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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1-09-10 17:40:00

    수정 : 2021-10-05 10:20:24

[현장] ‘임금피크제는 차별’ 첫 판결...노사 “파장 예측 어려워”

2021-09-10 17:40:00



‘임금피크제는 차별’ 첫 판결...노사 “파장 예측 어려워”
[2021년 10월호 vol.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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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고등법원 전경(사진=서울고법)

    40대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최대 50%까지 임금이 삭감되도록 한 것은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경우 다른 사업장보다 근로자에게 더 불이익하게 설계돼 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주식회사 대교의 전ㆍ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달 8일 "(대교의) 직급정년 및 연령에 따른 임금 차등지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교 임금피크제, 합리적 이유 없어...무효"
     
    대교는 직급별로 일정 기간 안에 승급하지 못하면 승급 기회를 제한했다. 또 해당 기간에 4~5회 안으로 승급하지 못할 경우 정해진 나이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 직급정년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만 44세부터, 최대 50%까지 임금이 삭감되는 길이 열렸다.
     
    근로자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회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 개입하고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아닌 직원들에게도 동의 여부를 물었다는 이유다.
     
    1심은 근로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대교가 소속 근로자들에게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을 통해 취업규칙 개정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실질적 기회를 부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1심에서 인정된 절차상 하자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 자체도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고령자고용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대교의) 취업규칙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나아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부당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만큼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른 일반적인 임금피크제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크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대교의 임금피크제는 직원 정년을 2년간 연장하는 대신 직급별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거나 직급정년제에 해당될 경우 단계별로 임금을 축소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임금삭감률은 연차별로 20%부터 40%까지로 40대 중반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된 근로자들은 정년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동안 절반에 가까운 임금 삭감을 감수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상당한 비율의 임금 삭감이 해당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일정 연령에 도달했는지'와 '승급대상에서 누락했는지'에 연동되는 것으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특성에 비춰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로 삭감되는 임금 비율이 징계 조치로 감봉되는 직원의 임금 삭감 비율보다 더 높다는 점도 회사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이전에도 대교 소속 직원들이 인사규정 등에서 정한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통상의 제도와 비교해 대교의 임금피크제가 이례적인 내용의 제도라는 결론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김태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근로자와 사용자 간 이익을 비교형량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개별 사업장마다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 차별' 첫 판결에 '제도 개선' 주문도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지만 업계에 미칠 파장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교의 임금피크제는 다른 기업들 사례와 달리 근로자에게 유독 불리하게 설계됐다. 통상적인 임금피크제 형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다른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계 관계자는 "대교의 임금피크제가 다른 기업과는 다르게 설계돼 있어 판결 내용과 상관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일반 기업에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일반적인 사례는 아닌 것으로 보여서 큰 파장이 미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태욱 변호사도 "이 사건은 근로자 측 불이익이 매우 컸던 사건이었다"며 "근로자와 사용자 간 이익을 비교형량할 경우 개별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사업장에 미칠 영향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임금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회사 측을 존중하는 판결이 나왔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시기나 임금피크제의 감액률 같은 내용들은 기업 상황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며 "그런 면들을 존중해주는 쪽으로 판결이 나오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장 본부장은 "임금피크제가 법 위반이냐, 아니냐를 떠나 이런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과거의 연공급 체계와 근로조건 변경이 어려운 경직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임금체계를 성과형 체계로 바꾸고 근로조건 변경의 유연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교가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상고를 하는 대신 양측이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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