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A 회사의 정규직 직원인 甲(조합원)과 乙(비조합원)은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기 전은 물론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후에도 매년 개별 연봉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는데, 2016년 1월 말에도 역시 개별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甲과 乙의 개별 연봉계약서를 보면, 'I. 계약사항 중 3. 연봉금액'란에는 '정액의 기본연봉'과 회사의 규정에 따라 사후적으로 금액이 정해지는 성과급과 부가급여를 지급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다만, 위 I. 계약사항의 단서 조항으로 '연봉금액에는 (…) 별도 지침 등으로 인하여 변경될 경우에는 지침에 따라 시행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Ⅱ. 준수사항'에는 '기타 본 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은 연봉제시행규정 및 제반규정을 준용한다'는 규정이 있다).
문제 1. A 회사가 도입하기로 한 임금피크제의 유형에 대해 설명하고 그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라.(30점)
문제 2. 甲은 노조위원장 丙이 단체교섭대상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노사합의를 하기 전에 단체협약에 정해진 교섭요구, 교섭위원 구성, 합의서 작성과 교섭위원 전원의 서명 날인 등의 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절차 없이 노사합의를 하였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조합 규약에 의하면 총회의 의결사항은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이는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을 의미함에도, 투표결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찬성률은 재적조합원 대비 49.572%(찬성 174명/재적 351명)에 불과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이 적법하게 의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甲의 주장은 타당한가?(20점)
문제 3. 乙은 자신은 조합원이 아니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동의를 한 바도 없으므로, 위 노사합의를 근거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자신은 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연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회사가 자신에게 지급할 임금은 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이 아니라 개별 연봉계약에 의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乙의 주장은 타당한가?(25점)
[해설]
문제 1. A 회사가 도입하기로 한 임금피크제의 유형에 대해 설명하고 그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라.(30점)
I. 문제의 논점
사례에서 A 회사는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일인 2016년 1월 1월에 맞춰 정년을 기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고, 만 56세~만 60세까지의 정규직을 대상으로 해당 기간 임금지급률을 전년도 대비 10% 씩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사례에서 도입하기로 한 임금피크제의 유형과 그 유효성 여부에 대하여 최근의 임금피크제 관련 판례법리를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Ⅱ. 임금피크제의 개념과 유형
'임금피크제'란 연공급 임금체계 하에서 고령근로자의 계속 고용과 이에 따른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근로생애 중 일정시점 이후의 임금 수준을 생산성이나 업무성과에 비례하여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임금피크제에 관한 명시적인 법령 근거는 없지만 실무상 임금피크제의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구분할 수 있다. 가령 어떠한 임금피크제가 만 60세 정년의 법제화와 함께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라 도입된 것이라면 이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볼 수 있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없이 임금삭감 및 그로 인한 퇴직금, 통상임금 등의 연쇄적 감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무효라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다292343, 2022. 5. 26.)의 결론이고 하급심 판결도 대체로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울산지방법원 2020가단106120, 2021. 12. 23. 서울고등법원 2020나2028045, 2021. 11. 19.)
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그 위법성 여부에 대해 하급심에서 논란이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원래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노사협의를 통해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연령차별에 해당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적법ㆍ유효하다고 판단한 사례들(서울고등법원 2019나2029394, 2021. 12. 14,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가합103192, 2022. 5. 27.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92028, 2022. 6. 16.)이 있는가 하면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도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서울고법 2019나2016657, 2021. 9. 8.)
따라서 단지 임금피크제의 유형이 정년유지형인지 아니면 정년연장형인지 여부에 따라 임금피크제의 위법성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Ⅲ.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다292343, 2022. 5. 26.)에 따라 ①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 네 가지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위법성이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연령차별 여부에 관한 별도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당시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7다292343 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국한된 판결임을 명확하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무계에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의 경우도 2017다292343 판결이 제시한 네 가지 요소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법 2023. 1. 19. 선고 2020가합604507 판결 등).
