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양지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그러나 이러한 판단기준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법원은 각각의 징표를 모두 고려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사안에 따라서는 일부 핵심적인 징표만을 충족함에도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그러하다. 

이에 아래에서는 최근에 선고된 판결, 특히 동일·유사한 사안에 대해 종전과 결론을 달리한 판결들을 중심으로 근로자성 판단의 동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최근 대법원 판결의 태도    

가. 카마스터의 근로자성 인정 

종전에 대법원은 H 자동차 판매대리점과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판매 업무 등을 수행한 '카마스터'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두60687 판결). 대법원은 ⅰ)원고가 대리점주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했을 뿐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았고, 자동차회사와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으며, 카마스터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도 없는 점 ⅱ)카마스터들은 1달에 2~3회의 당직 근무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근을 했는데 언제, 어디에서 외근할 것인지는 카마스터 개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했고, 타사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 외에는 겸업이 금지되지 않은 점 ⅲ)전시장 당직 근무는 카마스터들이 선호하는 업무인데, 당직 순번은 카마스터의 자율적인 협의에 따라 결정된 점 ⅳ)카마스터들이 지급받은 판매수당은 오로지 개인별 월간 차량 판매실적에 따라 정해졌던 점 ⅴ)카마스터들은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점 ⅵ)대리점 소속 카마스터와 자동차 회사에 소속된 판매사원은 취업규칙 등 적용 여부, 근태관리의 정도, 겸업 허용 여부, 기본급 유무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수입 자동차 판매대리점과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한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3다254366 판결). 대법원은 ⅰ)출근시간이 명시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으나 카마스터의 자율적인 출퇴근이 보장되지 않았고 사실상 정시 출퇴근 및 오전 회의 참석이 강제됐던 점, ⅱ)외근을 하는 경우 활동 내역 등을 사진으로 찍어 지점장이나 대표에게 보고했던 점, ⅲ)회사 대표는 카마스터들에게 판매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고객 상담 내용을 SNS에 올릴 것을 요구했으며, CCTV를 통해 근태, 복장, 사업장의 청소 상태 등을 지적했던 점, ⅳ)회사는 카마스터들이 정한 당직 순번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제외시키는 등 당직표를 최종 수정하는 권한을 행사한 점, ⅴ)회사는 카마스터들에게 판매실적 수당과 별개로 직급에 따른 기본급을 지급했는데 한 달 판매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본급 50%를 삭감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카마스터들의 사업소득세를 원천 징수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위 두 사건에서 카마스터들의 계약 방식이나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소득세 징수 형식 및 4대 보험 가입 여부 등은 상당 부분 유사하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위와 같이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달리 판단한 것은, 카마스터들의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의 차이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2021두60687 판결에서는 카마스터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근에 관해 외근을 언제 어디에서 진행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결정했고, 1달에 2~3회 발생하는 당직 근무 역시 그 순번을 카마스터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던 점 등을 근거로, 카마스터들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자율성이 있었다고 보고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부정했다. 반면 위 대법원 2023다254366 판결의 경우 카마스터들의 자율적인 출퇴근이 보장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외근 업무의 활동내역을 사진으로 찍어 보고하도록 하고 당직 순번도 회사가 최종결정하는 등 회사가 카마스터들의 업무수행에 상당 부분 개입했던 점 등에 주목했던바, 카마스터의 업무수행 방식 등에 관한 종전 사건의 사실관계와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결론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나.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 부정 

종전에 서울고등법원은 A 방송국에서 근무했던 프리랜서 아나운서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2. 2. 16. 선고 2020나2048261 판결). 법원은 B가 A 방송국이 배정한 방송 편성표 및 방송국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라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당직 등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한 점, B가 A 방송국이 제작하는 프로그램 외에 별도로 방송 출연을 한 자료가 없고, 다른 아나운서들과 일정을 공유하면서 다른 아나운서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경우 수시로 이를 대체했던 점 등을 근거로 B를 A 방송국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이 판결의 상고심은 아직 대법원에 계속 중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 사건과 마찬가지로 C 방송국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했던 프리랜서 아나운서 D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70590 판결). 법원은 D가 체결한 계약서에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출·퇴근시간 등에 구속을 받지 않고 겸직이 가능했던 점, 실제로 D는 방송국의 허가나 승인 없이 다른 곳의 프리랜서 아나운서, 강사 등을 겸직한 점, 반면 방송국의 취업규칙 및 인사관리 규정에 의하면 D와의 계약서 내용과는 달리 직원이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겸직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D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B와 D는 모두 방송국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한 아나운서임은 동일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겸직이 허용되지 않았고 정규직 아나운서의 업무를 대체하는 등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하게 근무했던 프리랜서 아나운서 B와 달리, D의 경우 C 방송국에 종속해 노무를 제공하지 않았고 업무수행의 형태가 C 방송국의 정규직 아나운서와 명확하게 구분됐다는 점에 주목해 종전 사건과 결론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 아이돌봄지원법에 따른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인정 

여성가족부가 아이돌봄지원법에 따라 시행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사업에 종사하는 아이돌보미들의 근로자성이 문제 됐던 사건에서, 원심은 기관에 아이돌보미의 선택에 대한 실질적인 재량이 없는 점, 돌봄서비스 신청 가정과 연계해 근로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 아이돌보미에게 있는 점, 아이돌보미는 기관에 출퇴근할 의무가 없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근로를 제공할 의무도 없는 점 등에 주목해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광주고등법원 2019. 6. 19. 선고 2018나23307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을 뒤집고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19다252004 판결). 대법원은 비록 아이돌보미가 원치 않는 조건의 가정을 배정받지 않을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 권한은 기관에 있었고, 아이돌보미가 정해진 근무시간 및 장소를 지키지 않는 경우 아이돌보미 활동을 제재할 수 있었던 점 등에 주목해 기관이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아이돌보미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고 추가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초래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던 점,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퇴직금을 지급했던 점 등도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로 설시했다. 

라.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한 페이닥터의 근로자성 인정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한 페이닥터(봉직의)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건에서, 원심은 A가 체결한 위탁진료계약서에 'A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부당한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점, A에 대한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이 없고 진료업무수행과 관련해 B로부터 어떠한 지시 감독도 받지 않은 점, B는 A를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던 점, A에 대한 연차 등 휴가 규정이 없었고, A가 휴가로 진료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직접 대체 의사를 구해 진료업무를 대행하게 한 점 등에 주목해 A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8. 13. 선고 2020노2050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을 뒤집고 A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비록 계약의 형식은 위탁진료계약이었으나, 계약 내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A가 정해진 시간 동안 의원에서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B는 그 대가를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A가 주중 및 토요일 대부분을 해당 의원에서 근무하며 매월 진료업무 수행의 현황이나 실적을 B에게 보고했던 점, A는 B가 제공하는 의료 장비 및 사무기기를 활용해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환자의 치료실적에 따른 급여 변동 없이 매월 고정적으로 돈을 받았던 점 등에 주목했다. 특히 대법원은 A가 진료업무수행 과정에서 B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는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의사의 진료업무특성에 따른 것이어서 A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3.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원은 기존 판례가 제시했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기준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업무의 특성 등에 따라 그 경중을 다소 다르게 보고 있다. 또한 법원은 동일·유사한 직종이라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업무수행의 양태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달리 판단하기도 했다.   

결국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는 문제 된 당사자의 직종이나 담당업무가 무엇인지보다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업무수행 방식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그에 대한 증명의 정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개별 당사자의 업무수행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관련 법리에 비춰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정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이러한 사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