다. A씨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20개가 넘는 기기를 렌털하는 고객도 있는데, 하루에 점검 가능 개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스케줄 조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회사에서는 과계정이 발생할 것 같으면 차라리 점검 처리 등록일을 바꾸라고 한다. 오늘 20개를 점검하고 17개를 등록한 후에 나머지 3개는 다음 날 등록하는 식의 허위 점검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업무 자율성이 높은 특고노동자라면 필요 없는 지나친 업무 개입이다. 이는 점검원이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주된 근거가 된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 점검원과 비슷한 계약 형태를 가진 정수기 수리기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기도 했다. 점검원의 근로자성도 인정된다면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에 따라 되물림 비용을 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지급된 임금 중 공제된 되물림 수당은 임금체불에 해당해 지급을 청구할 수도 있게 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실마리는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사가 '지위남용'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인준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4일 토론회에서 "회사 측에서 독립사업자라고 항변하더라도, 사측의 이러한 행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의 2에 따라 부당한 지위남용에 해달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지위남용에 해당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가 가능하며, 남용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 노조 1호 목표는 '수당 되물림' 개선 

    부당한 수입 구조 및 노동 환경은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을 노동조합으로 결집시켰다. 지난해 11월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방문판매지부가 설립된 이후 조합원 수가 3,000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조합원 1만명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노조의 제1 목표는 수당 되물림 개선이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유남중 교선국장은 "무엇보다 수당 되물림이 부당하다는 것을 이슈화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첫번째 요구로 업체 측과 면담 및 교섭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 교선국장은 "현재 AS 어려움 등 점검원의 서비스와는 무관하게 발생한 계약 해지 사유까지 단순 '고객변심'으로 잡고 수당을 빼가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며 "이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시급한 문제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바로잡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리기사 파업으로 발생한 서비스 불만족에 따른 계약 해지마저 되물림이 발상하면서 노사 갈등에 이은 노노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남중 교선국장은 "점검원과 수리기사가 서로 견제하고 갈등하는 구조를 만든 것은 사측"이라며 "함께 뭉쳐야 사측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체적인 부분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결국 같이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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