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법률>과의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법률)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자신을 활동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현장의 어려움을 살피고 생생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아 사업장 안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안 장관은 형식적인 소통이 아닌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는 소통을 바란다. 그가 격식을 갖춘 간담회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연말, 이 시기 단골 질문인 내년 노사관계 전망을 물었다. 특히 내년은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노사 양측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장관도 여러 정치 일정이 맞물려 노사 양측에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슈 자체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법 적용,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완화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안 장관은 정부 후반기 고용과 노동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노동법률>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안 장관을 만났다.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완수하고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겠다는 안 장관의 구상을 묻고 들었다.

Q. 취임 6개월이 지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언제인가.

A.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목소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청년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 중 하나는 '(기업들이) 직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뽑는데 지금 우리는 어디 가서 일을 경험할 수도 없다, 어디를 가겠냐'는 것이었다. 최소한 6개월이나 1년 정도 일을 해야 경력을 인정받는데 3개월짜리는 이력서에 쓸 수도 없다고 하더라.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이 뭐겠나. 기업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더 강하게 이야기하면 읍소하는 게 내 일이다. '기업이 채용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만약 채용 여력이 안 된다면 적어도 청년들이 일 경험이라도 쌓을 수 있게 해달라. 그러면 이 기업에 채용은 안 되더라도 같은 업종에 있는 다른 기업에서 일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정부의 책임, 기성세대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렇게 읍소한다. 지금의 청년들은 우리 때와 확실히 다르다. 우리 때는 회사에 들어가기가 수월했지만 지금은 원서 쓸 수 있는 곳이 없지 않나. 민간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강조하고 있다.

Q.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위드 코로나 이후 고용시장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A. 최근 수치상으로는 고용지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다만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면서비스업, 일용직 근로자와 같이 코로나19 충격이 집중된 계층에서는 아직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방역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영업이 살아나고 전반적인 고용상황도 같이 나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소외되거나 격차가 발생하는 등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포용적 고용회복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Q. 전국민고용보험의 일환으로 올 7월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고용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현재 가입 상황과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

A. 외환위기와 코로나19 위기로 확인한 것처럼 위기 상황의 충격은 취약계층에 더 집중된다. 기존의 임금근로자 중심의 고용보험으로는 다양한 고용 형태의 취업자들을 모두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올해 7월부터는 보험설계사나 택배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2개 직종이 고용보험을 적용받으면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49만 명이 가입했다.

내년 1월에는 플랫폼 기반의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2개 직종에 대해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실태조사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 적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한 후 2023년부터 단계적 적용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법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동법률)

Q. 비정규직이 지난 8월 기준으로 처음 800만 명을 넘어섰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을 끌어낼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A.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성과가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민간부문으로 성과가 확산되기에는 코로나19 상황 같은 여건상 어려움이 있다. 최근 비정규직 증가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둘째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셋째는 비대면ㆍ디지털화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이다.

인구, 산업의 구조적 변화 과정에서 최근 비정규직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비율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부는 고령자 적합 직무를 발굴하고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를 보호하는 법ㆍ제도적 기반 마련을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 경기가 회복돼야 정규직 채용이 늘어나는 만큼 신산업 분야 지원을 강화해 민간 채용을 돕고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에도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도ㆍ점검할 것이다.

Q. '현장점검의 날'을 통해 사업장 산업안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후 계획과 후속 조치는 어떻게 이뤄지나.

A. 현장점검의 날을 통해 파악된 불량현장 2600개소에 대해서는 9월과 10월 집중 단속기간으로 불시감독하고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조치했다. 현장점검의 날과 집중 단속기간을 운영한 7월부터 10월까지 중소현장의 추락, 끼임에 따른 사망사고가 전년보다 40% 가까이 감소한 성과가 나타났다. 현장에서 '안전관리 없이 작업할 수 없다'는 경각심도 조금씩 자리잡혀 가고 있다. 노사의 안전의식이 현장에 완전히 안착하도록 현장점검의 날을 연말까지 운영하고 집중 단속기간 적발 사업장은 위험요인이 개선될 때까지 반복 점검할 계획이다.

Q. 여수 현장실습생이 현장실습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부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가.

A. 실습생의 사망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시ㆍ도 교육청 중심으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전수조사를 실시해 안전조치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실습 중 부당대우에 대한 제보를 받기 위해 '현장실습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교육부와 함께 12월 초까지 중앙단위 현장실습 지도ㆍ점검을 통해 시ㆍ도 교육청의 현장실습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앙단위 현장실습 지도ㆍ점검에 참여하고 시ㆍ도 교육청 지도ㆍ점검 결과와 제보 내용 중 필요한 경우 근로감독과 연계해 현장실습생 권익을 보호할 것이다. 앞으로 관련 부처, 전문기관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교육부와 현장실습 안전관리 개선 계획을 연내에 마련하도록 할 것이다.

