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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벌칙) 총론

가. 의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의 내용 중 임금·근로시간·징계 등의 사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단체협약 중 법조문에서 열거된 중요 사항을 지키지 않은 자를 처벌함으로써 그에 관한 단체협약의 이행을 확보해 궁극적으로는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근로3권의 실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 해석 기준 

형사처벌 규정에서 법이 정하고 있는 위반행위를 함부로 유추해석하거나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 적용의 전제

노동조합법 제92조를 적용해 위반 행위자를 처벌하려면, 문제된 근로자에게 해당 단체협약이 적용돼야 한다. 
 
해당 단체협약이 명시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배제한 근로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고 일반적 구속력도 인정되지 않는 근로자에 관해 사용자를 노동조합법 제92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비조합원이라해도 일반적 구속력이 미쳐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경우에는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단체협약이 해지돼 실효된 경우라면 노동조합법 제92조를 적용할 수 없다.

2.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의 구체적 내용

가. 임금·복리후생비, 퇴직금에 관한 사항

임금이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을, 복리후생비란 복리후생을 위해 조합원 또는 노동조합에 지급되는 금액을 의미하고, 퇴직금에는 법정퇴직금 뿐만 아니라 중간정산금, 누진제 등 약정 퇴직금제도 포함된다. 그리고 지급액은 물론 지급사유, 구성항목, 계산 방법·절차·시기, 지급대상 등도 포함된다.

단체협약상 근로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는 사고비용을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공제한 경우 법위반이 된다.

복리후생비의 경우 단체협약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금품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위해 노동조합에 지급해야 할 복리후생비, 통화로 환가할 수 있는 근무복 비용도 복리후생비에 포함된다.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해 사용자가 직원 및 그 가족에게 지원하는 의료비 지원범위나 규모를 사용자가 임의로 축소하는 것은 단체협약에 위반에 해당한다.

"퇴직금 중간지급 신청월에 정산·지급한다"라는 퇴직금 중간정산 규정은 '퇴직금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

나. 근로 및 휴게시간, 휴일, 휴가에 관한 사항

근로시간이란 법정·약정·휴일·연장 등 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의미하고, 휴일·휴가에는 약정휴일·휴가까지 포함되며, 근로시간이나 휴일·휴가 그 자체뿐만 아니라 실시 사유·절차·방법·대상 등이 포함된다.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근로자들로 하여금 보장된 60분의 중식시간에 근무하게 한 경우, 단체협약에 유급휴일로 정해진 노조창립일 휴무를 실시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근로시간 중의 회의 등 조합활동을 인정하고 조합활동으로 인해 근무하지 못한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규정을 둔 경우,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 보장 의무를 위반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근로자가 회사와 협의 없이 근무시간 중에 노동조합 활동을 했더라도 이 조항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

이 사항에 관해 두 차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징계의 사유에 관한 사항' 부분, '징계의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주된 수범자인 사용자는 단체교섭에 참여하고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여한 일방 당사자로서 단체협약의 내용이 된 징계사유 및 중요 절차에 관한 사항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파악하거나 예측할 수 있고, 법원이 입법취지 및 해당 단체협약에 대한 해석을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범주를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은 징계기관 및 그 구성, 징계사유, 징계위원회 개최에 따른 사전 통보, 소명기회 부여, 재심청구, 정리해고 관련 협의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는 징계사유 인지일로부터 3개월 이내 개최해야 하고, 절차를 따르지 않는 징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비위행위 인지 시점으로부터 3개월이 지나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하고 재심결과도 단체협약 규정보다 늦게 통보한 경우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 위반에 해당한다.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즉시 해고자를 복직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은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

라.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

산업안전 및 보건을 위해 사용자 및 근로자가 지켜야할 사항들을 말하며, 재해부조는 산재보험 외에 사용자가 재해 발생 시 행하는 보상을 포함한다. 

단체협약상 신규채용 직원에 대해 8시간의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채용 직원을 안전보건교육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해서 작업하도록 한 행위는 단체협약의 내용 중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행위다.

마. 시설ㆍ편의제공 및 근무시간 중 회의참석에 관한 사항

'시설·편의제공'이란 근로시간 면제, 조합비 일괄공제, 노동조합 전용 게시판 제공, 조합사무실 제공 등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제공하기로 한 시설이나 편의를 의미한다. '근무시간 중 회의참석'이란 총회(대의원회) 개최, 조합원에 대한 교육 시간 인정, 상급단체 회의참석 등 조합활동과 관련된 회의 참석을 의미한다.

단협상 '조합비 공제 후 노동조합 인계' 규정에 위반해 공제금을 노동조합에 지급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따라 설치한 조합 전용 게시판에 부착된 노동조합 관련 게시물들을 모두 제거한 후 그 게시판을 회사 업무 관련 게시판으로 전용해서 노동조합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 '노동조합의 요청이 있을 시 조합원의 임금대장 및 조합업무와 관련된 자료의 열람 및 제공에 협조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에 반해 조합원 임금대장 제공 요청에 불응한 경우는 위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

사업장에 설치된 휴게실 및 탈의실은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제공된 시설이 아니므로 여기서의 '시설·편의제공'으로 보기 어렵다.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로 돼 있는 단체협약이 존재하더라도 파업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법 위반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근로시간면제자 급여 지급의 근거가 되는 면제대상 업무 수행내역 및 소요시간을 사용자에게 제출하지 않아서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경우는 단체협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바.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

쟁의행위의 개시 시기, 요건, 절차, 방법, 쟁의행위의 인적·장소적 범위 등 쟁의행위와 직접 관련된 내용을 의미한다.

이는 쟁의행위의 실시와 관련해 노조가 준수해야 할 행동지침을 정하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위 사항을 위반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노조원의 자격에 관한 사항'은 위 조항의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체협약상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노조 가입 후 파업에 참가했더라도 노동조합법 제92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