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승 한국노동경제학회 학회장(노동법률)

최근 최저임금, 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일자리 부족 등 경제학의 관점에서 봐야 할 노동 의제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논리로만 노동을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 논리만을 강조한다면 노동권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노동권 보호에만 집중한다면 경제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

'노동'과 '경제'는 대척점에 있는 듯하면서도 상호의존적인 관계다. 노동이 있어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경제가 발전해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조건을 높일 수 있다. 노동권 보장과 경제 성장 간 균형을 잡는 건 중요한 과제다.

35대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여 년간 노동경제학을 연구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고용과 일자리, 고용형태별 임금격차 등 다양한 노동 의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노동법률이 김기승 학회장을 만나 경제학자가 보는 노동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내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에서는 최저 인상이다, 경영계에서는 사업주의 지급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등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A.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심해서 균형을 맞춘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적게 느껴질 것이고 다른 입장에서는 이 금액이 상당히 부담스럽고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지난 정부 때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으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최근의 물가 폭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미흡할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저임금 수준은 존재하기 어렵고 내년에 적용돼야 할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된 이번 안은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차선은 된다고 본다.     

Q.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 건 사실이지만 물가인상률도 크게 올라 근로자의 부담 또한 커진 상황이다. 금리 인상과 물가인상 등 대내외 사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적절하다고 보나.

A.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쉬웠다면 짧은 시간 내에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요 경제연구기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3% 중반, 경제성장률이 1% 초반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 수치만 보면 2.5% 인상은 낮은 인상률이다. 하지만 기업의 지급능력과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 기회도 살펴봐야 한다. 경기 부진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아르바이트 학생이 자영업자를 걱정하는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자체가 부담이다. 아울러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고 양극화가 오히려 악화된 경험이 있었다. 기술변화로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는 더욱 위축될 수 있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요구하는 1만 원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절대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다. 과거 최저임금이 낮을 때는 인상률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지만 절대 금액이 커진 상황에서는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적은 상승률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최저임금법의 목적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고민 끝에 결론 내려진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지만 정확한 판단은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겠다.

Q.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보장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 양극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A.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고 소득불평등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는 논리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고용의 손실로 인한 소득의 손실이 임금의 증가로 인한 이득보다 높으면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나 소득불평등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개선됐다는 명확한 결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일자리 제공'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Q. 이번 최저임금은 다른 때보다 심의 과정이 지난했다. 매년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다가 공익위원의 중재를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되곤 하는데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변경될 필요가 있을까.

A. 올해는 역대 최장기간 최저임금 심의였다. 매년 법정기한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고 최근 들어 노동계와 경영계가 더욱 첨예하게 맞서는 것 같다. 매년 갈등과 파행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과거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한 해도 같은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했다. 어느 해는 생계비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고 어느 해는 지불능력, 어느 해는 물가 수준, 성장률 등을 기초로 정해 왔다. 매년 주된 기준이 달라지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명쾌하고 복잡하지 않은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논란을 줄이는 최선이라고 보다. 기준은 간단명료할수록 좋다. 물론 이러한 기준이 쉽게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한번 만들고 나면 최저임금 논의는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와 같이 전년도 임금인상률과 연동되도록 하는 것도 매우 간명한 방법일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이해가 상충하는 노사 당사자들과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따라서 매년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요구가 복잡하게 표출되고 충돌하는 가운데 결정된다. 적정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른 것은 물론이고 심의 과정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적지 않다. 참여하는 공익위원들의 공정성과 편향성 시비 역시 없지 않은 실정이다. 최저임금을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이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정부나 국회가 결정해야 최저임금법 도입 취지대로 취약한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제도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Q.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TF를 꾸리기도 했다.

A.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이중구조 혹은 분절화된 구조라고 전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의 임금 격차가 공정과 정의의 문제를 만들고, 사회통합과 기업의 생산성마저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지만 그 근거는 약하다. 사실 어느 정도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사회적으로 적정한 것인지 알기 매우 어렵다.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격차가 과도하다는 진단은 내릴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적정한 임금 격차 수준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격차의 정도는 산업, 지역, 인구 집단별로 달라질 뿐만 아니라 원인에도 차이가 있고,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과 같은 국가의 직접적인 임금통제나 산별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과 같이 '중앙집중적'으로 임금이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외부적인 임금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다.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간 자유로운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1차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고 2차 노동시장은 유연하다. 두 바퀴로 달리는 마차에서 한쪽 바퀴가 돌지 않는다면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차는 부서지게 될 것이다.

