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논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dhlee@)
 
중대재해처벌법 손질에 나선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TF 위원장인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논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교수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서 원청 대표이사가 처벌대상이 된 것에 대해 "대표이사라고 무조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예산이나 인력 등 안전과 관련한 모든 집행을 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논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발족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중대산업재해 수사심의의원, 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한국형사법학회장 등을 역임해 형사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불린다.
 
TF가 추진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향은 고용부가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제시한 ▲처벌요건 명확화 ▲상습ㆍ반복 다수 사망사고 형사처벌 확행 ▲제재방식 개선 ▲체계 정비 등이다. TF는 6월까지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TF 검토, 크게 네 갈래...'위험성평가' 중점
 
이날 포럼에서 김 교수는 현재 TF에서 검토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내용을 크게 네 가지로 압축했다.
 
네 가지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구성요건 세분ㆍ명확화 △과징금ㆍ벌금ㆍ과태료ㆍ불법이익환수 등 금전제재 도입ㆍ개선 여부 △중소규모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시기 적정성 △산업안전법ㆍ중대재해처벌법 체계ㆍ내용적 정합성 및 개편 필요성 등이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구성요건 세분ㆍ명확화를 위해 위험성평가를 안전보건확보의무와 연결시키는 방안과 중대재해처벌법 처벌규정을 중대산업재해 예방과 밀접한 의무 위반 중심으로 명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험성평가를 중점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지난해 고용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고용부가 로드맵에서 밝힌 것처럼 TF도 중대재해 예방에 방점을 찍고 위험성평가 등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요건을 명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조치(시행령 제4조)에서 추상적이라고 비판받는 제3호, 5호, 8호의 경우 좀 더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때 제3호는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개선하는 절차 마련 및 점검 의무, 제5호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 미이행, 제8호는 급박한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 의무 미이행을 말한다.
 
특히, 시행령 제4조 제3호ㆍ5호ㆍ8호의 경우 위반율이 높은 조항으로 손꼽힌다. 올해 1월 고용부가 발표한 2022년 중대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 34건 중 28건이 제3호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5호(20건)와 제8호(17건)은 그 다음으로 높아 제3호ㆍ5호ㆍ8호 규정 위반이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제3호, 5호, 8호는 가장 많은 위반이 발생하는 조항이기도 하고 의무 이행과 사고 발생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기업에서 이 세 가지를 잘 지킨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결과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법원에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대재해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형사처벌을 집중하고 확실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제재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교수는 TF에서 경제적 제재 방식에 대해 과징금, 벌금, 과태료, 불법이익환수 등 다양한 범위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법에서 명칭을 벌금으로 할 것인지, 과태료로 할 것인지에 따라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해 현재로선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줄이자는 본래 취지에 맞는 게 어떤 것인지 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지금 우리나라에 과징금이 다양한 법률에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과연 어떤 경우의 과징금과 논리적으로 부합할 수 있냐는 부분들도 검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간 입장 차는 극명하다.
 
노동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유예기간을 충분히 줬으니 예정대로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대다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인력, 비용을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으니 제도 보완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같은 50인 미만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건설업이냐 제조업이냐에 따라 다르고, 20인, 30인, 40인 등 구성원 10명 차이만으로도 기업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TF에서는 실질적으로 20인, 40인 등 다양한 기준을 갖고 적용 시 특별히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합성을 갖췄는지도 검토한다. 관련해서 중대산업재해 발생 건수를 가시적으로 감소하기 위한 효율적 방법을 검토하고, 안전보건법령 체계를 정비한다. 김 교수는 "현행법이 계속 유지되려면 다른 부분과도 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전보건업무 책임자가 곧 '경영책임자'
 
이날 포럼에선 최근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 대한 질의가 주로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온유파트너스)과 2호 판결(한국제강)이 연달아 나오면서 경영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두 사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원청 대표이사가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호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첫 유죄가 나온 사건으로, 법원은 하청 근로자 A 씨가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정 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호 판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첫 실형이 나온 사건이다. 법원은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ㆍ보수를 담당하던 하청 근로자가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건에서 한국제강 대표이사 B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히 최근 판결들이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가 아닌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은 것을 두고 각종 질의가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대부분의 기업에서 CSO를 선임한 상황에서 연달아 발생한 원청 대표이사의 유죄 판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는 것이다. 또한, 향후 TF를 통해 경영책임자 범위가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는지도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그 부분이 가장 큰 쟁점 중에 하나"라고 입을 연 후 "대표이사 직책을 달고 있으면 무조건 처벌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대표이사든, 최고경영자(CEO)든 명칭은 판사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람, 즉 예산이나 인력 등 안전과 관련한 모든 집행을 한 사람이 만약 CSO라면 CSO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해 검찰이 삼표그룹의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을 예로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삼표산업 사건에서는 검찰이 그룹의 회장이 안전보건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를 받는 등 실질적 권한을 행사했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안전보건업무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중대재해 책임으로 이어질 경우 관련 위험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CEO나 회장이 안전보건업무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 취지와는 반대로 안전보건업무에 대한 CEO, 회장 등 경영진의 관심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CEO, 회장 등 경영진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보건업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 해석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안전보건업무에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한 경영책임자 범위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뜨거운 상황인데, 관련해서 노동계는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여기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로 한정한다고 해도) 대표이사가 CSO에게 모든 안전보건업무를 넘겨주고 관여하지 않는다면 대표이사를 기소할 수 있겠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대표이사가 기업을 운영할 때 혼자서 다 하지 못하니까 분업이 있는 것이고 CSO 등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인데, 이를 법으로 못하도록 막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