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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5-06 11:16:15

    수정 : 2022-05-06 11:26:06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 업무상 필요성은 어떻게 인정되는가?

2022-05-06 11:16:15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 업무상 필요성은 어떻게 인정되는가?
[2022년 5월호 vol.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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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유현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재량권 내에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두 개 팀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특정 근로자를 팀장에서 팀원으로 발령해야 될 것 같은데 가능한가요?' 기업 인사팀에서 많이들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사용자가 흔히 행하는 인사명령으로는 근로자가 담당할 직무의 종류나 내용이 변경되는 전보나 근무 장소 변경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전근 등이 있다(전보, 전근, 전직, 배치전환 등의 용어 사용에 대해서는 학설마다 그 범위가 조금씩 상이할 수 있으나 이하에서는 이를 '전직'으로 통칭한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이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실제로 사용자로서는 근로자들을 경력, 기술 등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사용자의 인사명령은 사용자가 근로자와 체결했던 당초 근로계약에서 정한 담당 직무의 종류, 내용이나 근무 장소 등을 변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위와 같은 사항들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인사명령은 필연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실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조직이 개편되면서 팀장의 보직을 담당하고 있던 근로자가 팀원으로 변경되기도 하며, 공장 이전 등의 이유로 수도권에 있던 근로자의 근무 장소가 지방으로 변경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사명령이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재량권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는 반드시 한계를 둬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며 사용자에 의한 전직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위 조항의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당한 전직처분의 범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례는 많이 축적돼있다. 법원은 인사권이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보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면서도, "전직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전직 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77 판결 등).

    즉 근로자에게 초래되는 생활상 불이익과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을 비교형량해 근로자에게 막대한 불이익이 초래되는 경우 해당 인사명령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때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등 참조).

    법원은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을 비교적 넓게 인정해왔다.
     
    그렇다면 법원이 설시하는 업무상 필요성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법원은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 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 능률의 증진,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즉 법원은 노동력의 적정 배치, 업무 효율 증진, 기술혁신이나 기업재편에 따른 인력조정뿐 아니라 근로자 사이의 인화까지도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며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사이의 인화를 위한 전직은 노동력의 효율적인 배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아님에도 사내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므로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회사 내 위계질서를 어지럽히고, 어려운 일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동료들 간에 불화가 잦아서 이미 징계처분도 받은 적 있던 근로자에 대한 타 부서 발령을 유효하다고 보았고(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77 판결), 객실승무원 간의 분쟁을 이유로 객실승무직 근로자를 사무직으로 전보한 사안에서도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25041 판결). 동일한 장소에서 협업하는 근로자 간의 갈등이나 분쟁에 대해 사용자가 직접 해결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인화까지도 전직처분에서의 업무상 필요성으로 인정해온 법원의 태도는 수긍할만하다.
     
    반면, 업무상 필요성을 넓게 인정하는 법원의 태도가 상대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므로, 법원이 사용자의 인사재량권을 필요 이상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어왔다. 비록 업무상 필요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지만, 조직개편이나 인원 배치에 대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을 함에 있어서 임금 삭감 없이 다른 부서로 배치하는 등 생활상 불이익이 거의 없이 전직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원은 근로자의 근무 장소를 춘천에서 서울로 변경한 사안(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52928 판결)이나 본사 직원을 1년 4개월 동안 인천, 상주, 여수, 창원 등 현장으로 5차례 전보한 사안(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93596 판결)에서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각 판결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업무상 필요성의 범위가 달라진다면 전직처분의 정당성 역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하급심 판결을 고려해 전직처분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보처분에 있어서의 업무상 필요성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는 듯한 하급심이 선고됐다(서울행정법원 2022. 4. 8. 선고 2021구합52754 판결). 해당 하급심은 사용자가 주요 사업의 정부정책 변화, 신규 추진 및 계속 사업 변화 등을 고려한 일부 업무분장 조정 수요 발생 등을 이유로 종래 2단 4센터 1실 23팀으로 구성돼 있던 조직을 2단 6센터 1실 25팀으로 개편하면서 팀장이었던 근로자를 팀원으로 인사명령한 사안이었다. 위 판결에서 사용자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근로자의 팀장 보직을 해제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위 판결에서 법원이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팀의 개수가 23개에서 25팀으로 증가했음에도 오로지 해당 근로자만을 팀장 보직에서 해제한 점과 해당 근로자가 조직개편 이전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처분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용자에게 이의를 제기한 점 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근로자의 팀장 보직이 해제되면서 감급된 것은 아니지만 월 60만 원의 직책급 업무추진비도 수령하지 못하는 생활상 불이익도 감안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기존에 대법원 판례가 설시하던 전직처분의 정당성과 관련해 '업무상 필요성'의 범위를 기존보다 제한된 범위에서 해석하는 취지로 판시한 점이다. 구체적으로 위 판결은 헌법 제32조 제3항의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으로 구체화됐다는 취지를 언급하면서 위 근로기준법이 사적 영역에서 근로자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위 근로기준법상 전직처분의 한계를 규정하는 조항이 헌법에서 유래된 것이라면 위 판결에서 설시하는 '경제 체계를 구성하는 사적 권력의 효율성 우선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전직처분의 정당성을 더욱 엄격히 인정해야 하며, 업무상 필요성을 넓게 인정함으로써 전직처분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을 넓히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에 반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이 판결은 전직처분과 관련해서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그 정당성을 판단하는 대법원 판결을 설시하면서도 "업무상 필요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대칭적으로 정보를 보유하는 사용자 측에서 쉽사리 만들어낼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며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라도 인정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인사권이 행사된 경위와 맥락, 인사명령의 내용이 종전 인사 관행과 비교할 때 얼마나 이례적인지 등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그 인사권이 남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이 옳다"고 설시했다.

    즉,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근로자에 대한 생활상 불이익이 적은 경우에도 그 자체로 전직처분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업무상 필요성이 통상적인 상황에서 용인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보를 쥐고 있는 사용자로 하여금 남용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법원도 일전에 근로자가 희망퇴직을 거부한 이후 신설 부서에 해당 근로자를 전보시킨 사안에서 전보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이 있는데(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두36929 판결), 해당 판결 역시 위 근로자가 희망퇴직을 거부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 필요성이 남용됐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 판결은 전직처분의 정당성 판단을 위한 업무상 필요성의 범위를 기존보다 좁게 해석하면서, 사용자가 조직개편 등을 통한 업무상 필요성을 구비했더라도 그 자체로 전직처분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업무상 필요성이 있어야만 전직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태도가 아직 일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러한 판결의 경향이 지속된다면 사용자는 근로자 전직처분에 있어서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며, 반드시 해당 근로자를 전직처분해야 하는 사유에 대해 미리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하급심 판결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인사명령의 경우 인사명령 그 자체의 효력을 다툴 수도 있겠으나,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하는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로서 노동청 진정 또는 고소 등 형사적으로도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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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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