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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12-01 16:45:07

    수정 : 2023-12-04 09:56:28

“복지포인트 근로소득 아냐” 첫 판결 파장…기업 줄패소 끊길까

2023-12-01 16:45:07



이전 패소 사례, 뒤집힌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아...대법 판단 주목
[2023년 12월호 vol.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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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고등법원(사진=뉴시스)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후 기업들의 근로소득세 반환 청구가 이어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번 판결이 기존에 이어지던 판결과 다른 점은 복지포인트가 임금과 구분되는 '근로복지'라고 본 점이다. 근로복지기본법에 근거한 복지포인트 제도의 취지와 성격을 살핀 판단이다.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기업들의 줄패소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크다. 특히 이미 기업 패소로 하급심에 계류 중인 사건들은 대부분 이번 판결에서 뒤집힌 1심과 판단 구조가 유사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준명)는 한국철도공사가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기본법상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에 해당할 뿐 근로관계에서 임금, 근로시간, 후생, 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 관한 조건인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금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며 "대전세무서가 공사에 대해 한 2015년 근로소득세에 대한 경정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단했다.
     
    임금 아닌 복지포인트, 근로소득일까...2019년 전합 판결로 떠오른 분쟁
     
    공사는 2007년 선택적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복지포인트를 도입했다. 휴직자를 제외한 임직원에게 매년 1월 1일에 복지포인트를 지급했고 신규 입사자나 휴직자, 중도 퇴직자에게는 근무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했다.

    복지포인트는 임직원 전용 쇼핑 사이트나 가맹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고 상품권 구입, 사행성 지출, 미용 의료비 등에는 사용이 제한됐다. 매년 정해진 기한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됐고 사용하지 못한 복지포인트는 청구하거나 양도할 수 없었다.

    과거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에 포함됐다. 공사도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시 복지포인트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분쟁이 생겼다. 복지포인트가 임금이 아니라면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어 근로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공사는 대전세무서에 복지포인트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세를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대전세무서는 복지포인트도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면서 청구를 거부했다.
     
    임금ㆍ근로소득, 사실상 같은 개념?...기업, 근로소득세 반환 소송 백전백패
     
    쟁점은 임금이 아닌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가 됐다. 소득세법은 근로소득을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ㆍ급료ㆍ보수ㆍ세비ㆍ임금ㆍ상여ㆍ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라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모든 금품'이다. 임금과 근로소득 모두 '근로의 대가'인지를 따진다는 점에서 유사한 개념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보는 두 가지는 차이가 있다. 과거 대법원은 근로소득에 대해서 "지급형태나 명칭을 불문하고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할 뿐 아니라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해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임금에 대해서는 "임금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근로의 대상인지 판단할 때는 지급 의무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사 측은 복지포인트가 근로 제공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아니어서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무원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펼쳤다.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복지점수는 복지포인트와 유사한 제도지만 근로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공무원 복지점수에는 근로소득세를 과세하지 않으면서 복지포인트에만 과세하는 것은 조세평등주의 위반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이라는 것이 기존 법원의 해석이다. 기존 법원의 해석은 이렇다.

    임금과 근로소득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고 근로소득의 개념이 더 넓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라는 판시를 내놨다고 해서 근로소득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에서 제외한다면 복지포인트 지급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납세를 회피할 우려가 있다. 기업 사정상 복지포인트 제도를 시행하지 못하는 영세 기업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또 공무원 복지점수와 복지포인트는 다른 제도여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2019년 이후 공사 외에도 많은 기업에서 과세관청에 복지포인트에 대한 근로소득세 경정청구를 했지만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법원은 과세관청 손을 들었다.

    경정청구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한 대표적인 기업은 한화다.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생명보험,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글로벌에셋, 에이치에스아이, 한화 건설, 한화손해사정 등 대다수 계열사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화는 여섯 건의 소송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올해 선고된 근로소득세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 중 노동법률이 확인한 건은 이번 판결을 제외하고 11건이다. 그러나 11건 모두 기업 측이 패소했다. 지난해 11월 선고된 공사의 1심도 대전세무서 측 손을 들었다.
     
