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직장'을 중심으로 구성돼 왔다. 즉,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느 직장에 다니느냐'가 중요한 시대였다. 그러나 변화는 어느새 불쑥 우리 코앞까지 다가와 문을 두드린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사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기 위한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 때다.

기업 차원에서도 전략적 학습은 성장과 지속가능성 확대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경제의 순환 주기는 짧아졌고, 생산과 소비의 글로벌화로 위험과 기회가 실시간으로 전이되는 시대에 기업의 적응과 기회 확장을 결정하는 요소는 인적자원의 학습과 개발이다.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은 우리 노동시장의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이들에게 필요한 학습과 해답을 제시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은 "기업의 인사ㆍ노무 관련 혁신과 근로자의 역량개발 수요를 책임지면서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모여 이슈를 제안ㆍ토론하며 문제의 해법과 제도 개혁의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의 장에서 학습한 전문가들은 인사ㆍ노동, 노사관계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재탄생할 것이며, 학습 과정에서 형성한 리더십과 네트워크는 우리 사회의 혁신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Q.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소개해달라.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숙명경영전문대학원)은 2006년 교육부가 인가한 12개 경영전문대학원 가운데 하나로, 한국형 MBA의 양성을 목적으로 설치ㆍ운영되고 있는 16개 경영전문대학원 중 유일하게 인사ㆍ노동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은 노동시장, 인사관리, 노사관계, 노동법 및 노동통계 분야의 융합교육을 지향하고 관련 분야 최고의 교수진과 프로그램으로 인사ㆍ노동분야의 전문리더를 양성하고자 한다. 아울러 본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는 정부, 기업, 학계 및 유관분야 리더들을 통합하는 리더십의 중심이 될 것이다.
 
Q. 인사ㆍ노동에 방점을 둔 이유가 따로 있나.
 
전 세계 노동시장이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탈탄소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은 일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노동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MZ세대는 전통적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불안정 고용계층의 소득 및 근로조건 개선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은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고 적극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우리나라 최고의 교수진과 교과목을 구성해 인사ㆍ노동 전문 리더를 육성하고자 한다.
 
Q. 국내에서 인사ㆍ노무로 특화된 대학원으로는 고려대 노동대학원을 꼽을 수 있다. 다만 고려대 노동대학원은 특수대학원이고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은 전문대학원이라는 차이가 있는데, 두 대학원의 차이는 무엇이고,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려대 노동대학원은 노동학분야의 독보적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학문분야로 구성돼 있고 훌륭한 교수진을 구성하고 있으며, 동문과 재학생의 네트워크 파워 또한 대단하다. 우리 경영전문대학원은 고려대 노동대학원의 경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의 경험과 역사 그리고 현재의 역량은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 할 국내 유일의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은 고려대 노동대학원과 여러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융합적인 특성이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은 세부 전공으로 분화돼 있고 각 세부전공 간 칸막이가 있다. 학위 또한 각 세부전공별로 다르다.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은 하나의 전공하에서 인사ㆍ노동 관련 다양한 학문을 학습하며 학위는 경영학석사로 단일하다.

두 번째는 숙명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우리는 인사ㆍ노동 분야 경영학박사 과정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영학석사 취득 후 계속 공부를 원하면 본교 경영전문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할 기회가 부여된다.
마지막으로 학사관리의 독립성 차원에서 전문대학원이 갖는 권한과 자유도가 특수대학원에 비해 월등히 크다. 전문대학원은 전입교수 채용, 재정 자율성, 각종 비학위과정의 설치 등에 관련된 권한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이 특수대학원 가운데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설치돼 있는 점과 비교할 때 독립성과 자율성의 차원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Q.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의 타깃은 누구인가.
 
우리는 인사ㆍ노동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공공기관, 정부, 국회, 언론 및 법조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사ㆍ노동 분야를 전문으로 하거나 미래에 하고자 하는 분들을 주요 대상으로 열려있다. 연령과 직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연령으로는 30~40대, 연차로는 5~15년차 직장인들이 주요 대상이 될 듯하다.

국내에 고려대 노동대학원을 제외하고는 인사ㆍ노동분야 전문가들이 전문 지식을 학습하고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장이 없다. 숙명경영전문대학원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교류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리더십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허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숙명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 관련분야 최고의 교수와 미래 리더들을 만날 수 있다.
 
Q. 노사관계에 관해 기업의 전략적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며 '전략적 노사관계'를 강조해 왔다. 국내의 노사관계는 갈등적인 노사관계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갈등적 노사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기업별 교섭구조에 기반한다. 기업 단위에서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배분되는 구조인데, 지나치게 단체교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단체협약의 법적 유효기간이 3년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단체교섭이 진행되며, 그러다 보니 교섭 과정에서 쟁의행위가 따라온다. 요컨대, 노사 모두 노사관계 관련 에너지 전부를 단체교섭에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며, 그러다 보니 노사 갈등과 노동 쟁의가 빈발한다.

