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한 시간 걸리는 시외버스가 교통 체증으로 한 시간 더 늦게 도착하는 경우, 운전기사의 근로시간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수당은 근로시간별로 줘야 할까 운행거리 단위로 줘도 될까.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한 판결을 내놔 화제다. 대법원 판결인 만큼, 금호고속과 비슷한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버스 업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는 지난 6월 25일, 금호고속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 25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선고가 나온지 7년만이다.

금호고속과 금호고속 노동조합은 임금협정을 맺어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 없이 총 주행거리에 비례해 각종 수당을 산정하기로 했다. 임금협정에 따르면 ㎞당 고속도로 45.14원, 국도48.14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이렇게 총 주행거리에 비례해서 산정된 각종 수당은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연장근로수당과 야근근로수당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도 이를 포괄임금제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해당 임금협정은 유효한 포괄임금제로 볼 수 있을까.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은 2013년 5월, "운행거리에 비례해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임금협정은 무효"라며 근로자 측을 들어준 바 있다.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초과근로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야 하며 이에 따라 금호고속이 근로자들에게 미지급 수당 21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원은 "버스 승무원의 근로형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볼 수 없다"며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부정했다. 일일운행일보, 운행기록지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한 만큼,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원심(2심) 광주고등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광주고법 민사 1부(주심 최수환)는 2014년 12월,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금호고속 노사가 체결한 임금협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추가 연장 및 야간 근로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일한 버스 노선이라고 해도 도로여건, 실시간 교통상황, 주행조건, 주행시간, 기상조건 등의 환경적 요인과 승무원의 근무태도, 운전습관 등 개별 요인에 따라 실제 운행시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시외버스 운전자의 근로형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본 원심 판단을 언급한 후, "원심의 판단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고 7년만에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판결로 금호고속은 약 800억 원의 채무발생 리스크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임금제는 최근 대법원이 그 성립을 엄격하게 인정하는 쪽으로 해석해 왔다. 다만 최근에 포괄임금제 성립을 인정하는 판결이 조금씩 나오는 경향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에도 KBS와 노조가 체결한 포괄임금약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이 아니므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시외버스 기사의 업무특성 및 근무실태 상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점, 운행거리에 비례해서 연장, 야간 등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임금체계는 고속버스 기사에게 불이익이 없고 정당하다는 점을 입증해 포괄임금제 유효성을 인정받은 사례"라며 "임금체계가 유사한 다른 버스회사의 포괄임금제 소송에서도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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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