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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직역수호위원장
1. 3당이 발의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현황
제21대 국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언제나 여야는 정쟁에 휩싸여 있지만 국민의 삶을 바꾸는 민생법안을 차곡차곡 통과시키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통과돼야 할 민생법안 중 하나가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이다. 여야 3당이 모두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더불어민주당이 노동관서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 대행ㆍ대리권을 내용으로 하는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송옥주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다음으로 정의당이 노동 및 사회보험 관계법령에 따라 제기하는 행정소송에 대해 공인노무사에게 소송대리인의 자격을 부여하고, 노동 및 사회보험 관계법령에 따라 제기하는 민사소송, 형사소송 사건에 대해 공인노무사에게 공동 소송대리인 자격을 부여하고, 노동청 사건 고소ㆍ고발사건에 대한 진술을 명확히 하는 공인노무사법 개정안(류호정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이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진정ㆍ고소ㆍ고발사건에 관한 진술, 근로감독관에게 노동관계법령 위반에 관한 조사를 받는 사건 등의 대행 또는 대리를 포함하고, 공인노무사 아닌 자의 공인노무사 직무수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임이자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이 중에서 노동청 단계에서 고소ㆍ고발 사건에 대한 공인노무사 진술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3당이 약간 차이가 있으나 비슷한 취지다. 이는 국회에서 노동청 단계의 고소ㆍ고발 사건에 대한 공인노무사 진술을 명확히 하는 것을 중요한 민생법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이 민생법안이지만 직역과 관련한 문제도 배제할 수 없는바, 각 단체나 기관은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각자 직역단체로서 표명하는 반대의견인 만큼 검토해볼 필요가 있으나 그 중에서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에 대해서는 대단히 오해를 하고 있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2.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에 대한 오해
가.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은 변호사 직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먼저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률 간의 충돌이 일어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를 삭제하는 개정안은 과거 제20대 국회에서도 임이자 의원이 발의했다. 그때도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 간 통일성이 저해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개정안에 반대했다. 지극히 추상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이 통과돼도 변호사의 노동관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즉,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이 통과돼도 변호사 직무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단순히 공인노무사 직무와 관련된 조항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이 통과돼도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서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노동위원회 사건, 산재신청 사건, 대지급금 사건 대리인으로 관련법령에 변호사가 명시돼 있는 한 아무런 영향도 없다. 보험사무대행기관인 세무사가 보험료징수법에 따라서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동일한 논리이다.
오히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가 삭제되면 가장 이득을 볼 집단이 바로 변호사 쪽이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은 오로지 불법으로 공인노무사와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행정사의 업무수행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최근에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산재업무를 수행한 경찰관 출신 행정사에 대해 고발했으나 불송치 결정이 났다. 이때 대한변호사협회는 행정사가 산재업무를 수행할 경우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수사기관에 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행정사가 의뢰인이 불러주는 대로 요양급여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법률관계문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므로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불송치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우나 대한변호사협회 의견서가 무력한 것이 현실이다.
산재업무는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 사건과 대지급금 신청도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다. 만약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조항 개정안을 반대한다면 행정사가 불법적으로 공인노무사,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인노무사 직무 중 법률사무 영역은 공인노무사와 변호사가 공동으로 지켜야 할 직역인 만큼 대한변호사협회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최근에 행정사를 고발할 때 거의 예외 없이 공인노무사법, 행정사법,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 법리는 필자가 최초로 발견한 법리로 이 3단 그물망이 행정사를 처벌하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만약 세 가지 법 위반으로 처벌되면 그 자체로 엄중한 처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고, 행정사가 사건을 하면서 돈은 받았는데 업으로 한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변호사법, 행정사법으로만 처벌하면 되고, 업으로는 했는데 돈을 받은 것이 입증이 안 되면 공인노무사법, 행정사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업으로 했거나 돈을 받은 것이 모두 입증이 안 된다면 그냥 행정사법으로만 처벌하면 된다.
