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기술사무직에게 임금인상분을 매년 선조정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3년간 진급이 누락된 사무직 구성원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해서 논란이 이는 듯 했으나 이틀 만에 결정을 번복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이하 지회)는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7일 공지를 통해 "이번 3월 급여 지급 시 2021년 연봉 선 조정이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단협 일정을 고려하다 보니 임금 조정 시점이 매년 달라졌고 이에 직원들이 임금 조정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하자 매년 선 반영을 진행한다는 것. 이는 기술사무직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임금 인상률은 2.2%로 지회와 함께 결정했다. 사측 공지에 따르면 전년도 선 반영 수준과 동종업계의 초임 인상률 예상치를 감안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반영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경에도 2.3% 선반영을 결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지회는 조합원들에게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올해 임금협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회사는 "이번 선 조정은 최종 인상률 조정에 앞서 일부에 대해 조정하는 것임을 안내 드리며 최종 임금 인상률 결정 시 2021년 전체 인상률이 적용된다"며 "최종 인상 시에는 추가 인상분과 지난해 평가에 따른 성과 차등분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노조의 의견과 지난해 실적 달성을 감안한 회사의 조치다. 다만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회사가 공지 말미에 "3회 이상 승진이 누락된 직원에게는 인상분이 일시금으로 지급된다"는 문구를 덧붙인 것. 즉 이들에 대해서는 임금이 동결된다는 의미다.
 
3회 이상 승진이 누락된 직원에게는 임금 인상분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회사가 기존에 들여놓은 인사제도다. 제도 대상자가 3회 이상 승진 누락된 직원이기 때문에 올해가 본격적인 시행 시기가 됐다.
 
지회 관계자는 "이런 인사제도는 과반노조 또는 구성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할 내용이고 진급도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급 불이익으로 상처받은 구성원의 연봉을 동결하는 것은 임금 삭감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특히 공지 전달 방식이 더 큰 반발을 낳았다. 이 내용은 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전달된 게 아니라 임금 동결 대상자에게만 개별적으로 전달됐다. 지회도 이 내용을 조합원들의 제보를 통해 파악하게 됐다.
 
문제가 노사 갈등으로 번지는 듯 했으나 회사는 이틀 후인 19일 결정을 바꿨다. 회사는 "20년 자율평가 도입과 함께 승진 또 한 직무 전문성과 역량기준을 갖춘 적임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감안할 때 이러한 중장기적 승진의 변화 및 구성원 동기부여 관점에서 승진 3회 누락 이후 연봉 인상 비누적 적용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존 방식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진 심의 기회는 승진 시까지 지속적으로 부여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일로 소수노조였던 지회 입지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복수노조 체제로, 생산직 직원들로 구성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가 다수 노조다. 지회는 사무직과 연구개발직을 중심으로 2018년 설립됐으며 과반 노조 지위를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회사가 입장을 변경한 데 지회 역할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현장에서 지회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 게시판에는 "저는 이번 건으로 노조 믿고 향후 15년 열심히 노조비 내겠습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회 관계자는 "이러한 불합리에 대해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는 게 조합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이번 일 외에도 회사가 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조정하는 셀프디자인제도를 시정하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일과 셀프디자인 소송 등을 통해 수십 년간 지속된 잘못된 관행과 절차를 개선해 구성원들이 원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