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노동3권 침해와 사용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금지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일명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법'과 '거대 노동조합의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린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와 '거대노조 괴롭힘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지난달 13일 열린 민당정 협의회 후속조치로, 앞서 당정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의 요구가 있거나 노조 내 횡령ㆍ배임 등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노조회계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민당정 협의회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정부와 여당은 조속한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형동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 배경으로 "일부 노동조합의 불법ㆍ부당한 관행들로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의 노동권이 침해되고, 불투명한 회계로 인해서 투명하고 자주적인 노조 운영과 발전이 저해되는 문제가 있음에도 현행법은 이를 규율하기 위한 수단이 부족해 합리적 노사관계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1년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이후 다수 노조의 폭행ㆍ협박 등을 통한 소수노조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3권 침해, 조합원 채용 강요, 노조 가입ㆍ탈퇴에 대한 방해 등의 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나 여전히 입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동조합 및 산하 조직이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활용해 규약, 조합원 수, 결산서류 등을 자율적으로 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조합원의 권익 강화 및 노조의 민주성 강화를 위해 조합원 수 2분의 1 이상이 공시시스템을 통한 공시를 노조에 요구하는 경우와 횡령ㆍ배임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발생해 장관이 공시를 요구한 경우에는 공시를 의무화한다. 자율적 공시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회계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 규약에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이때 회계감사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회계 관련 지식이나 경험 등 직업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명시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시행령으로 규정)의 노조의 경우 공인회계사 자격을 요구하도록 규정했다. 회계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는 총회에서 조합원이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임원직 겸임을 금지할 것을 명시했다.
 
또한, 조합원이 언제라도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조합원 열람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회계서류 보존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 또는 총회를 통해 공개하도록 해 노동조합의 자주권ㆍ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개정안엔 '거대노조 괴롭힘 방지'를 위한 내용도 담겼다. 노동조합이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한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가 불이익한 처분, 폭행ㆍ협박 등으로 노조 가입ㆍ탈퇴를 강요ㆍ방해하거나, ▲폭행ㆍ협박 등으로 다른 노조나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활동이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다른 노조가 요구해도 교섭대표 노조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을 강요하는 등 공정한 채용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또한, 노동조합이 부당한 금품 등을 요구하며 업무제공을 거부ㆍ해태하거나 폭행ㆍ협박 등으로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사용자에 대한 폭행ㆍ협박 등으로 위법한 단체협약 체결을 강요하는 것도 불법행위로 보며, 소속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에 대한 채용ㆍ임금 등 차별을 강요하는 행위도 불법행위로 규율한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