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신규 사업장 노조의 최초 단체협약 기준이 되는 금속노조 모범단체협약안이 7년 만에 개정됐다. 인권, 건강, 안전 등 시대 변화를 담은 조항들이 대폭 강화됐다.
 
금속노조는 21일 7년 만에 개정된 금속노조 모범단협안 개정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개정을 통해 지난 7년 동안 변화한 노동법을 반영하고 복수노조 대응 조항, 시대 변화를 고려한 인권ㆍ생활ㆍ건강ㆍ안전에 관한 조항을 대폭 강화했다.
 
아울러 기존 사업장 노조의 단체협약 발전에 발맞춰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조항을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지난 7년간 금속노조 중앙교섭(산별교섭)을 통해 마련한 각종 협약도 추가해 새로 금속노조 지회를 설립한 사업장의 조합원도 그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개정 모범단협은 노동조합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현장에 영향을 주는 각종 노동관계 법령의 개정 사항에 맞게 조항을 전면 수정했다.
 
이어 복수노조 상황에서 현장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차별을 금지하고, 소수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특히, 고용ㆍ생산 과정 등 노동조건의 변화 시 사전 합의 조항과 노사협의회를 활용하는 노조 무력화 시도에 대한 방지 조항을 새로 마련했다.
 
무엇보다 인권, 건강, 안전 등 시대 변화를 담은 조항들을 대폭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금속노조는 개정 모범단협에 인권보호, 정치활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 자아실현, 고용 및 노동조건 차별금지, 폭력ㆍ성폭력ㆍ일터괴롭힘 같은 물리적 정신적 위해로부터의 보호, 정보 인권 등을 명시했다.

또 직장 내 성폭력ㆍ일터괴롭힘 발생 시 조치-징계-재발 방지-불이익 금지, 예방에 대한 사업주 의무 사항을 세분하고 체계화햇다. 기술 발전에 따라 무분별하게 수집되는 개인정보를 노동조합이 통제 관리하기 위한 조항도 신설했다.
 
배우자와 가족의 개념을 새로 정하고 남성 노동자의 육아활동 참여를 보장받도록 내용도 개정했다.
 
배우자는 법률상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및 동거인을 포함하도록 하고, 가족은 법률상 혼인으로 성립된 가족 외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특별휴가(경조휴가), 경조사비, 의료비, 수당, 돌봄휴가 조항도 영향을 받는다.
 
여성노동자의 육아 활동을 보장하는 조항을 강화한 동시에 남성의 육아활동 참여를 사업주가 보장하도록 단협을 재설계했다.
 
제조업 사업장의 현안인 안전문제도 강화했다. 지난해 금속산업 노사가 맺은 감염병 예방에 대한 합의를 모범단협에 포함해 감염병, 혹서ㆍ혹한기 작업, 미세먼지, 지진 발생의 재난에 단협이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주 40시간을 넘는 초과노동 금지, 교대제 개선 및 심야노동 축소 등 장시간ㆍ야간 노동 근절과 휴식권 확보를 명시하고, 중대재해 발생 대응, 고객으로부터 성폭력 예방,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업병 예방을 담은 조항을 신설했다. 포괄임금제, 유연근무제 등 노동유연화를 도입하려는 사업주의 시도를 막을 조항도 담겼다.
 
금속노조는 앞서 모범단협 개정을 위해 모든 금속노조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금속노조 정책실과 금속노조 법률원을 중심으로 개정안 문안 마련과 조항 검토 작업을 거쳤으며, 금속노조 단체협약위원회의 초안 마련 후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현장토론을 통해 최종안이 도출됐다. 최종안은 지난 7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금속노조는 "개정 모범단협안은 2022년부터 새롭게 설립하는 금속노조 사업장 단체협약 요구안의 기준이 되며 다른 산별단위 노동조합의 모범단협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