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은 보험설계사들이 효과적으로 보험 모집을 하고 보험계약에 따르는 각종 사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주로 지점 단위 조직을 중심으로 보험모집 영업을 하는데, 보험회사의 영업지점은 회사에 따라 정확한 명칭이 다를 수 있으나 보통 (1) 지점 조직의 지점장, (2) 지점 소속 팀 조직의 매니저, (3) 그 소속 보험설계사로 구성돼 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에 소속돼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직종으로, 통상 보험회사와 보험 모집에 관한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보험 모집 영업 활동을 한다. 보험설계사들 중 일부는 성향과 영업 능력에 따라 팀장으로서 보험설계사를 지도·교육하고 영입하는 '매니저'로 위촉되거나, 매니저 출신으로 지점 단위 보험모집 조직의 운영·관리를 총괄하면서 보험설계사의 모집·위촉과 교육·관리를 통해 지점 소속 매니저 및 보험설계사들이 보험모집 업무에 전력을 다하도록 지원하는 '지점장'으로 위촉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지점장'은 개인사업자로 보험회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엄격한 근태관리를 받지 않고 본인의 재량 하에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대신,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수령한다는 의미에서 '사업가형 지점장', '위임직 지점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보험회사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판결이 있으나(대법원 2000.1.28. 선고 98두9219 판결 등), 보험회사 지점장에 대해서는 지난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하급심에서 근로기준법 근로자성이 다투어져 오고 있다.


2. 보험회사 지점장의 근로자성 관련 선례

가. 서울고등법원 2009. 7. 3. 선고 2008나7804 판결
먼저, 서울고등법원은 지점장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대해, "① 원고들의 주된 업무는 보험설계사 등에 대한 교육 및 관리로 그 기초는 보험설계사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어서 자율적으로 다양한 방식에 의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고, 매월 업무계획, 업무실적목표 등이 기재된 행사 일정표를 공지하거나 매월 사업단별 영업 목표 수치를 제시하고 영업 중점 사항 등이 기재된 영업 추진 전략을 통보한 것은 그 내용의 추상적-일반적 성격에 비추어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고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② 원고들에게는 피고의 인사 규정이나 취업규칙의 적용이 배제됐고,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제한하거나 출퇴근시간을 관리하지 않았던 점, ③ 원고들에 대한 기본급,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업적에 따른 성과수수료, 업적 향상 수수료 등이 지급되며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는 수수료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점, ④ 원고들은 종전 근로계약과 위임계약의 차이를 잘 인식하면서 자율적인 업무 수행에 의한 소득의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피고를 퇴직하고 위임계약을 체결한 점, ⑤ 원고들은 사업소득세를 납부했으며,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을 비롯한 위임직 지점장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해 온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와 사이에 특별한 신뢰 관계에 따라 위임직 지점장으로서의 업무를 위임 받은 독립적인 사업자라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해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31. 선고 2013가합550695 판결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서울고등법원 2008나7804 판결을 대체로 원용하되, "원고들을 상대로 한 피고의 위와 같은 사실상 '관리행위'가, 대등한 계약 주체들 사이에 약정된 업무수행 및 그를 통한 보험모집 증대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기술적 조치의 일환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 즉 원고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를 위해 지점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징표에까지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구체적으로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은, (1) 보험회사가 지점장들의 업무 내용 및 영업실적과 근태를 구체적으로 관리·통제했음이 입증돼야 하는 점, (2) 추상적·일반적 성격의 통보, 정량 영업실적이 부진한 지점장에 대한 각종 조치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위임계약 당사자 사이의 협력관계 또는 간접적 통제수단에 불과한 점, (3) 보험회사 전산시스템을 통한 통합적 인력관리 또한 계약의 유지·관리 차원의 실무적 조치로 이해되는 점, (4) 위와 같은 '사실상의 관리행위'는 보험모집의 증대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기술적 조치의 일환인 점 등을 근거로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보험회사와의 지점장 위촉계약이 위임계약의 본지에 따라 이행되는 여러 측면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주요 표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다. 서울고등법원 2020. 5. 26. 선고 2019나2004029 판결
1) 위 서울고등법원 2008나7804 판결 피고를 상대로 추가 소송이 제기됐고, 위 서울고등법원 2019나2004029 판결의 원심판결은 선행 소송인 위 서울고등법원 2008나7804 판결과 대체로 유사한 판단지표를 검토해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면서, "피고가 위임직 지점장을 대상으로 개최한 세미나 및 교육과정 등은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많고, 위와 같은 과정에 불참했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가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아니한다."라는 점을 추가 논거로 제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2. 13. 선고 2017가합513618 판결).

2) 위 서울고등법원 2019나2004029 판결 또한 원심판결을 인용하면서, ① 피고가 영업 조직을 개편할 당시 위임직 지점장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 직원이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발견되지 않고, 나머지 원고들은 영업조직을 개편한 이후 3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야 위임계약을 체결했던 등 피고가 원고들로 하여금 위임직 지점장에 지원하도록 강요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② '최소보장 수수료, 자녀학자금, 경조금' 등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볼 수 없어 위 각 금원을 지급하는 것이 위임계약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피고 회사의 일부 마케팅팀장이 지점장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지점장들이 마케팅팀장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수직적인 상하관계 또는 구체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로서는 지점장들에게 실적을 독려하거나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는데 마케팅팀장들이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협조를 구했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을 근거로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라. 서울고등법원 2020. 7. 17. 선고 2020나2002142 판결
1) 위 서울고등법원 2020나2002142 판결의 원심판결은 위 서울고등법원 2008나7804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50695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13618 판결의 판단지표를 종합적으로 언급하되, 다음의 사정을 추가로 판단해 지점장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12. 선고 2018가합576364 판결).