    처음으로 판결 뒤집은 2심..."복지포인트, '근로조건' 아닌 '근로복지'"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2심은 공사 측 손을 들었다.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임금과 근로소득이 동일한 개념은 아니라고 봤다. 2019년 대법원 판결으로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에서 제외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복지포인트가 근로조건이 아닌 복지제도라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하게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에 해당하는지 살폈지만 '근로조건'도 아니고 '급여'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근로복지기본법에 근거한 근로복지제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선택한 복지제도에 따라 배정되는 것으로 2019년 대법원은 복지포인트가 '복리후생적 급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며 "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지만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근로복지에 해당해 개념적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지급'되는 것이 아닌 '배정'되는 것이어서 일반적인 임금과는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복지포인트가 배정되면 근로자는 곧바로 현실적인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가 사용 용도와 기간에 맞게 복지포인트를 사용해야지만 이익을 얻게 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복리후생적이라는 취지를 가미해 언어적 표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적 수치에 불과할 뿐 법적으로 유의미한 실체를 가진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복지포인트의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보면 근로소득에 속하는 다른 급여를 지급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복지포인트 과세, 입법적 해결 필요해...공무원과 차등 둘 수 없어
     
    재판부는 공평과세원칙을 이유로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세무서 측은 복지포인트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공평과세원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장 사정상 복지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영세업체와 복지포인트를 도입한 기업 간 원천징수 납부의무 이행 범위나 소속 임직원의 소득세 부담에 큰 차이가 발생해서다. 이는 지난 5월 광주지법 한국바스프 1심 판결에서도 등장했던 판시다.

    그러나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는 금원의 성질과 근로소득의 개념에 따라 판단하면 될 뿐이지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문제를 고려해 근로소득의 개념을 임의로 확장해석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2019년 대법원 판단에 따라 새로운 쟁점이 부각됐다면 그에 맞는 법 해석을 내놔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근로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해석이 아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로 복지포인트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은 법규 상호 간 해석을 통해 그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어 근로기준법과 근로복지기본법 등 관련 규정을 고려해 결론을 내렸다"며 "복지포인트에 대한 근로소득세 부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입법을 통해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근로소득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문언과 달리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방법으로 근로소득의 범위를 넓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공무원 복지점수와 다르게 볼 수 없다는 판단도 내놨다. 공무원 복지점수는 자신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적합한 복지 혜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후생복지제도로 근로의 대가가 아닌 복리후생이어서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제처의 해석이다. 국세청은 법제처 해석을 이유로 공무원 복지점수와 복지포인트를 다르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제처 해석은 선택적 복지제도와 복지포인트에 관해서도 사실상 그대로 적용된다"며 "복지포인트도 공무원 복지점수와 같이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고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는 등 일정한 제한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설령 공무원 복지점수와 선택적 복지제도의 정책적 목적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사실상 동일한 경제적 가치가 부여되는 공무원 복지점수와 복지포인트에 대한 과세를 다르게 하는 것은 조세형평에 반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했다.
     
    대법 올라간 쟁점...유사 사건 파장 클 이유는?
     
    현재 하급심에서 계류 중인 사건의 양상은 대부분 유사하다. 대부분 기업은 입사자나 퇴직자에게는 일한 만큼 나눠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거나 소멸시켰고 휴직자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복지포인트 배정 기준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앞선 기업 패소 사건에서는 근로 제공에 따라 복지포인트에 차등을 둔 것이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본 근거가 됐다.

    한영회계법인의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복지포인트는 기본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자를 대상으로 지급됐고 퇴직으로 근로 제공이 종료되면 잔여포인트가 소멸됐다"며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는 근로소득"이라고 판단했다.

    한화의 경우 복지포인트를 근속 연수, 근로 강도, 급여 수준을 고려해 배정했다. 한화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사업 부문별 근로강도나 급여 수준 등 차이를 고려해 배정된 것을 보면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화건설의 경우에도 법원은 현장전문직이나 파견직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내용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근로와 직접적인 대가는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게 지급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다.

    힌국철도공사의 1심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있었다. 1심은 "공사가 중도 입사나 퇴사 또는 휴직 시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월할 정산해 복지포인트를 배정하고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복지포인트를 전혀 배정하지 않은 것을 보면 복지포인트가 근로를 전제로 밀접하게 관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복지포인트가 임금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근로복지라고 보면서 이러한 논거를 뒤집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대전세무서의 상고로 대법원에 올라갔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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