필자가 경험해보니 수사관, 검사, 판사도 세 가지 법 중에 한 개 법이라도 위반 혐의를 입증하면 되니 행정사의 범죄행위를 처벌하기에 용이하다. 일선의 수사관들도 행정사의 3법 경합위반에 대해서 신기한 법리로 생각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수사한다. 3법 위반으로 기소된 행정사도 도저히 무혐의로 빠져나가기에 어려워 전의를 상실하는 것 같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조항이 삭제돼도 변함없이 행정사를 처벌하는 3단 콤비네이션 법리는 그대로일 것이다.
나. 행정사는 공인노무사법과 관계없이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경우 변호사법으로 처벌받는다
행정사들이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조항 삭제 개정안을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1984년 12월 31일에 제정된 공인노무사법 제27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변호사 또는 행정서사가 변호사법 또는 행정서사법의 규정에 의한 고유 업무로서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 업무를 행하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 근거해 행정사가 과거부터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기득권은 행정사 제도가 1897년(고종황제시대)에 도입됐으므로 고종황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행정사가 당시부터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사가 1897년(고종황제시대)부터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한 자료는 찾을 수도 없고 확인된 사실도 없다. 필자가 공인노무사 원로 1기 선배님께도 행정사가 당시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했는지 물어봤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노동관계법령의 근간인 근로기준법이 최초로 제정된 것이 1953년도고 노동행정이 본격화된 것은 공인노무사 제도가 태동한 1980년대 이후인 점을 생각하면 행정사는 노동과 관련해 수행할 업무가 없었음에도 이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사들이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한 것은 시험 출신 행정사가 나오고 2015년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다. 당시 주로 노무법인 사무장 출신 행정사들이 공인노무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행정안전부도 행정사는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 2002년도에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행정사 제도 폐지가 결정됐다가 간신히 유지되기도 했다. 행정사들이 공인노무사 직무에 기득권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행정사가 과거 공인노무사법에 따라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냥 행정사들의 가정적 주장일 뿐이다. 만약 행정사가 과거에 산재 신청 업무, 임금체불사건 업무를 수행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무자격자가 법률사무를 수행할 경우 처벌받는 변호사법 규정이 1973년 1월 25일부터 시행돼서다. 공인노무사 직무 중 노무관리진단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법률사무에 해당한다. 결국 공인노무사법 규정과 관계없이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하면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행정사 측의 논리는 불법행위를 기득권으로 인정해달라는 점에서 전혀 타당하지 않다.
3.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 삭제 개정안은 민생법안이다
행정사도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해 처벌받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자 그에 따른 위기감으로 행정사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없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사법 개정은 도대체 왜 시도하는 것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단서조항 삭제 개정안은 행정사의 범죄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전과자 양성을 방지하고 비자격사의 업무수행으로 피해를 입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민생법안이다. 또한 43만 명의 행정사 중 대다수인 퇴직공무원의 특혜를 막고 청년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인 법안이다. 그리고 노동법이나 다른 자격사 관련법 공부도 안 하고, 심지어 시험도 안 보고 취득한 행정사 자격증으로 호시탐탐 만능 업무를 하려는 세력들에게 공정을 지키고자 철퇴를 가하는 법안으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최근에 문제가 된 병역비리 행정사로 인해 병역 브로커 및 면탈자 등 총 13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병역면탈자도 심각한 범죄자이지만 병역비리 행정사가 만약에 없었다면 그들이 범죄자가 됐을지 의문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행정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행정사들이 다 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렇게 중차대한 범죄가 일어난 이상 이제 국회와 정부에서 다시 2002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뤄졌던 행정사 제도 존치 여부 논의를 되살리고 행정사 업무 범위 축소 등 명확화에 대해 즉각 진지한 검토를 해야 할 때다. 그것이 대국민 피해를 막는 것이고, 행정사 자격증이 만능 자격증이라고 속아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피해를 막는 길이며, 공무원 특혜를 막고 공정사회를 지키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