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김완수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문제의 소재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은 서류상의 형식적인 모습이 아니라 일상적인 지휘·감독 등의 실제 사실관계, 즉 실태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판단되는 영역이다. 이는 근로자성, 불법파견 등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확인되는 원칙이다. 사업장 근로자 수 판단에 있어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나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령상의 규율을 피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임에도 서류상 여러 개의 법인 내지 업체로 만들어 사업장별로 근로자 수를 일정 기준 이하로 낮추는 탈법적 시도, 이른바 '법인 쪼개기'가 아직까지 적잖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공정별로 또는 업무장소별로 법인 쪼개기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성이나 불법파견의 법리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비교적 분명하게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사업장별 근로자 수에 관한 법리는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없고 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지속해서 이러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사업장 근로자 수와 관련한 해석 및 하급심 판결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해석 및 판결례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법인이 다를 경우에는 별개의 사업장이라는 원칙적이고 다수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퇴직금 산정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법인 간 이동에도 불구하고 계속근로기간이 인정된다고 보고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동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법인이 독립된 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인사교류나 업무 내용, 실질 경영자가 동일한지 여부 등을 따진 뒤 인사·노무 관리가 각자 독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경우에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다수의 판정을 하고 있다.

법원의 경우 명확한 대법원 판례 사안은 보이지 않으나, 하급심에서는 실질관계에 따라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각 법인이 '경영상 일체'를 이루어 독립성이 없는 경우는 실질적으로 별개의 법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서류상 2개의 법인 회사로 구분돼 있지만 대표이사와 부사장이 동일하고 주주 등 사실상 지배권자가 동일하며, 사업목적이 상당 부분 겹치고 동일한 사무실과 사무 기기를 사용하고 양 법인 근로자가 모두 포함된 전화번호부가 작성됐으며, 직원들이 양 법인의 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처리하는 등의 사실관계를 가진 사안에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양 법인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고(서울행정법원 2019. 6. 13. 선고 2018구합58356 판결), 해당 판결은 항소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서울고등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누48761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사실상 동일한 사업주가 친인척과 지인 명의로 창원, 마산지역에서 3개의 정화조 법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사안에서 동일인이 3개 법인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고 3개 법인 근로자 전체에 대해 업무지시, 징계 단체교섭 등의 노무관리, 임금지급 등을 해 온 점, 회계관리가 법인별로 독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입증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해 법인격만 3개 회사로 구분해 설립해 놓았을 뿐, 실질에 있어서는 3개사 전체가 하나의 동일한 회사로 운영돼 왔다고 판단했고(서울행정법원 2013. 3. 22. 선고 2012구합27404 판결), 해당 판결은 항소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서울고등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누10863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안경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전자상거래업을 하고 있는 법인과 해당 법인의 대표이사가 개인사업자로서 운영하고 있는 신문발행업체가 동일한 사업장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실질적인 경영자가 동일하다는 점, 사업장이 동일하고 사무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점, 양업체 직원들의 업무가 분리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점, 채용공고 등 외부적인 표시에 있어서도 양 업체가 구분이 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0. 6. 18. 선고 2019구합72069 판결).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판시하고(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업장인지 여부는 하나의 활동주체가 유기적 관련 아래 사회적 활동으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단위 장소 또는 장소적으로 구획된 사업체의 일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도9218 판결 참조), 법인 쪼개기에 관한 위 하급심 판결례들은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 논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3. 결어

법인 쪼개기는 법리적으로 볼 때는 사실상 무용한 시도다. 그러나 어차피 행태를 고치지 못할 것이라면 법인을 쪼개서 형식적으로라도 면피를 해보고자 하는 심리가 생길 수 있고, 법리적으로는 무용하더라도 이를 잘 모르는 근로자로 하여금 소제기 등 대응을 단념시키는 사실적인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겠다. 또한 실체적인 판단을 하는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와 달리, 고용부는 구체적 분쟁 발생 전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사업장 수에 관한 실체적인 판단까지 하면서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한 기대로 인해 법인 쪼개기는 충분한 유인을 갖게 된다. 고용부 등의 보다 적극적인 판단과 지도·권고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고용부가 법인 쪼개기 자체를 지적할 권한은 없을 것이나, 근로감독이나 진정사건 등의 처리에 있어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사업장 및 근로자 수를 산정해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