그런데 대다수의 판결들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4가지 요소에 의해 판단을 하면서도, 정년유지형과는 달리 정년연장형의 경우에는 정년이 연장되었다는 사실관계에 주목하여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20가합103192 판결, 대전고등법원(청주) 2022. 12. 7. 선고 2022나50254 판결).
그러나 '정년연장형'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령자고용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거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그로 인해 임금총액의 실질적인 감소폭이 과도하게 크거나 근로기간 연장에 따른 이익이 미미한 경우에는 여전히 고령자고용법상의 연령차별금지 의무를 위반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0가합575036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4. 27. 선고 2021가합205418 판결)
따라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경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비해 그 적법성을 인정받음에 있어 유리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 대법원 판결의 판단기준에 충족되지 않아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로 비춰지는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임에도 불구하고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하더라도 위 네 가지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당연히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Ⅳ. 결론
사안의 임금피크제는 만 60세 정년의 법제화와 함께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라 도입된 것이므로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볼 수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의 판단기준에 따라 사안의 임금피크제를 살펴본다면 우선 사안의 임피제는 노동생산성 향상 및 청년 일자리 확대 등 세대간 상생 촉진을 위해 도입한 것이므로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사안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만 56세부터 감액을 적용하며, 대상 직원에게 기존 연봉의 90~60%를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 전에는 만 56세부터 기존 정년인 만 58세에 도달할 때까지 2년간 기존 연간 보수 총액 대비 200%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반면, 임금피크제 하에서는 만 56세부터 만 60세까지 4년간 300%(90+80+70+60%)를 받게 되므로,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해서는 대상조치로서 별도의 직군을 부여하고, 보직 임용에서 제외하는 등 업무 강도를 덜어 준 점에서 그 적정성도 인정된다.
마지막으로 연장된 근로시간에 대해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이므로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안의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 2. 甲은 노조위원장 丙이 단체교섭대상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노사합의를 하기 전에 단체협약에 정해진 교섭요구, 교섭위원 구성, 합의서 작성과 교섭위원 전원의 서명 날인 등의 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절차 없이 노사합의를 하였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조합 규약에 의하면 총회의 의결사항은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이는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을 의미함에도, 투표결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찬성률은 재적조합원 대비 49.572%(찬성 174명/재적 351명)에 불과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이 적법하게 의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甲의 주장은 타당한가?(20점)
I. 논점의 정리
사례에서 甲은 노사합의 및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사례의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사합의가 유효한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사합의가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과연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사례의 노동조합 규약에 의해 노동조합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고 규정한 것이 현행법상 노조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ㆍ포괄적으로 제한한 것이 아닌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노사합의에 따라 보수규정 및 신설 임금피크제 시행 내규를 제ㆍ개정하고자 할 때 노동조합이 아닌 노조대표자가 이러한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의 체결권 문제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 동의 주체 및 효력을 판례법리에 따라 검토해보기로 한다.
Ⅱ. 노사합의 및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의 무효 여부
1.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의 체결권 문제
⑴ 구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현행 노조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자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섭할 권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의 권한 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한다.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위 법 제33조 제1항(현행 노조법 제29조 제1항)의 취지에 위반된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나 노동조합 대표자가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음을 이유로 노동조합 대표자 등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한 사안이 있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위와 같이 판례는 ①규약에서 노조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 내용을 합의 한 후 다시 협약안 가부에 관해 인준투표를 거쳐야 하도록 규정했다면 이는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을 전면적ㆍ포괄적으로 제한하여 노조법 제29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이지만, ②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해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총회를 거칠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⑵ 단체협약에 있어서 합의내용을 서면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단체협약의 내용을 명확히 함으로써 장래의 분쟁을 방지하려는 것이고, 서명날인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은 체결당사자를 명확히 함과 아울러 그의 최종적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단체협약의 진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기명 옆에 서명만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다. 또한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등 참조).