Q.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 방안과 같은 후속 대책은 없나.

A.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노사 의견과 우려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반영했다. 지난 8월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을 배포해 경영자와 근로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내했다. 지난달에는 기업들 문의가 많은 사항을 담은 법령 해설서도 배포했다. 중소규모 사업장 500개소에 현장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핵심은 '자율적'으로 '지속가능한 산재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노사의 인식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근로감독관의 수사 역량도 중요할 것 같은데.

A. 중대재해처벌법이 법 취지에 맞게 현장에서 잘 준수되고 이행되려면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바탕으로 수사와 연계해 이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말고도 형사법,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와 법조계 전문가를 초빙해 심도 있는 교육도 하고 있다. 대검찰청과 협의해 수사 절차와 수사 기업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 실무서도 마련하고 있다. 사례를 통한 모의 수사 같은 수사 연습도 집중적으로 실시 중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법률>과의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법률) 

Q. 민간기업의 경영평가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주요 기업들이 분쟁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A. 대법원은 그동안 경영성과급 같이 생산실적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지는 것처럼 지급 사유 발생이 불확정적이고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해 왔다. 그런데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에서는 판결이 엇갈리고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은 매년 변동성이 커 임금 산정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경영성과급의 성질, 임금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Q. 올 초 사무직 노조들이 출범하면서 교섭단위 분리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담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A. 실제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하는 노동위원회에서도 교섭단위 분리 결정 사례와 법원 판결을 참고해 구체적인 판단 지침을 내부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최근 MZ세대 중심의 사무직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요구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 현재의 교섭단위 분리 기준 안에서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별도의 교섭단위 분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위원회와 논의하겠다.

Q. 플랫폼종사자법 연내 입법을 강조했다. 연내 입법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은 무엇인가.

A.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휴식 같은 기본적인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은 플랫폼 기업과의 계약 의무, 휴식 보장, 일감 배정 기준 정보제공 같은 현장 목소리를 담고 있다.

다만 법안에 대한 노사의 우려를 알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기존 노동관계법 적용의 배제를 우려하는데 법안은 종사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우선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경영계에서 경영상의 애로를 우려하는데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기업의 의무는 플랫폼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종사자의 기본적인 권익 보호를 중심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Q. 국제노동기구(ILO) 미비준 협약 중 사회보장 분야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A. 코로나19 확산, 새로운 고용 형태의 등장과 같은 이슈로 사회보장 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ILO가 회원국에 비준을 장려하는 사회보장 분야 협약은 7개다. 올해 해당 협약들과 국내법ㆍ제도와의 합치 여부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국내법ㆍ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도출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비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Q.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ILO 사무총장에 출마했다.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A. 내년 3월에 선거가 있다. 현 단계에서 당선 가능성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해 그동안 우리 정부가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강 전 장관의 ILO 사무총장 도전은 그러한 노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이 노동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 전 장관은 국제기구 리더십 경험이 풍부하고 인권 분야에서 경력과 전문성이 탁월하다. 3년 이상 외교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외교 현안을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ILO 핵심 의제를 주도할 역량과 자질을 갖췄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법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동법률)

Q. 민주노총이 총파업 등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면서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노정관계나 노동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고려할 때 대규모 집회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의 활동과 의사 표현이 합리적이고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책임 있는 사회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다. 아울러 당면한 갈등들에 대해서도 노사정 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도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

Q. 최근 주 4일제 도입이 대선공약으로 언급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나.

A.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고 일ㆍ생활 균형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주당 최대 52시간제를 정착시키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주 4일제로 가려면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떤지, 기업 부담 능력이 되는지, 근로자의 임금 감소는 없는지 이런 예민한 부분들을 보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그런 부분이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되지 않겠나. 지금은 정부 입장에서 주 최대 52시간제를 먼저 현장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본다.

Q. 내년 노사관계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A. 내년에는 여러 정치 일정들이 맞물려 있어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될 것 같다. 지금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경영계에서는 노동유연성을 강조하고,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처벌에 관한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것 같다. 노동계는 최근 많이 이야기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법 적용 문제부터 다양해지는 고용 형태와 관련된 차별 문제, 보호 문제를 요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일반 사업장 단위로 내려가면 작년이나 올해는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운 상황이었어서 요구 수준도 높지 않고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경기가 회복되면 근로조건과 관련된 요구가 많아질 것이다.

김대영ㆍ이동희 기자 kd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