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박종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최근 보안 점검, 시설물 안전 관리 및 화재 감시 등을 이유로 CCTV를 설치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사용자는 설치된 CCTV로부터 영상 자료 등을 수집해 업무에 활용하고자 하나, 근로자들은 그러한 영상 자료를 수집, 활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사용자가 사업장 부근에 CCTV를 설치하자 근로자들이 비닐봉지로 CCTV를 가린 사건에서 근로자들의 행위는 '사용자의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하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일부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참조) 이처럼 CCTV를 둘러싼 분쟁은 점차 증가하고 있기에 그와 관련된 법적 쟁점을 살펴보겠다.
2. 개인정보 보호법상 사용자와 근로자의 각 지위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영상 정보 중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호 가목) CCTV 영상 자료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촬영된 각 개인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기에 사용자가 CCTV를 설치해 수집한 영상 자료는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보호의 대상으로 삼는 개인정보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용자가 CCTV를 설치해 영상 자료를 수집·이용할 경우 이는 개인정보를 수집, 생성, 저장, 이용, 제공 등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게 된다.(제2조 제5호) 나아가 CCTV에 촬영된 개별 근로자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보 주체'에 해당한다.(제2조 제3호)
3. CCTV 영상 자료 수집 및 활용을 위한 절차
가.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
개인정보 보호법에선 정보 주체로부터 동의를 받거나(제15조 제1항 제1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제15조 제1항 제2호) 등에 한해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개별 근로자로부터 동의를 받아 CCTV 영상 자료를 수집, 활용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로자들에게 동의를 받을 때 ①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②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③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④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 등을 알려야 함을 주의해야 하며(같은 법 제15조 제2항), 추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되도록 근로자들의 동의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와 관련해서는 다소 검토가 필요하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제20조 제1항 제14호) 따라서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칠 경우 사용자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 CCTV 영상 자료를 수집,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을 찾아보긴 어렵다. 다만, 수원고등법원은 버스 회사가 노사 합의를 거쳐 버스 안에 운전근로자 쪽에 CCTV를 설치했다면 근로자참여법 제20조 제1항 제14호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수원고등법원 2021. 4. 8. 선고 2020나17579 판결 참조) 위 수원고등법원의 판결은 버스 내 CCTV는 운전자의 휴대전화 사용 등을 확인하기 위함인데, 운전자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다수 이용자의 생명, 신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이 적극 고려된 것으로 보이며, 위 수원고등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그대로 확정됐다.(대법원 2021. 7. 21.자 2021다229908 판결 참조)
참고로, 법원은 위 근로자참여법 제20조 제1항 제14호의 '근로자 감시 설비'의 범위를 다소 넓게 보고 있다. 대법원은 CCTV 설치의 주된 목적이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근로자 감시 설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시설물 보안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다수 근로자들의 직·간접적인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 등이 촬영된다면 근로자 감시 설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참조)
다. 소결
정리하면 사용자가 사업장 내 CCTV를 설치한 다음 촬영된 영상 자료를 수집,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위 수원고등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면 CCTV 영상 자료의 수집, 활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 수원고등법원의 판결은 버스 내 CCTV라는 특수성이 고려된 점, 대법원에서 쟁점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닌 점 등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4. CCTV 영상 자료의 징계 절차 등에서 활용 가능성
사용자가 CCTV를 설치한 목적이 근로자들의 업무 태도 및 비위행위 확인, 근태관리, 업무 평가 등을 위해서였고, 근로자들의 동의 등 관련 절차를 모두 거쳤다면 CCTV 영상 자료를 별다른 문제없이 근로자에 대한 징계 자료나 평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용자가 사업장 내 보안 점검, 안전 관리 등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 다음 해당 영상 자료를 징계 자료나 평가 자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가 문제 된다.
위와 같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를 찾아보긴 어렵다. 다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근로자가 상습적으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고 근태가 불량해 징계를 받은 사안에서 사용자가 사실상 CCTV에 준하는 장비를 사용해 해당 근로자의 근무지 이탈 행위 등을 촬영한 다음 이를 징계 자료로 사용한 것은 불법 채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가합541337 판결 참조) 법원은 사용자의 입장에선 근로자가 근무지를 이탈해 '자택을 출입하는 모습' 등을 직접 촬영하는 방법 외에는 비위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었던 점,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에 대한 제보를 받아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일상적인 감시가 지속된 것이 아닌 점, 근로자가 근무 시간 중 어디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전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법원은 제반 사정을 고려해 CCTV 영상 자료의 불법 채증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며 추후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추가적인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CCTV 영상 자료를 수집, 활용한 것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배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곧바로 민사·행정소송에서 해당 영상 자료의 증거능력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에서의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을 그대로 민사·행정소송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대화를 녹음했다는 이유로 해당 녹음테이프의 증거능력을 배척하지 않고 있으며, 채증 여부를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다1789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등 참조) 또한 수원고등법원도 무기 대등을 통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형사소송과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공방을 전제로 하는 민사소송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형사소송절차에서의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이 민사소송에 적용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수원고등법원 2021. 4. 8. 선고 2020나17579 판결 참조) 따라서 설령 사용자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CCTV 영상 자료를 수집,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해당 영상 자료에 대한 민사·행정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해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