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 정치학박사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은 겉으로는 웃고 있는데 속으로는 우울증을 겪는 것을 말한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쉽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노래 가사가 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 리쌍, '내가 웃는 게 아니야' 중에서
웃고 싶어서 웃는 게 아닌 사람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사람들. 지금 내가 왜 웃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그 정도가 심해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불면증, 생리불순, 만성피로 등이 동반되면 의학적으로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도 부르는 정신 병증으로 취급한다.
나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해당하는가? 다음 문항들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자가진단이다.
-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실패자다
- 나는 미래가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다
- 최근 식욕, 성욕이 떨어졌다
-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 없다
-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한다
- 이유 없이 몸무게가 줄었다
- 감정 주체가 안 되고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만약 위 문항의 반 이상에 '그렇다'고 체크했다면 당신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혹은 가면성 우울증에 이미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한시바삐 전문 병원을 찾아가 상담과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한다.
만약 '그렇다'고 체크한 문항이 몇 개 되지 않는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단 하나라도 체크했다면 당신은 감정 강요, 감정 착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반복 노출되다 보면 언젠가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혹은 가면성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감정 강요, 감정 착취
직장인은 웃고 싶지 않은데 웃어야 하는 상황에 항상 노출돼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좋은 아침입니다"라며 인사하고 웃어야 한다. 일과 중 상급자가 "○○ 씨, 안 그래?"하고 말을 걸면 내 의견과 상관없이 "그럼요. 하하하"하고 화답해야 한다.
저녁때가 되면 회식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웃으며 밥을 먹고 웃으며 맛있다고 해야 한다. 건배를 외친 후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외쳐야 한다.
익명의 다수에게 "고객님 사랑합니다"로 인사를 시작하고, 고성과 막말을 들으면서 "감사합니다. 고객님"을 수없이 외쳐야 하는 전화상담원은 정신적 고통이 더욱 크다.
정신적 고통이 큰 이유는 첫째, 감정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강요된 감정은 부자연스러운 감정이므로 쉽게 피곤해진다. 둘째, 감정을 착취당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필요에 의해서 마치 서랍에서 물건 꺼내듯 감정을 내놓아야 하니 감정을 빼앗긴 기분이 든다.
감정 강요·착취 느낌이 들 땐 어떻게?
감정을 강요당하고 착취당한다는 느낌이 반복되고 그런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절망하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강요, 감정 착취의 초기 단계에서 각 개인의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처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웃고 싶지 않을 땐 웃지 않으면 된다. 아침에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이 가면을 쓴 것처럼 괴롭다면 웃지 않고 인사만 하면 된다. 활짝 웃는 대신 가볍게 미소 짓고 미소 대신 목소리 톤만 밝게 유지하면서 인사하는 것이다.
둘째, 울고 싶을 때 울면 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내가 느낀 감정을 과하지 않은 선에서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참고 감추다가 정신 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감정을 발산하자.
셋째, 감정의 강요와 착취를 피할 수 없는 근무환경이라면 받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한다. 산책을 하거나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은 해소법이다. 맨손 체조와 스트레칭, 명상과 심호흡도 도움이 된다.
넷째, 상급자와 부서에 공식적으로 도움과 문제해결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회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면 상급자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참석하지 말자. 고객 응대 업무 때문에 두통이나 불면증이 생겼다면 건의해 일을 줄이거나 부서를 옮기는 것도 생각해보자. 그것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과 가면성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보다 낫다.
내 감정을 주지 않겠어
후배 A의 이야기이다. A는 20명 규모 중소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한다. 부서별 업무가 나눠져 있지만 구성원 모두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에서 A의 나이와 직급은 딱 중간이다.
A는 큰 스트레스를 두 가지 겪고 있었는데 하나는 상사인 부장 한 명이 A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었다. 부장은 A를 이름으로 부르고 때로는 '인마(이놈아)'라고 호칭했다. 말하면서 툭툭 치는 것은 예사였으며 외모나 복장으로 놀리기도 했다. 가장 괴로운 것은 그럴 때마다 "아이, 부장님. 하하하. 왜 그러십니까. 하하하"하고 웃어야 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이었다. 다른 하나는 원치 않는 잦은 회식이었다. 잦은 회식은 대개 2차로 이어졌고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등 3, 4차까지 갈 때도 많았다. 술도, 노래도, 여자도 좋아하지 않는 A는 건배할 때 웃으면서 한 번, 노래방에서 신나는 뽕짝 메들리를 부르면서 또 한 번 속으로 울었다.
스트레스는 두통, 악몽, 불면증, 호흡곤란으로 이어졌고 찾아간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단단히 결심하고 행동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A는 부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은 후 부탁했다. 직책을 부르고 존중해 달라고, 신체를 건드리지 말고 놀리지 말라고 말이다.
부장은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며 깜짝 놀라 사과를 하긴 했으나 친근감의 표현이었다면서 변명했다. 이어서 "그런데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고 말했을 때 A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가 예민한 거 아니고 부장님이 저를 존중하지 않는 겁니다.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A는 부장에게 '회식에 참석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고 사장과 다른 임원들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따로 대화자리를 마련해서 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저도 말을 하겠지만 먼저 부장님이 운을 떼주세요"라고 말했다. 부장은 그렇게 했다. 사장 등은 A가 회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별말 하지 않았다.
달라진 부장의 태도와 어색해진 관계, 회식하는 날 괜히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 이것은 A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회식 다음 날 뭔가 또래집단에서 튕겨 나온 것 같은 분위기도 조금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줬다. A의 정신 상태는 호전됐고 불면증, 호흡 곤란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