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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0-07-20 14:11:05

    수정 : 2020-07-31 11:30:59

[분석] 대법, "산별노조 조합원, 개별기업 쟁의행위 참가가능...직장점거해도 무죄”

2020-07-20 14:11:05



대법, "산별노조 조합원, 개별기업 쟁의행위 참가가능...직장점거해도 무죄”
[2020년 8월호 vol.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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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뉴시스)



    특정 기업에서 쟁의행위 발생한 이후 경비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로 진입해 집회 및 시위를 한 경우라고 해도, 재물을 손괴하거나 경비원들에게 상해를 가하는 수준의 행위 없이 공장 안에 진입한 행위는 형법상 '정당한 행위'이므로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한편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발생한 해당 기업 소속 근로자가 아닌 산별 노조 근로자가 쟁의행위에 가담해도 무죄라고 판단해 눈길을 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는 지난 7월 9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조합원 박 모씨 등 8명에 대한 판결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심을 확정지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장 박 모씨와 같은 지부 사무국장 문 모씨 등은 지난 2012년 10월, 아산 유성기업에서 금속노조 충남지부 소속 조합원 200여 명과 함께 노동자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유성기업은 앞서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단체교섭 등을 진행했지만 교섭이 결렬됐고, 이후 절차를 거쳐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사회를 보던 충남지부장 문 씨는 조합원들에게 "지회장 동지를 보러 들어가 집회하겠다"며 유성기업 아산공장으로 들어가자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에 200여 명의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충남지부장, 대전충북지부장 등은 방송용 차량을 앞세우고 정문을 통해 공장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약 25분간 구호 및 파업가를 제창한 후 곧바로 밖으로 퇴거했다. 충돌과정에서 재물 손괴나 경비원들에 대한 상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폭처법위반(공동건조물침입)죄로 기소됐다.
     
    한편 이날 다른 피고인인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김 씨 등은 조합원 70명과 함께 공장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를 막으려던 경비원 등을 몸으로 밀거나 가로막아 집회참가자들이 아산공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경비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그 외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지회사무장 김 모 씨는 유성기업 직원이 집회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멱살을 잡아 밀치는 등으로 폭행을 가한 바 있다.
     
    기소된 이들은 "건조물 침입이나 업무방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라며 무죄 주장을 펼쳤다. 우리 노조법은 노동조합이 정당한 쟁의행위를 한 경우,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규정을 적용해 처벌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1심을 담당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단독 윤성묵 판사는 "쟁의행위는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거나 정지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며 "쟁의행위 본질상 사용자의 정상업무 저해는 부득이한 것이며 사용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근로조건 개선과 회사에 대한 성실한 단체교섭 촉구라는 목적에 정당성도 있으며 법령도 준수했다"며 "동영상을 봐도 근로자들이 공장 내 주차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정도에 그쳤을 뿐 물리적 폭력행위를 수반하지 않아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며 "피고인들은 유성기업 주식회사 근로자가 아니므로 쟁의행위 적격성이 없고, 건조물침입이나 업무방해행위도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사는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유성지회 쟁의행위에 가담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쟁의행위 정당성 찬반투표 등 적법절차를 거쳐야 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등법원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동쟁의가 발생한 해당 사업장에 속한 단위 노동조합 외에 그 단위 노조를 구성원으로 하는 산업별 연합단체(산별노조)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고, 여기에 대해서 '정당행위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는 2011년부터 유성기업과 단체교섭과 임금 교섭을 진행했다"며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이나 사무국장 등이 유성기업 근로자가 아니라고 바로 쟁의행위 적격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사업주에 대한 정당한 쟁의행위를 경비업무를 하는 개인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정당한 단체행동권을 형해화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해 업무 방해 부분도 무죄로 봤다.
     
    다만 폭행으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기 모습을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지만, 집회나 시위는 본질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아무런 물리력 없이 카메라로 집회현장을 촬영하는 사람을 폭행한 행위는 상당한 방법이라거나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 "원심에 일부 잘못 있지만 결론은 맞다"

     
    대법원도 이 같은 고등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금속노조가 주체가 돼 유성기업과 진행한 단체교섭이 결렬된 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집회를 했다"며 "이후 행위를 보면 정당성이 인정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이며, 이는 충남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고 달다질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금속노조 충남지부 조합원들의 집회 참여는 소속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지원하고 조력하기 위한 산별 노조의 조합활동으로서 성격을 가진다"며 "산별노조 조합원의 출입 방식이나 절차에서 노사 간 합의를 위반했거나 유성기업 사업 운영이 지장을 주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확인했다.
     
    다만 유성기업 소속 근로자가 아닌 금속노조 충남지부 조합원의 직장점거 참가를 '쟁의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이 "원심판단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고 판시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의 해석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피고 근로자들을 대리해 승소로 이끈 김상은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대법원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아 어떤 부분을 지적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원심은 산별노조 조합원들의 행위를 '쟁의행위'라는 취지로 판시했지만, 대법원은 소속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지원-조력하기 위한 산별 노조의 '조합활동'으로 봤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한편 원심에서는 금속노조 충남지부가 유성기업과 교섭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어서, 산별노조 전체가 아니라 해당 교섭 등에 참여한 연관 산별 지회가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김상은 변호사는 "폭행죄로 기소당한 김 모씨는 충남지부가 아니라 충북지부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나 발레오 직장점거 때도 기업 소속 근로자가 아닌 산별 조합원들이 함께 참가했다"며 "우리 산별 사업장 투쟁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인식하며, 이는 다른 산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형사 고소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기업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무죄 취지로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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