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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1-04-19 14:29:57

    수정 : 2021-05-04 09:29:26

[분석] [단독]법원, “기업 경영성과급, 임금 맞다…퇴직금에 포함해야” 파장 클 듯

2021-04-19 14:29:57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관행으로 사용자에 지급의무 있다면 근로의 대가"
[2021년 5월호 vol.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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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최초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사기업의 경영실적, 집단적 성과에 따라 지급여부, 지급률이 달라지는 경영성과급이라고 할 지라도 근로기준법상 평균 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포함해서 퇴직금을 지급해야한다.
     
    그간 성과급이 임금인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유사한 소송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지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기업 쪽이 연이어 승소해 왔지만, 이번 결과는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김명수)는 지난 4월 15일,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전현직 근로자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은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회사) 소속 근로자들로 현재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근로자다.
     
    회사는 매년 근로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5월 6일, 종전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을 근로자들에게 다소 불이익한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반발하며, "종전 지급기준대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산정할 때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원고 근로자들은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 산정시 포함시켜야 됨에도 회사측이 제외했다"며 "근로자들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계정에 경영성과급을 포함해서 계산한 금액을 추가로 납입하라"고 청구했다.
     
    회사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회사 측은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동기 부여 목적에서 은혜적으로 지급된 포상금"이라며 "그 지급여부나 지급률을 결정한 것만 두고 회사에 지급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어서 임금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급기준도 고정적인 게 아니라 변동돼 왔고 지급률도 매년 달랐으므로, 매년 전년도와 동일한 기준으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노동관행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경영성과급을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는지, 즉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판례에서 밝혀진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경영성과급은 2001년도 첫 도입 이래, 지급기준이 협의되지 않은 2002년도와 당기순이익이 지급기준에 미치지 못한 2005년도, 2006년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한차례씩 지급됐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는 매 6월에 지급됐고, 그 이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3월 말 경 지급돼 왔다.
     
    또 2003년부터 15년간 해마다 노사합의나 내부결재를 통해 미리 경영성과급 지급기준(당기순이익)에 따른 지급률을 정했고, 해당 사업연도 결산 결과 지급기준이 최소기준을 충족하면 경영성과급이 지급되는 형식을 취했다.
     
    "12년 이상 매년 지급…관례화 된 임금으로 봐야"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경영성과급이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은 노동관행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으므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라며 "평균임금 계산에 포함돼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사업연도 결산결과 당기순이익이 지급 최소기준을 충족하면 예외 없이 경영성과급을 지급해 왔고, 결과적으로 2007년도부터 12년 이상 매년 계속 지급돼 왔다"며 "이렇게 매년 한차례씩 지급되는 것은 관례화 돼 있으므로 이를 우발적이거나 일시적인 급여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성과급은 2001년도 첫 도입 이래 2005년도, 2006년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한차례씩 지급됐다"며 "미리 정해진 경영실적을 달성했다면 회사도 경영성과급 지급을 거절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는 당기순이익이 지급기준에 도달하면 경영성과급을 예외 없이 지급해 왔으므로, 이를 은혜적인 급부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 신입사원 모집을 하면서 배포한 채용설명회 자료서 회사가 "급여 측면에서 신입사원 기준 5,400여 만원에 추가로 경영성과급이 주어집니다"라고 기재한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입사하거나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은 경영성과급 지급을 전제로 통상적인 생활을 계획하고 영위했을 것"이라며 "경영성과급은 실질적인 생활임금으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성과급의 성질 자체도 근로제공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 집단의 동기와 의욕을 높이고 장려하기 위해 집단적인 성과급을 지급했다면, 이는 회사가 요구하는 근로의 질을 높인 것에 대한 대가"라며 "경영실적에 기초해서 지급됐다는 사정만으로 경영성과급이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꼬집어 결국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 밖에 원고 근로자 측은 "2017년까지 마련된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며 "이를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마다 마련한 지급기준은 해당 연도에 국한된 것"이라며 "취업규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근로자들은 또 "경영성과급이 근로자에게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돼 지급에 관해 노동관행이 성립됐다"며 "지급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도 불법행위"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이 계속 동일한 지급기준으로 지급된 건 아니고, 전년도와 달리 정하기도 했다"며 "매년 한차례씩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노동관행이 성립하기는 했지만, 동일한 지급기준에 의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관례가 형성돼 노동관행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해 이 부분 근로자들의 주장은 기각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근로자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 건에서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검찰에서 기소 여부도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애매하고 어려운 사건이라는 평가다.  
     
    민주노총 법률원, "이번 판결, 적극 활용해야"
     
    원고 측을 대리한 민주노총 법률원은 19일 발간한 이슈페이퍼를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법률원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과 사기업 경영성과급은 모두 동일한 근로기준법과 동일한 임금 개념이 적용돼야 한다"며 "사기업 경영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경영성과급도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취업규칙은 물론 노동관행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이상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대응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경영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으면 임금에 해당한다"며 "구체적으로 퇴직자 및 퇴직금 중간정산자들은 경영성과급을 포함해서 재산정한 금액을 토대로 퇴직금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자에게도 해당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법률원은 "이번 판결 사안처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도 사용자가 부담하는 퇴직연금 납입분과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납입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며 "DC형은 사용자가 평균임금 1/12 상당의 부담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므로 재직 중이라도 곧바로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PS-PI가 평균임금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다수의 소송에서 기업을 대리하고 있는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이 관행에 이를 만큼 당연시 돼 왔다는 점이 특이하다"며 "다른 PIPS 소송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기순이익은 근로의 대가와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고, 특히 이번 판결 재판부가 '근로의 질'을 평가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커 보인다"며 "여러 쟁점을 두고 논란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전 (회사 측이 승소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판결 재판부도 경영 평가 성과급의 근로 대가성은 일부 요소만 갖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지급관행이라는 일부 요소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지급 기준이나 지급액이 기업 성과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 변동성이 큰 경우에도 임금으로 인정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에서도 PIPS가 평균임금에 해당되는 지를 두고 추가로 진행 중이었던 두번째 사건의 1심 판결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근로자 패소로 끝났던 지난 첫번째 사건과 달리 민주노총 법률원이 대리를 하고 있어서 결론에 귀추가 주목된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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