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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0-12-17 12:19:54

    수정 : 2021-01-04 10:55:22

[분석]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사용자” 판결 또 나와···중구난방 하급심, 점입가경

2020-12-17 12:19:54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사용자” 판결 또 나와···중구난방 하급심, 점입가경
[2021년 1월호 vol.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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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택배기사들이 자신이 계약한 대리점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하면서 원청인 CJ대한통운이 대체 투입한 택배기사 업무를 막아서는 것은 정당할까.
     
    지난 1년간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 파업얘기다. 지난 2018년, CJ대한통운 집배점과 계약한 택배기사 조합원들이 전국적으로 파업에 나섰고, 이에 원청인 CJ대한통운은 자신들이 직접 고용한 '직영 택배기사'를 다른 사업장에서 불러와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대체 투입된 기사들을 막아서기 시작했고, 결국 전국 곳곳에서 이들은 업무방해로 기소됐다. 2020년에만 시간차를 두고 5건의 형사 판결이 쏟아졌다.
     
    그런데 결론이 매우 혼란스럽다. 유사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법원 마다 결론이 중구난방이다. 결론만 다른 게 아니다. 법리 해석이 다른 것도 점입가경이다.
     
    각 사건에서는 공통된 쟁점이 있다. 먼저 CJ대한통운의 직영기사 투입이 위법한지가 중요한 쟁점이다. 만약 대체인력 투입이 위법하다면, 이를 방해한 근로자들의 행위도 정당행위로 무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법 43조 대체 근로 금지 규정)

     
    이 문제는 또 두 가지 쟁점과 이어진다. 먼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인지 여부다. 대체인력 투입 금지 의무는 사용자가 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연히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이 아닌 집배점주, 대리점주들과 계약을 맺은 상황. 그럼에도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하청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문제로 이어져 택배 업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파급효가 클 수 있다는 평가다.
     
    만약 사용자로 볼 수 있다면, 두번째로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의 해석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 노조법은 파업하면서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를 대체 근로로 투입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한통운이 다른 터미널의 택배기사를 대체 투입한 것이 '관계 없는 자'를 투입한 것이라면 위법한 대체투입이 되고, 그렇다면 이를 방해한 행위는 정당행위가 될 수 있다.

    결국 '당해 사업'의 범위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느냐와도 연관된다.


    ■포문 연 김천지원
     
    2020년 2월 12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단독 전용수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 1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관련기사).
     
    조합원들은 CJ대한통운 집배점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대한통운 김천터미널에서 화물 상차 위치에 자신의 택배 차량을 주차해 대체택배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게 했다. 또 대체 택배 차량이 터미널을 나올 때 차량을 세우고 화물을 검사한 다음, 부패나 손상 우려가 있는 상품을 제외한 화물은 차량 밖으로 끌어내렸다.
     
    전 판사는 대체차량 투입이 위법하다고 보고 택배기사들의 정당행위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판결은 큰 주목을 받았다. 원청 사업장에서 파업한 하청 업체 근로자들의 행위에 무죄를 선고한 것도 중요했지만, 대체투입이 가능한 '당해 사업'의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전 판사는 그 근거로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하면 회사가 대체 인력 투입을 하는데 부담이 작아지고, 근로자 지위가 약화되므로 (조합원들의) 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이 형해화 된다"며 "김천터미널 파업이 서울이나 광주 등 다른 지역 기사들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소 단위로 사업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한통운이 다른 영업소에서 보내 온 직영기사들은 파업이 일어난 사업장과 '관계 없는' 자이므로,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명시하지는 않았어도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는 전제를 바탕에 깐 셈이다. 자세한 법리는 밝히지 않아 애매한 부분이 있었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CJ대한통운이 사용자"라고 명시한 부산지법
     
    두 번째 나온 창원지방법원 판결에서는 유죄 결론이 났다. 단독 김민상 판사는 김천지원 사건과 달리 일부 택배기사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형(선고유예)을 내렸다. 이 사건의 피고 조합원들은 대한통운 터미널 입구에서 택배화물 차량 밑에 들어가고 드러눕거나,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아 진행을 막는 방식으로 직영기사의 차량을 진입하지 못하게 했다(관련기사).
     
