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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김민지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지급일 당시 재직하고 있을 것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부정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의 확립된 법리다. 그러나 이후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인 2022년 11월에는 대법원(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2다252578, 232592, 252585, 252608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이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하급심을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통해 그대로 확정하기도 했다.

해당 판결에서의 정기상여금 지급 기준을 살펴보면 일할 지급 규정(지급일 이전에 퇴사하는 경우 정기상여금을 근로한 일수만큼 계산해 지급하도록 한 규정) 없이 재직 중인지 여부만 판단해 재직자에 한정해 지급하도록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재직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에 대해 일할 지급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와 명확히 다르다.

구체적으로 해당 판결은 "재직자 요건을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지급일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는 재직자 요건의 '유효'를 전제로 해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에 대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통상임금성 판단 요건 중 하나로 근로자가 사용자와 법정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하기로 합의한 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와 상반된다. 비록 이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판결을 함으로써 명시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해당 판결과 같은 취지에서 재직자 요건의 무효를 판단한 하급심 판결 중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선고를 앞둔 사건(대법원 2019다204876 계류 중)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판단 변화의 흐름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최근 하급심 판단 법리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2.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통상임금 판단 법리

통상임금의 고정성은 통상임금이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 임금으로 기능하기 위해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요청에서 도출되는 본질적인 성질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고정성에 대해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이라고 정의하고 고정적인 임금에 대해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의미를 바탕으로, 지급조건을 달리하는 다양한 유형의 임금에 대하여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했는데,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앞서 본 매 근무일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한도에서는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은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임금에 대해 ①특정 시점에 재직할 것의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운 점, ②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 해당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므로 지급 여부가 불확실해 고정성이 결여된 점을 들어 통상임금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당시에도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실적에 대한 포상이라기보다는 기본급의 성격이 강하고, 비록 수개월 간격을 두고 지급이 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기본급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대상 기간에 대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므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포기 또는 미지급하는 결과를 가져와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후 하급심에서는 이러한 입장과 같이 재직조건부 임금 지급 방식 자체가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며 해당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다수 쌓아 왔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에서 살펴보겠다.

3.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의 법리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리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22. 5. 4. 선고, 2019나2037630 판결)은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지급 기준 자체가 무효이며 재직조건이 무효인 이상 해당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으로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해당 판결에서는 ①정기상여금 지급에 별도로 업적, 성과 등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사전에 확정된 금액이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되는 점, ②지급기준일에 재직하는 근로자에게 기왕의 근로제공 내용을 묻지 않고 정기상여금 전부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재직자 중 일부(휴직자, 해외발령자 등)의 경우 근무일수 기준으로 일할 계산하여 지급한 점, ③정기상여금의 금액, 지급방법, 지급실태 등을 고려했을 때 전체 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의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점 등을 근거로 해당 정기상여금의 실질적 성격이 복리후생적 성격 또는 사기진작을 위한 금원이라거나 특정 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으로 볼 수 없고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지급 주기를 격월로 정한 것은 매일의 근로제공으로 인해 그날그날 발생한 임금을 누적해 그 지급만을 격월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봤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지급하는 월급의 경우도 매일의 근로제공에 따라 임금은 발생하지만 그 이후에 정해진 특정일에 월간 누적된 금액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발생해 지급일이 되면 지급해야 할 임금에 재직조건을 부가해 임금 지급에 제한을 두는 것은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①정기상여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누적해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지급일 이전 퇴직하는 근로자도 실제로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가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는 점, ②재직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지급일에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 여부를 정하는 것으로,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 포기하게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43조 등을 위반하는 점, ③정기상여금은 기본급에 준하는 임금으로서의 실질을 가지는데, 기본급에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이상 적어도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재직조건을 부가해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재직조건을 무효로 봤다.

한편,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 중에는 재직조건을 두는 것 자체는 유효라고 판단하면서 고정성을 인정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경우도 있다. 해당 판결(서울고등법원 2020. 12. 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은 정기상여금이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후불임금)인지, 당해 지급일부터 차회 지급일까지 근로에 대한 대가(선불임금)인지 단정하기는 어렵고, 중도 퇴직하는 시기에 따라 후불 임금을 일부 지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있지만 선불 임금을 반환하지 않는 이익을 얻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등 재직조건이 근로자 또는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근로자 중도 퇴직 시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정기상여금을 정산하지 않기로 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점 등을 사유로 재직조건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①해당 정기상여금은 산정기간이 1년이므로 연간 지급금액이 연간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며, 연간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대해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임금에 해당하는 점, ②재직조건의 내용인 '퇴직'은 근로자가 재직하는 동안에는 발생하지 않는 사건으로서 '퇴직'이라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발생할 것이 확실한 조건인 점, ③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일률성과 관련해서도 휴직자, 복직자, 징계대상자 등 근로자의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해 지급을 제한하는 임금이라도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임금지급의 일률성이 부정되지 않는바,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이라는 조건은 해당 정기상여금 발생의 조건이라기보다는 '퇴직'과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임금 정산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방안일 뿐이라는 점 등에서 고정성을 인정했다.

4. 시사점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것인지 또는 해당하지 않을지는 조만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결론이 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법리가 확립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위 판례 흐름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재직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조건' 그 자체는 더 이상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확실하게 부정하는 요소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해당 임금항목의 실질적 성격, 지급 목적, 지급 범위, 지급 방식 등을 고려해 소정근로에 대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며, 나아가 임금항목에 부가된 '조건'이 임금을 '발생'시키는 조건인지 아니면 이미 발생한 임금(소정근로의 대가)의 '지급'에 관한 조건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인지 등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