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 높이 7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농성을 벌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과 관련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할 것"을 선포했다.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사실상 무산되고 최저임금위원회까지 파행 위기에 놓여 노정 관계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포스코 하청노조 고공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윤석열 정권 공권력 남용 및 폭력 진압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노총은 "어제와 오늘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9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포스코 하청업체인 성암산업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7m 높이의 망루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다음날인 30일 경찰이 김준영 사무처장을 지상으로 내리기 위해 접근하자 현장에 있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이를 막았고, 경찰은 김만재 위원장을 진압하고 강제 연행했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 대여섯 명이 김만재 위원장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하고 뒷수갑을 채워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
 
이어 31일 새벽 진행된 김준영 사무처장 강제 연행에서도 과잉 진압 논란은 계속됐다. 경찰은 사다리차 두 대로 고공농성 중인 김준영 사무처장에게 접근했고 김준영 사무처장은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경찰봉을 휘둘러 김준영 사무처장을 제압했고 김준영 사무처장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지상으로 내려왔다. 김준영 사무처장은 경찰서로 연행된 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30일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을 진압하려던 경찰에 항의하다 다수의 경찰관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돼 광양경찰서로 연행됐다. (영상 갈무리=금속노련)

한국노총은 "정부가 공권력을 남용해 폭력 진압을 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연행 과정에서 경찰은 김만재 위원장의 머리와 목을 사정없이 짓눌렀고, 그 상태로 뒷수갑을 채웠다"며 "경찰의 뒷수갑 사용은 인권 침해 소지가 높은 만큼 도주나 폭행, 자해 등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때만 가능한데 경찰은 막무가내로 진압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불법 폭력 진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윤희근 경찰청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이어서 "윤석열 정권은 노동계가 필요 없음을 아주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고 폭력적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노총이 보여줄 차례"라며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한국노총은 6월 1일 예정됐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불참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동명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실패가 결국 노동자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앞에서는 대화의 손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의 벼랑 끝에서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대해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며 "어제와 오늘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규탄했다.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도 파행 위기에 놓였다. 김준영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공동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 파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대 노총은 "김준영 사무처장의 연행으로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게 있음을 똑똑히 인지하길 바란다"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구성원인 김준영 사무처장의 석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빠른 시일 내 긴급 대표자회의를 소집해 후속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