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 3층 그랜드볼룸에서 '민주노총 제77차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정치ㆍ총선 방침을 확정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부 진통을 끝내고 정치ㆍ총선방침을 확정했다. 내년 총선에서 진보 4당(노동당ㆍ녹색당ㆍ정의당ㆍ진보당)과 진보정치세력 연대연합을 만들어 총선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 3층 그랜드볼룸에서 '민주노총 제77차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임시대대는 지난 4월 제76차 임시대대에서 확정하지 못한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임시대대는 전체 대의원 1967명에서 미선출 106명, 사고 13명을 제외한 재적 대의원 1848명 중 957명(과반 925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넘겨 개최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임시대대를 통해 민주노총 정치ㆍ총선방침 수립 건과 특별결의문 채택 건을 논의해 의결했다.

진통 끝에 상정된 민주노총 정치ㆍ총선방침

애초 민주노총의 정치ㆍ총선방침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직권상정으로 지난 4월 24일 제76차 임시대대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예상돼 제76차 임시대대 나흘 전에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제76차 임시대대에서는 정치ㆍ총선방침안에 대한 토론만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시 양 위원장은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조직 내 단결을 저해해서는 안 되기에 토론을 통한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집의 예상대로 정치ㆍ총선방침에 대해 지난 제76차 임시대대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총파업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진보 대연합을 통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찬성 측과 진보 대연합이 오히려 내부의 갈등과 분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대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지난 4월 임시대대 이후 민주노총은 정치ㆍ총선 방침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했다. 논의기구는 민주노총 임원, 가맹조직, 수도권지역본부의 추천을 받아 위원을 구성한 뒤 지난 5월 10일부터 8월 16일까지 12번의 회의를 거쳤다. 논의기구에서 마련된 정치ㆍ총선 방침은 지난 9월 7일까지 여러 번의 토론회를 거친 뒤 이번 임시대대에 상정됐다.

이번 임시대대에서 상정된 정치ㆍ총선 방침에 대해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초대 당대표를 지낸 권영길 지도위원이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권 지도위원은 "윤석열 정권의 민주노총 죽이기로 민주노총이 어려운 시기에 있다"면서 "상정된 합의안이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하나로 모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상정된 정치ㆍ총선 방침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나
 
이번에 민주노총 정치방침은 진보세력이 결집해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천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골자로 한다. 그러면서 ▲노동자 직접정치 ▲광장정치 ▲진보정당과의 연합 ▲정치 개혁투쟁 ▲농민과 빈민 등 민중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노동중심성 확보를 강조했다.

총선방침으로는 진보정당과 신뢰와 합의로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정책연대, 후보단일화, 공동 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선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진보정당과 '한국사회대전환 민주노총ㆍ진보정당 총선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민주노총 전ㆍ현직 간부들이 간부 지위를 이용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총선이 끝나면 총선평가를 통해 정치방침 이행을 위해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 연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진보정치세력과 공동으로 논의기구를 구성한다.

"패권주의 성찰이 없다", "문제는 투쟁 부족" 반대도 여전

이번 임시대대에서 정치ㆍ총선 방침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만장일치로 통과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반대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유정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대의원은 "이번 안은 패권주의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다"며 "집행부 차원에서 패권주의에 대한 성찰과 청산이 없으면 진보정당 단결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현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집행부가 자꾸 정치ㆍ총선 방침을 위에서 내리꽂아 합의시키려고 하지 말고, 강하고 조직적인 투쟁을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ㆍ현직 간부들의 더불어민주당 지지행위 금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전ㆍ현직 간부들의 지지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부끄럽다"면서 "무엇을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운동적 방식인데 비전 제시는 없이 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정치ㆍ총선 방침은 재적 대의원 933명 중 770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또한, 이날 임시대대는 특별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마무리됐다. 특별결의문에서 대의원들은 "2024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과 보수양당체제를 타파하고 진보정치세력이 대안정치세력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