    이 사건 역시 직영기사 대체인력 투입이 적법한지가 쟁점이 됐다. 하지만 김 판사는 일부 조합원에게는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판례의 축적 및 법제도 정비로 해결돼야 할 문제로, 일률적으로 대체인력 파견이 적법하다 던가 반대로 조합원이 대체인력 파견을 모두 저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후 가장 주목을 받았고 업계 입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인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이 나왔다. 단독 황지현 판사는 9월 9일에 선고된 사건에서 피고인 전원의 무죄를 선고했다(관련기사).
     
    이 사건 피고 조합원들은 CJ대한통운 부산사상터미널 출입로에 조합원의 택배차량 6대를 세워 직영 택배차량이 운행되지 못하게 하거나, 직영 택배기사들이 택배화물을 운반하려는 것을 몸으로 막고 밀었다. 또 직영택배차량 앞에서 수십 명이 몸을 밀착해 서있거나 운전석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했다.
     
    그런데 이 판결은 조합원들에게 무죄 선고를 하면서, 아예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해 눈길을 끌었다. 김천지원 사건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CJ대한통운을 사용자라고 전제했지만, 황 판사는 사용자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에 들어간 것.
     
    황 판사는 그 근거로 CJ대한통운이 모바일 어플로 실시간 업무 수행을 지시하는 점, 업무매뉴얼을 통해 택배기사 출근시간을 정하고 유니폼 착용 등 업무에 관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교육하는 점, 택배기사의 실적 등을 택배기사가 소속된 집배점과의 재계약 여부시 반영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체투입도 위법하다고 봤다. 김천지원 사건과 비슷한 논리로, "'해당 사업'을 하나의 기업체 조직으로 해석하면, 사업자의 사업 규모가 클수록 대체인력 투입 부담은 적어지고 반대로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형해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도 아예 CJ대한통운이 사용자라고 본 부분은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눈길을 끌었다. 또 해당 사업을 그렇게 해석할 경우, 같은 회사 내 다른 지역 사업장 사이에서 대체 인력을 보내는 게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10월에는 또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사건(경주지원 사건)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70만원의 벌금형에 처했다. 단독 최해일 판사는 "대한통운과 택배기사들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며 대한통운이 사용자라 아니라고 판단했다(관련기사).
     
    '당해 사업'의 범위도 넓게 봤다. 택배사업 자체가 전국단위 물류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업장 별로 구분할 수 없다는 취지다. CJ대한통운이 사용자도 아니거니와, 사용자라고 봐도 직영 기사들을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울산지방법원, "사용자지만 대체 근로자 투입은 적법하다"
     
    이 상황에 어제 나온 울산 지방법원 판결이 정점을 찍었다. 기존 판결들과 또 다른 형태다. 단독 이상엽 판사는 기소된 조합원 5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형을 내렸다. 다만 CJ대한통운이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대체 근로자인 직영택배 기사를 다른 사업장에서 데려온 것이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적법한 대체인력 투입을 방해한 조합원들의 행위는 위법하다는 취지다. (관련기사)
     
    이전 판결들은 CJ대한통운이 사업주라고 판단하면 대체근로자 투입은 위법하다고 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울산지방법원은 CJ대한통운이 사업주라면서도 대체근로자 투입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점이 눈에 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결론만 놓고 보면 유죄지만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서 올해 나온 5건의 판결 중 3건은 유죄가 나왔고,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은 3건이다. 대체기사 투입과 관련해서는 위법하다는 판단이 2건, 적법 판단이 2건, 판단 유보가 1건이다.
     
    올해 선고가 예정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파업 사건은 마무리가 됐다. 내년에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또 한건의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근 1년간, 이 사건을 두고 쟁점이 전혀 정리가 되지 않았고, 하급심 사이에서도 일관성을 가질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이를 두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당사자 모두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경영 불안전성이 가중된 것은 물론, 법적안전성이 떨어지는 등 법원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하청관계의 노동법적 실질에 대한 면밀한 판단을 수반하지 않고 교섭질서 상의 사용자 개념을 원청회사까지 포섭하는 해석을 했다"며 "이런 판례의 태도는 불가피하게 단체교섭의 당사자관계를 해석함에 있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혼란스러운 하급심 판결의 영향력은 비단 CJ대한통운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되게 되면, 원청을 상대로 하청 근로자들이 교섭 요청을 하는 이슈로 번질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중노위에서 하청 업체들이 원청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바 있는데, 이런 이슈에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CJ대한통운 사건은 대체근로가 쟁의행위에 지배개입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사용자성 판단"이라며 "하청근로자의 원청상대 교섭 요구 같은 교섭상 사용자성 문제와는 다른 국면"이라고 판단해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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