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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11-18 08:56:00

    수정 : 2022-12-02 17:09:52

노조 쟁의행위로 인한 ‘부수적 행위’, 정당성 판단 기준은?

2022-11-18 08:56:00



노조 쟁의행위로 인한 ‘부수적 행위’, 정당성 판단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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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vol.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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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청사(사진=대법원)

    쟁의행위 목적을 홍보하기 위한 간담회 개최 소식을 알리고자 사내 방송시설을 이용한 행위를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적법한 쟁의행위에 돌입한 이후 이뤄진 부수적 행위인 만큼 정당성이 인정되고 방송실 출입을 제한하지 않는 노사관행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쟁의행위에 따르는 부수적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정일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주체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절차적 요건을 갖춰 적법하게 개시된 쟁의행위의 목적을 공지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부수적 행위"라며 "전체적으로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아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내 방송실 잠그고 방송한 노조 위원장, 법원 판결은?
     
    검찰은 앞서 공단 경영노무처 사무실 내 방송실에 들어가 노조 간담회 개최 사실을 알리는 방송을 하고 관리직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출입문을 잠근 혐의로 윤 전 위원장을 기소했다. 윤 전 위원장이 공단 측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방송실 안에 들어가 관리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노조는 당시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교섭은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총파업을 앞두고 성과연봉제 폐지에 관한 중식 간담회 개최를 홍보하기 위해 방송을 하게 됐다.
     
    1심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윤 전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에서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에 벌어진 부수적 행위로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윤 전 위원장의 행위는 적법한 쟁의행위가 시작된 이후 그 목적인 '성과연봉제 폐지'에 관한 간담회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질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위원장 등이 방송실을 사용하는 동안 업무를 처리하는 데 별다른 지장도 없었고 출입이 원칙적으로 금지ㆍ제한된 구역이 아니었다"며 "방송실 사용을 위한 절차가 마련돼 있었지만 공단은 노조에 대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은 채 구두 사용신청ㆍ사용통지 후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노사관행이 계속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 '쟁의행위의 부수적 행위' 정당성 판단기준 제시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쟁의행위의 부수적 행위에 대해서도 정당한 쟁의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쟁의행위의 목적을 알리는 등 적법한 쟁의행위에 통상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도 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이다.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단체교섭 주체인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사 간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목적인지 ▲조합원 찬성 결정 등의 절차를 거쳤는지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되는지 ▲폭력이 행사됐는지 등의 판단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는 사건은 많았지만 쟁의행위에 따르는 부수적 행위가 정당한지가 쟁점이 된 사건은 없었다.
     
    노호창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판결을 올해 주목해야 할 판결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노 교수는 "지금까지는 쟁의행위 그 자체의 정당성 판단이 문제가 됐고 쟁의행위에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이 문제된 적은 없었다"며 "적법한 쟁의행위에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는 형법상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한 최초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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