이제 단체교섭 중심의 노사관계에서 전략적 노사관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단체교섭이 노동조합의 주요 기능이고 사용자에겐 인사관리의 핵심 부문이기는 하지만 교섭에 앞서 노사관계 설정을 위한 노사의 비전과 목표 설계가 필요하다. 지향하는 노사관계의 비전은 무엇인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은 무엇인가, 단체교섭을 통하지 않고 노사 간 합의 또는 조정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과제는 없는 것인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단체교섭 또한 노사가 설정한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즉, 지금까지의 관행을 정비하고 새로운 노사관계의 수립을 위해 전략적 관점에서 노사관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사진=뉴시스)

Q. 현 정부의 노동개혁이 힘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 노사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한 위기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절실하다.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은 현재 다양한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노동시장에 한정해 진단해 보면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구성의 변화, 저성장에 따른 일자리 공급 능력의 소진, 탈탄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변화, MZ세대의 주류화에 따른 기업문화 혁신 요구 등 다양한 요소가 노동시장의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제도와 인사관리 및 노사관계 관행은 어떠한가. 제조업 기반 성장경제 시대의 그것에 머물러 있다. 근로시간만 보더라도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획일적 규율체계로서 절대 근로시간이 생산성을 결정하는 공장형 체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전체 노동력의 17% 정도에 불과한 제조업 종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종에서 근로시간이 생산성을 결정하지 않는다. 아울러 보편성을 가정해 출발한 노동시간의 획일적 규율 방식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노동 과정의 다양화를 포괄하기 어렵다.

연공에 기반한 인사관리 방식 또한 저성장의 시대에 지속하기 어렵다. 연공형 인사제도가 장기고용을 전제로 하기에 저성장 균형의 시대, 자발적ㆍ비자발적 이직이 빈발하는 시대에 연공형 제도는 노사 모두에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도다. 그 외에도 변화가 필요한 다양한 제도와 관행이 너무나 많다.

노사정 모두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공감해야 하며 제도와 관행의 혁신 필요를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 노동시장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게 되고 이는 경제성장과 사회 진보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Q. 임금체계 개편의 경우 기업 현장에서 인프라 및 제도 지원 부족을 이유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직무ㆍ성과급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크고, 임금체계 개편이 기업의 장기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현장과의 간극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쟁점이다. 다만 임금결정 방식 즉, 임금체계 혁신은 불가피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시대에 진입해 대기업 부부의 일자리의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고, MZ세대 직장인들은 과거에 비해 이직 성향이 크다. 주관적ㆍ객관적으로 한 직장에 오래 재직하는 과거의 관행이 지속되기 어렵고, 이는 곧 연공형인사제도가 그 수명을 다했다는 증거다.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그 대안은 노사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직무급이 효과적인 업종이나 직무가 있을 수 있고, 역할급이 효과적인 분야가 있을 수 있다. 업무 결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성과급 또한 필요한 분야가 있을 수 있다. 그 모든 선택은 노사의 몫이다.

물론 직무 등급을 결정하는 일, 역량과 성과수준을 결정하는 일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가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이 제공돼야 하며 이를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그것이 전제돼야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임금삭감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지만 임금체계와 임금수준은 별개의 문제다. 임금수준은 노동생산성, 기업의 지불능력, 물가수준, 노동조합의 교섭력 등 다양한 요소로 결정된다. 아울러 현재의 임금수준을 하향 조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임금수준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컨대,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과 임금수준 조정 이슈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임금수준 결정의 기준과 평가의 공정성 유지를 위한 연구는 노사가 공동의 노력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다.
 
Q. 많은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노동법적 영역이긴 하지만 인사ㆍ조직관리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영역이기도 한데, 직장 내 구성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일까.
 
제도나 계약은 이해당사자 간 불신으로부터 파생된 갈등 또는 갈등의 소지를 문서화 한 것이다. 관행이나 문화에 기반해 갈등하는 당사자 간 자율적 노력으로 해소되지 못하는 갈등의 대상을 정의하고 그것을 풀기 위한 절차를 정해놓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처리 절차를 제도화한 것은 갈등이 누적되고 숙성됐을 때 초래될 수 있는 극단적 위험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 있는 노동 과정에 재몰입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만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오남용돼 당사자 간 자율적 해결을 방해하고 사소한 다툼도 근로기준법에 의존하게 하는 관행은 바람직 않다고 생각한다.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를 법과 감독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발생시킨 셈인데, 직장 내 근로자 간 갈등과 다툼은 당사자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의 해소를 위해 근로자참여법상 고충처리제도를 설치ㆍ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Q.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앞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1987년 민주화와 노동자 대투쟁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노동시장 제도 개혁의 시도가 있었다. 정부가 주도한 개혁도 있었고, 노사정 사회적대화기구를 활용한 제도 개혁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개혁은 말할 것도 없고 노사정 사회적대화기구(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를 통한 노동시장 제도개혁 시도 또한 모두 정부의 주도로 진행됐다.

이제 노사가 스스로 변화를 진단하고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노사 모두 역지사지의 자세로 개혁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기득권 유지와 사회경제적 성과의 계층 및 세대간 공유를 위한 연대와 상생의 자세가 중요하다. 당장 비용이 발생해도 미래에 더 큰 성과와 사회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면 변화와 개혁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위기와 변화에 대한 공감 속에서 개혁의 필요에 동의하고 이에 기반해 의제를 설정,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노사 앞에 놓여 있다. 

이동희ㆍ이지예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