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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노동법률] 이유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어느덧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일이 2달여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 '중재해채처벌법에 따른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등을 발간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힘써 왔으며, 기업들 역시 위 자료들을 참고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법 자체가 갖는 포괄적·추상적 한계로 인해 기업들은 복잡한 조직 구조 하에서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더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업체의 안전보건 관리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어느 범위까지 안전보건 관리를 해야 하는지 등을 명확히 알기 어려워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자사뿐만이 아니라 자사와 연계된 기업들의 안전보건 조직도 함께 점검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적합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을 갖추기 위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룹사의 경우에는 계열사를 포함해서 그룹 전체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에 관한 문의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특히 자회사의 안전보건 업무를 어떻게 관리·감독하고,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회사에 대해서도 자회사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인격 부인 문제나 모회사와 자회사의 근로자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를 인정하는 위장도급 문제처럼, 중대재해 역시 모·자회사의 종속적인 관계 특성상 모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자회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까지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고용노동부 발간자료 등에서는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책임에 대해 명시적으로 다룬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기업들의 위와 같은 고충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모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자회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 및 모회사의 책임의 범위가 의도치 않게 자회사까지 확장되지 않으면서 모회사가 자회사의 안전보건 관리를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추가로 자회사는 주로 생산 작업에 집중해서 본사의 관리 조직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 있어 자회사의 안전보건 체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하면 좋을지도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한다.

2. 어떠한 경우에 모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자회사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제4조), 여기서 말하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에 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9호 가목). 

고용노동부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란 대내적으로 사업 운영을 총괄·집행하고 대외적으로 해당 사업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사업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자를 의미한다고 하면서, 복수의 대표이사가 있는 경우 회사 내에서의 직무, 책임과 권한,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책임자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경영책임자 등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란, 사업주가 해당 장소, 시설·설비 등에 대해 소유권, 임차권 등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지고 있어 해당 장소 등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파악해 유해·위험요인 제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하며, 사업장뿐 아니라 사업장 밖이라도 사업주가 지정·제공하는 등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장소는 모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 모회사의 대표이사 등은 자회사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상당하며, 모회사가 자회사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지 여부는 모회사가 자회사 사업의 유해 ·위험요인을 인지·파악해 유해·위험요인 제거 등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모회사가 자회사의 사업에 관한 유해·위험요인을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면 모회사의 대표이사 등은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고, 양벌규정에 따라 모회사도 처벌받을 수 있을 것이다.

3. 어떻게 모회사가 자회사의 안전보건 관리에 관여하는 것이 좋을까

이러한 측면에서 만약 모회사가 자회사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사업에 관한 유해·위험요인을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회사별로 대표이사가 선임돼 있다 하더라도 모회사의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모회사가 자회사 의사와 관계없이 매년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지원하고 개선조치를 확인하는 경우에도 모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자회사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으로 '구체적으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확인 및 개선이 이뤄지는지를 점검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제4조 제3호), 모회사가 자회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매년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지원하고 개선조치를 확인한다면, 이러한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를 사실상 모회사가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라 모회사가 자회사의 유해·위험요인을 통제하고 있거나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자회사의 안전보건 담당 조직·인력이 안전보건 관리를 하되, 자회사가 안전보건 관련 업무 요청 시 모회사가 교육, 점검 등을 지원하는 경우라면 모회사가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된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에 도움을 제공할 뿐 유해·위험요인의 통제 자체는 자회사가 하고 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회사가 자회사의 안전보건 관리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모회사는 자회사보다 안전보건 업무에 보다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자회사의 '요청'에 따라 모회사가 안전점검 업무를 지원해서 그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하는 데 그치고, 모회사가 후속 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하거나 직접 후속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후속 조치에는 관여하지 않는 편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4. 어떻게 자회사의 안전보건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는데, 여기서 '사업'이란 기업 내 하부조직인 사업부 또는 사업장이 아니라 전체 사업 즉 '기업체' 내지 그에 준하는 상당한 독립성을 보유하는 수준의 사업부문을 의미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당해 사업장에서 사업의 실시를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자'로 규정한 것과는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책임자 등에서 '사업을 대표'한다는 부분을 추가했고 '당해 사업장'이라는 장소적 한계를 제외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통일적인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을 위한 조직을 갖추는 것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 설령 자회사의 본사와 사업장이 같은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에도 본사에 안전보건 전담 담당자를 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별도의 안전보건확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 → 안전담당 임원 → 안전보건 전담조직'의 형태로 자회사의 안전보건 조직의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보건 임원을 안전보건과 관련해서 대표이사의 집행기구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의 직속에 배치해서 안전담당 임원의 행위가 대표이사의 지휘에 따른 의무이행이어야 경영책임자 등인 대표이사가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하고, 전사적 안전보건전담조직을 안전담당 임원의 지휘를 받아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구체적 실행 기구로서 역할을 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기업 규모가 크지 않아 기존에 안전관리 조직 또는 인력이 전무한 자회사의 경우에는 우선 공장장 직속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안전관리 전담 인원을 둬 현장 관리부터 시작하게 하고, 모회사가 법령 변경 안내, 교육자료 제공 등의 방법으로 자회사의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