① 일반적인 민법상의 위임계약에 있어서도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써 위임 사무를 처 리해야 하고, 사무 처리에 관해 위임인의 지시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영업목표를 제시하거나 영업방침을 제시한 것이 민법상 위임계약의 본지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② 피고는 보험업을 영위함에 있어 보험업법, 상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규제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감독기관의 규제를 받는데, 위촉 지점장인 원고들도 해당 지점에서 위와 같은 규제사항을 준수하고 보험설계사 등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준수 사항 내지 지시 사항을 교육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사용자의 지위에서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③ 원고들이 피고의 업무를 위임 받아 수행하는 이상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위임하거나 그 업무수행결과를 취합하는 등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의사 연락을 담당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할 것이고, 본부장들이 그 업무를 수행한 것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④ 피고가 지점에 피고의 직원을 두어 지점장의 행정적 사무 및 재무 업무 등을 지원한 것은 지점장에게 업무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여 위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지위를 근로자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⑤ 내부 규정상 지점장에 대한 페널티 제도는 해당 지점의 영업활동의 결과 또는 소속 보험설계사, 매니저의 영업 활동을 평가해 피고가 정한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지점장에 대해 위임계약 해지 등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지점장의 출퇴근, 근무태도 등 근태를 평가대상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다.

이러한 판시는 (1) 보험회사와 지점장 사이의 여러 구체적인 사실관계 (2) 보험회사와 지점장 사이의 민법상 위임계약 본지 (3) 이에 대한 보험업법령상 규율에 비추어 검토한 결과로서, 향후 보험회사 지점장의 근로자성 쟁송에서는 위임계약의 성질뿐만 아니라 보험업법령상 규제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함께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2) 한편 위 서울고등법원 2020나2002142 판결은 원심판결을 대부분 인용하되, 법리적으로는 두 가지 점을 설명하며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① 먼저, 위 판결 원고들은 (i)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관련 규정 위반 행위 등에 관한 페널티 점수 누적을 지점장에게 연대 (ii) 규정을 원고들의 동의 없이 제정해 적용 (iii) 규정에 단계를 두어 징계성 조치를 했으므로 지점장이 근로자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위 서울고등법원 2020나2002142 판결은 "보험설계사의 관련 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누적 페널티로서 지점장의 보험설계사에 대한 교육 및 관리 능력을 계량화해 향후 위임계약 해지 등 조치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는 이 사건 위촉계약의 본질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보았고,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i) 이 사건 위촉계약은 '지점의 교육 훈련 및 판매 활동 지원 업무', '지점의 조직 운영'을 지점장의 위탁 업무로 규정하고 있는바,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모집 과정에서 보험업 법령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은 지점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관련 규정 위반 행위는 지점장 자신의 위탁업무 실적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지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지점장과 무관한 제3자의 관련 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연대성 벌칙이라고는 볼 수 없다.
(ii) 이 사건 위촉계약은 지점장의 준수사항으로 위탁업무 수행 시 보험업법령의 의무와 회사의 관련 규정 및 "이와 관련해 회사가 정한 지침"을 준수할 것을 정하고 있는바, 원고들은 피고가 위탁 업무 수행과 관련해 지침을 정하는 것을 수인하고 피고가 정한 지침을 따를 것을 약정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의 동의 없이 지침을 정했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위촉계약에 기한 것이어서 이를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지표로 삼기는 어렵다.
(iii) 피고가 페널티가 누적된 지점장에 대해 위촉계약을 바로 해지하지 아니하고 경고 등 불이익 조치의 단계를 두고 있기는 하나 이는 지점장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종전의 교육 및 관리부실을 만회할 기회를 부여하는 조치로도 볼 수 있다.

② 다음으로 위 서울고등법원 2020나2002142 판결은 "보험업법 제85조 제2항은 같은 조 제3항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보험설계사가 자기가 소속된 보험회사 등 이외의 자를 위해 모집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원고들이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취급하지 못한 것은 보험업법 규제의 결과일 뿐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지표가 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위 서울고등법원 2002나2002142 판결 또한 원심판결과 마찬가지로 원고들 지점장에 대한 페널티 제도나 원고들이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취급하지 못했다는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위촉계약의 본질인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질, 보험업법령상 규제의 측면에서 근로자성을 판단할 지표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3. 결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사용종속관계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게 되므로, 사안별 사실관계와 그에 대한 관련 법령상 규제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고, 기존의 판례에서 문제된 바 없는 새로운 사실관계로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위 서울고등법원 2008나7804 판결, 2019나2004029 판결 참조).

현재 하급심에서 보험회사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추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급심 판례의 판단을 참고해, 관련 법률관계를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질과 보험업법령상 규제를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