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ㆍ3조 개정운동본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노조법 2ㆍ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ㆍ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동희 기자 dhlee@)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을 둘러싼 노사 간, 여야 간 설왕설래가 한창인 가운데, 그간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에 목소리를 높여온 노조법 2ㆍ3조 개정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내놓고, 정부와 경영계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을 밝혔다.
 
'실질적 지배력설' 담긴 사용자 정의
 
①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에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이번 개정안엔 노동조합법 2조 정의 규정 중 '사용자' 정의 개정이 담겼다. 기존 정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였으나,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했다. 기존에는 근로계약관계를 기반으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판단했지만 이제는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실질적 지배력설'로 불리는 해당 표현은 법원 판결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앞서 대법원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는지 쟁점이 된 사건에서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부당노동행위를 행했다면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최근에도 법적 분쟁이 뜨겁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마찬가지로 실질적 지배력설에 근거해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종합하면 개정안은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노동자라 할지라도 원청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겠다는 것인데, 이때 업종이나 사업장별로 원청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지배력 여부 판단 지표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기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은 "법원 판례의 태도를 요약하면 노동자들이 원청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작업표준, 업무매뉴얼, 업무처리 앱, 기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업무 방법을 원청이 결정하거나 ▲작업시간, 휴게시간, 교대조의 편성 등 작업 일정을 원청이 결정하거나 ▲도급비, 수수료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노동조합이 교육, 총회 등 회의 개최, 쟁의행위, 집회 등을 하기 위해 원청의 사업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이 가져올 혼란에 대해서
 
이 같은 실질적 지배력설에 대한 노사 입장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특히, 경영계는 실질적 지배력설이 담긴 사용자 정의가 원청사업주에게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지위를 강제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이는 도급이라는 민법상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원청 대기업을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여 쟁의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는 민법상의 당사자 관계 원칙을 무시하고 도급체제를 무너뜨리고, 실제 근로계약에 관계되지 않은 원청 기업들을 쟁의의 대상으로 만들어 끊임없는 쟁의행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경영계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과 기준으로 인해 노사관계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운동본부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한다는 것은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사용한 용어"라며 "법원과 준사법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가 판결문 등에서 거듭 사용하였음에도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운동본부는 같은 취지의 결정 및 판결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세 차례(CJ대한통운ㆍ현대제철ㆍ대우조선), 서울행정법원(CJ대한통운)에서 한 차례 있었다는 것도 덧붙였다.
 
정기호 원장은 "대법원 판결이 종래 없었던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 아니며,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도 소위 실질적 지배력설은 학설상으로도 충분히 논의ㆍ정립된 개념"이라며 "대법원 산하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도 지배력설이 '하청 및 파견 근로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와의 단체교섭이 항상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입장과 대략 일치한다'고 하는 등 지배력설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③ 사용자 정의 확대로 인해 단체교섭이 장기화되고 사법 분쟁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정부의 우려도 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안에 대해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이라며 국회의 신중한 결정을 촉구했다. 고용부는 실질적 지배력이 가진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인해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의 증가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교섭 요구 때마다 개별적으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하는 것, 교섭 여부가 결정된 후에도 교섭의제별로 사용자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ㆍ결정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가 교섭에 응한다면 그동안 발생했던 노사 간 분쟁이 손쉽게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기호 원장은 "그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근로계약 상대방인 하청사용자를 상대로 도돌이표처럼 무익한 교섭 요구를 반복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단체교섭이 장기화하고 분쟁이 격화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돼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있으면 이러한 무익한 분쟁의 장기화를 방지할 수 있어서 오히려 노사 간 분쟁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④ 사용자 정의가 개정되면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하고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현 교섭절차와 충돌하지 않을까
 
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수노조 간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지 못하면 과반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돼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한다.
 
운동본부는 이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정안과 충돌한다는 주장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정기호 원장은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3권이 노동조합법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의해 제약된다는 건 노조법이 헌법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은 노동조합법을 헌법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원ㆍ하청 교섭이 이루어질 경우 하청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가 되면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대표노조로서 단체교섭을 진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쟁의행위' 대상 확대가 '파업 만능주의' 낳는다?
 
⑤ 노동쟁의 정의 개정으로 파업이 잦아져 노사갈등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개정안은 사용자 정의에 이어 노동쟁의 정의도 개정했다. 현행 노동조합법 2조의 5호는 노동쟁의를 "노조와 사용자 간에 임금ㆍ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노조와 사용자 간에 임금ㆍ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으로 정의했다.
 
이는 노조와 사용자 간 불일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확대한 것인데,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의제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에서 근로조건에 대한 전반적인 권리로 확장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근로계약에 의해 이미 정해진 권리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쟁의 범위가 '권리분쟁'으로 까지 넓혀지면서 파업이 잦아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식 장관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쟁의 및 적법한 파업의 범위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까지 확대된다"며 "이 경우 노조가 파업 등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돼 노사갈등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 운동본부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단체협약 위반을 둘러싼 분쟁도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우려하는 것과 달리 파업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운동본부의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그동안 사용자가 단체협약이나 노동법을 위반하는 경우 소송을 통해서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고, 소송은 당연히 장기간의 분쟁 상태가 노정(路程)할 수밖에 없어서 노동조합으로서는 손쉽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놓여 있었다"며 "그러나 개정안을 통해 권리분쟁도 단체교섭에서 의제로 다룰 수 있다면 쟁의행위로 나아가지 않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쟁의행위로 나아가는 경우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부진정 연대책임 미적용돼
 
⑥ 노동조합법 3조 개정이 기업 보호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개정안은 손해배상 청구 제한 규정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법상 합법인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불법인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조합원들은 청구액에 대해 동일한 연대책임을 진다.
 
그동안 부진정 연대책임은 노동계로부터 사용자의 노조 파괴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손해배상 청구로 고통받는 노동자 개인에게 노조를 탈퇴하거나 퇴사하면 소송을 취하해주겠다는 식의 회유가 발생해 노조 파괴로 이어졌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가령 조합원 10명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을 때 1인당 1억 원씩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유당한 5명이 소송에서 벗어나면 남은 5명이 1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이 많아지면 남아 있는 사람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정안에서는 불법인 쟁의행위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책임 비율에 따라 손해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제삼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금지되면서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신원보증인은 근로자가 근로계약 후 고용주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배상하겠다고 약속한 제삼자를 뜻한다.
 
부진정 연대책임 미적용에 대한 경영계의 비판이 높다. 경제6단체는 "개정안은 다수의 집단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개개인별로 나누어 배상 청구하라는 것인데, 실제로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손해를 개개인별로 나누는 것은 무리이며 집단적 행위이므로 연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이 옳다"고 반발했다.
 
이에 운동본부는 "행위자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른 책임 부과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에 더욱 부합하고, 부진정 연대책임의 철저한 관철은 되려 이와 같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상충하는 면이 있다"며 반박했다.
 
이어서 "종래 법원은 불법한 쟁의행위가 곧 노동조합 및 가담한 조합원 전원의 부진정 연대책임이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따졌다"며 "그러나 공동불법행위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합원 각각의 불법행위 사실이 입증돼야 하고, 각각의 불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도 입증돼야 하는데,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히 따져야 할 쟁의행위에 대해서 오히려 일반적인 불법행위보다 손해배상책임을 느슨하게 따지고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