⑶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2.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 동의주체와 효력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할 것이고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다17542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개정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러한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면 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45376 판결 등 참조).
Ⅲ. 사안의 검토 및 결론
⑴ 사안의 경우와 같이 규약에서 노조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 내용을 합의 한 후 다시 협약안 가부에 관해 인준투표를 거쳐야 하도록 규정했다면 이는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을 전면적ㆍ포괄적으로 제한하여 노조법 제29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
또한, 단체협약 전에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丙은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조합을 대표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한편, 회사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행정자치부의 권고로 소위 일자리나누기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회사가 인건비 절감, 정리해고 등 탈법적인 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으므로 정당하다 할 것이다.
⑵ 이와 같이 ①이 사안의 조합은 회사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고, ②노동조합의 대표자인 丙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이 사건 노사합의를 하였으며, ③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은 노사합의에 따라 신설된 것이므로,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은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니 甲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문제 3. 乙은 자신은 조합원이 아니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동의를 한 바도 없으므로, 위 노사합의를 근거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자신은 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연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회사가 자신에게 지급할 임금은 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이 아니라 개별 연봉계약에 의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乙의 주장은 타당한가?(25점)
I. 논점의 정리
사례에서 乙은 자신은 비조합원이므로 노사합의에 따라 변경된 단체협약의 임금피크제 규정은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35조는 단체협약의 사업장 단위 효력확장제도(일반적 구속력)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동 규정의 요건이 갖추어지면 비조합원에게도 협약의 규범적 부분이 적용될 수 있다. 이하 乙의 동 규정의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검토해 본다.
한편, 乙은 설사 이 사안 노사합의가 유효하게 체결됐더라도 자신은 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연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임금은 개별 연봉계약에 의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업규칙 변경에 있어 집단적 동의가 있더라도 이러한 근로계약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적용상의 한계에 대해 최근 판례법리를 중심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비조합원에 대한 적용 배제 여부
1. 단체협약의 구속력
노동조합법 제35조에 의하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이 적용된다.
동종의 근로자란 해당 협약의 적용이 예상되는 자를 가리키며 원칙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있는 자를 의미한다. 이때 협약의 적용범위가 특정되지 않았거나 협약이 모든 직종에 걸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직종의 구분 없이 사업장 내의 모든 근로자가 동종의 근로자에 해당된다.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란 단체협약의 본래적 적용대상자로서 단체협약상의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자를 일컫는 것이다. 단체협약상 특별히 적용범위를 한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해 단체협약의 협약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체를 말하고, 단체협약이 근로자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경우에는 그 한정된 범위의 조합원을 말한다.
2. 단체협약의 비조합원에 대한 효력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일반적 구속력의 요건이 충족되면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의 효력은 비조합원에게도 확장적용된다.
그런데 단체협약이 비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경우에 유리원칙의 적용 여부에 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효력확장제도의 취지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와 관련된다.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취지를 비조합원인 소수근로자의 보호，즉 공익적 견지에서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을 조합원과 균등하게 보장해주려는 취지로 본다면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을 노동조합이 소급적 동의에 의하여 추인한 경우에까지 비조합원에게 그 효력을 확장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과 관련하여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의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는 동 제도의 목적이 소수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근로조건을 통일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그 논거를 둔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의 본래의 목적이 조합원 보호에 있는 것이고,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주된 취지는 일차적으로 비조합원의 우대를 저지하여 노동조합을 보호하려는 목적에 있는 것이며, 노동조합법 제35조에 의해 비조합원은 사실상 조합비 등의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 단체협약의 '무임승차'가 허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 구속력 제도에 의한 단체협약의 확장 적용은 유리한 면과 불리한 면을 가리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에 따로 단체협약이 없으면 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단체협약의 효력이 당연히 확장된다. 그러나 소수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갖고 있으면 그 노동조합이 갖는 헌법상 노동기본권이 보호되어야 하므로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지 않는다.