Q.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하고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근로자 보호, 두 가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A. 노동시장에서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노동시장 외적인 제도로서 사회보험 혹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은 재정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일용직이나 임시직은 상대적으로 실직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쉽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지난 20여 년간 유럽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는 이중 노동시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높은 실업률과 싸우면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보호는 유지한 채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만을 완화했고 그 결과 노동시장이 이중구조화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과 일자리 안정성의 격차가 심화돼 최근에는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유럽의 사례는 노동시장 핵심 부분의 경직성은 그대로 둔 채 주변부의 유연성만 높이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생산성은 떨어져 이중구조가 심화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적 저항 때문에 핵심 부분의 경직성을 유지하게 되면 사회적 양극화가 발생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Q. 노동계는 원하청 간 단체교섭을 통해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넓히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청이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A.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은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변경에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원청을 압박해 원청과 하청 간의 임금 격차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 상승 압박에 원청이 하청 활용을 줄인다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원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중구조가 해소될 것인가 하는 논의는 차치하고 원청이 하청노조의 사용자인지에 대한 법적 논쟁은 물론이고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한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이 산업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는 주요 정책으로 원하청 간 공정거래와 하청노조의 교섭력 강화가 제시된다. 그러나 실효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먼저 필요하다. 원청이 하청을 활용하는 이유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청 사용에 대해 법적 혹은 제도적 제한을 가한다면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단순히 '하청'이고 원청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보호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Q.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금 재정 악화와 성장잠재력의 저하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고령인구를 포함한 현재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고령자는 한번 실직하면 재취업이 어려워 원하는 직장 잡기를 포기하거나 열악한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년 연장 법제화가 반드시 고령자 고용촉진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경제적·사회적으로 연령이 고용이나 취업에 차별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령자 고용 촉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연공위주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나이가 많고, 회사에 들어온 지 오래돼도 젊은 후배 밑에서 업무지시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특히 연공급 임금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조직에 기여하는 바는 떨어지는데 연령이 많다고, 근속연수가 길다고 해서 급여를 많이 받는 임금체계가 오히려 중·고령 근로자의 조기 퇴출을 촉진할 수 있다.

Q. 정년 연장 외에도 고령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A. 임금피크제 활성화, 퇴직 경로 다양화, 점진적 퇴직모형 발굴 및 확산 등 주된 일자리에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중·고령 근로자에게 적합한 일자리 개발, 사회공헌형 일자리 발굴, 전직지원서비스, 창업지원 강화 등 고령자가 실직한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조기 재취업 지원도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근로유인을 촉진하도록 국민연금을 개편하고 퇴직연금을 활성화한다면 고령 근로자 고용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Q.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외국인력 운용 정책을 개편할 필요성도 커졌다.

A.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게 된 지 오래고 저숙련 외국인력 없이는 버틸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다. 출산율이 0.8% 이하로 떨어지면서 폐쇄적 노동시장을 대외적으로 개방하고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는 경제성장 잠재력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

앞으로는 외국인력을 별개 집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숙제다. 지금까지 패권국가의 반열에 들었던 로마, 몽골, 미국 등이 민족 간 '다름'을 인정하는 정책을 통해 번성했던 역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Q.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력은 주로 농업, 어업, 제조업 등에 국한돼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A. 한시적 체류를 전제로 한 현재의 저숙련 외국인력 정책 기조를 넘어 이민정책의 관점에서 외국인력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법무부·지자체가 제각각 외국인력을 관리하는 틀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 유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급 인력 유출 국가다.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인재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인재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Q. 노동경제학자로서 최근 어떤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최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 또 노동경제학자로서 미래의 노동시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연구하려 한다. 노동시장에는 디지털, 고령화 등 메가트렌드가 있고 트렌드가 변화할 때마다 적절히 대응해야 해서다.

이런 취지에서 한국노동경제학회는 8월 24일 'AI와 미래노동'을 주제로 하계학술대회를 진행한다. AI가 도입될 미래에는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을 교류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우리 노동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A. 세상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특히 기술, 인구, 환경, 국제무역 및 자본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대적 흐름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화, 글로벌화, 인구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노동의 미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지만 어떤 방향이 될지는 알기 어려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새로운 노동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향후 20년 내로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절반 정도가 사라지거나 급격한 업무 형태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간과 장소의 관점에서 모두 유연한 노동형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과 삶의 양립을 위협할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을 초래할 수 있고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도 있다. 노동시간 개념을 재해석하고 정신 건강을 신체 건강과 동등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변화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에 대비해 실업에 대한 사회적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 기본소득 등 대안적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시간과 장소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디지털 노동환경에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모아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근로자 집단과 개인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새롭게 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일자리 위기, 노동시장의 양극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응을 고려하면 노동개혁은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시대적 과제다. 전문가의 집단적 지혜와 국민적 공감대를 중심으로 노동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개혁을 향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