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4월 1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우체국시설관리단을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이지예 기자)

근무 중 대기시간동안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 관계자가 돌연 휴대폰을 압수하고 확인서를 작성하게 한 다음 징계를 내렸다. 벌점이 부과됐고 당장 다음 계약을 갱신할 수 있을지 보장도 안 되는 상황이다. 부평우체국 미화노동자 이야기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1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우체국시설관리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본부는 우체국시설관리단으로부터 부당한 징계와 폭압적인 조사가 있었다며 이를 규탄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부평우체국 미화노동자들은 우체국시설관리단으로부터 주의장을 받았다. 대기시간 중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는데 우체국시설관리단이 불시에 방문해 휴게실에 있던 노동자들에게 강제로 확인서를 받은 것.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서는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녹취 방지를 위해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결국 휴게실에 있던 노동자 전원은 확인서를 썼고 '주의' 징계조치를 받았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의 징계조치는 곧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 근무시간 중 발생한 대기시간에는 휴게실에 갈 수 없으며 계단이나 복도, 화장실 등 각자 구역에서 쉬라는 것이다.
 
미화노동자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다. 오전 6시 30분부터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도착하고 각자 구역에서 근무 준비를 한다. 7시에 한차례 청소를 하고 나면 곧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 1시간은 미화노동자에게 주어진 공식 휴식시간이다. 오후에는 공동작업을 하고 16시에 퇴근한다.
 
주어진 구역을 청소하다 보면 대기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계 구역 작업을 앞두고는 대기시간이 더 오래 발생한다. 미화노동자들은 우편물을 분류하고 나르는 기계가 작동하는 동안에는 산업안전을 위해 작업을 할 수 없다. 기계 주변을 청소하기 위해서는 우편 작업이 끝나고 기계 작동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관례상 대기시간동안 휴게실에서 쉬는 게 용인됐다. 당장 청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계단에서, 기계 옆에서, 화장실에서 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평우체국 건물은 3층인데, 미화노동자 휴게실은 2층에 위치해 있어 휴게실에서 쉬더라도 전 구역에 1~2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김태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상식적으로 업무시간 중에 커피 한잔 마셨다고 어느 사람이 주의 받고 경고 받습니까. 어떤 공무원이 커피 한잔 마셨다고 주의 받고 경고 받습니까"라며 "노조 만들었고 노조 통해 행동한다고 그걸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알량한 관리자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꼬집었다.
 
오현암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경인지역본부장은 "(징계 받은 노동자들은) 가정에서 늦게까지 자녀들 돌보고 공무원들이 깨끗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동자인데 정부기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확인서를 강요하고 책이라도 잡힐까 핸드폰을 압수한 조사당사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강압적으로 확인서를 강요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뿐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받은 징계조치는 벌점 3점에 해당한다. 매번 계약이 끝날 때마다 재계약을 기다려야 하는 노동자에게 벌점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노조는 "사실상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조치"라며 규탄 발언을 했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국가인권위에 철저하게 이번 사건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 노동자 2명은 직접 참석해 기자회견 직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기했다. 또 우체국시설관리단에게는 강압적인 조사과정에 대해 사과하고 부당징계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