3. 사안의 검토
이 사례 임금피크제의 유·불리성 여부를 불문하고, 회사의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단체협약인 이 사안 노사합의의 적용을 받게 되었으므로, 비조합원도 이 사안 노사합의의 적용을 받게 된다. 즉 2015. 9. 30.자 노사합의의 임금피크제 도입 규정은 비조합원인 乙에게 적용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乙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Ⅲ. 개별 연봉계약에 의한 적용 배제 여부
1.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
⑴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란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하위의 법원이 상위의 법원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을 때 하위의 법원이 그대로 효력을 발생하고 상위의 법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은 실정법상 명문화된 원칙은 아니고 학설상 인정된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 원칙은 우리의 기업별 단체협약과 달리 초기업적 단위에서 산별노조와 사용자단체 간에 체결되는 전국적·지역적 차원의 단체협약이 주종을 이루는 독일에서 주창된 이론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원칙이 우리나라의 현행법 해석에 바로 도입될 수 있는 것인가에 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학설상 유리의 원칙을 긍정하는 견해(김형배)와 전면적으로 부정(김유성, 임종률)하거나 원칙적으로 부정하면서 근로자의 단결활동을 저해하거나 그 기준이 불합리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이병태) 등으로 나뉘어 있다.
⑵ 대법원도 최근 임금피크제 규정(취업규칙)과 개별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이른바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즉,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다만, 이후 대법원은 "(…)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내용의 근로계약이 명시적으로 존재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⑶ 한편, 근로자가 회사와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 연봉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63052 판결). 이 사건에서 근로자들은 201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신들이 회사와 매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임금피크제와 상관없이 원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개별 연봉계약이 있다고 해도 임금 부분이 취업규칙 등에 연동돼 있다면 이를 임금피크제에 우선하는 개별 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연봉계약서에 '연봉 금액이 취업규칙에 따라 변경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면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 애초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로 보인다. 다시 말해 연봉 금액이 취업규칙에 연동돼 있다면 유리한 내용의 별도 계약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2. 사안의 검토
사안에서 乙은 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연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회사가 자신에게 지급할 임금은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이 아니라 개별 연봉계약에 의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乙은 회사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태에서 개별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즉 乙은 회사와 개별 연봉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에도 임금피크제에 따라 임금 감액이 예정되어 있었고, 회사 임금피크제 시행 후인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에게는 개별 연봉계약서에 기재된 연봉금액보다 적은 임금, 즉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하였다.
또한, 회사와 체결한 개별 연봉계약서 중 I. 계약사항의 단서 조항으로 '연봉금액에는 (…) 별도 지침 등으로 인하여 변경될 경우에는 지침에 따라 시행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Ⅱ. 준수사항'에는 '기타 본 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은 연봉제시행규정 및 제반규정을 준용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러한 사항은 회사가 개별 연봉계약서상 연봉금액란에 기재된 정액의 연봉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일 경우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연봉을 지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시 말해 개별 연봉계약의 '금액' 부분을 취업규칙 등에 연동시켜놨다면 결국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다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乙에게도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을 적용한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결론
⑴ A 회사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라는 노동조합법 제35조에 의한 단체협약의 효력확장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단축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2015. 9. 30. 특별단체협약(노사합의)은 비조합원인 乙에게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⑵ A 회사는 2015년 행정자치부로부터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를 받고 조합원 투표를 거쳐 보수 규정(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을 개정했다. 乙은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임금 감액이 예정되어 있었고, 乙은 적어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태에서 개별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또한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개별 연봉계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금 부분이 취업규칙 등에 연동돼 있다면 이를 임금피크제에 우선하는 개별 계약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63052 판결). 즉 乙이 체결한 개별 연봉계약의 내용은 정액의 연봉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연봉을 지급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