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 40%가 내년 경영 기조로 '긴축경영'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년 재정 전망을 어둡게 예측해 전반적인 경제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7일 '2024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04개사 임원들을 상대로 지난 11월 23일부터 12월 11일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기업의 38.3%가 긴축경영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곳은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높았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26.3%가 긴축경영이라고 응답한 데 비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52.3%가 긴축경영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 12.8%만이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4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긴축경영 응답이 증가한 이유는 기업들이 자금 사정을 부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기업의 53.5%는 내년 자금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46.1%, 300인 미만 사업장은 57.8%가 같은 대답을 내놨다.

다만 기업들의 투자계획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응답 기업 48.9%가 '올해 수준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 29%는 '투자 축소', 21.9%는 '투자 확대'라고 응답했다. 300인 이상 기업은 투자 축소가 37%로 확대(15.4%)보다 많았으나, 300인 미만 사업장은 투자 확대가 27.6%로 축소(22.3%)보다 많았다.

채용계획도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54.6%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300인 미만 사업장이 '채용 축소'를 계획한다는 응답이 22.3%에 불과한 데 비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40%가 채용 축소를 계획한다고 응답했다.
 
긴축경영 기조에도 채용이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인력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 58.4%가 '향후 5년 이내에 필요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는 부족하지 않지만 향후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기업이 26%, '현재도 부족하고 향후에도 부족하다'는 기업이 32.4%였다.

기업들은 필요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할 방법으로 '인력운영 효율화'(35.3%), '필요인력 양성'(21.8%)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 재고용 등으로 해결하겠다'는 응답은 18.5%였다.
 
경총은 "대부분의 기업이 필요인력이 부족함에도 기존 근로자 계속 고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것은 연공급에 따른 높은 인건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 기업 56.4%가 '2025년 이후'를 꼽았다. 이어 '2024년 하반기'(36.3%)가 뒤를 이었으며 '2024년 상반기'라고 응답한 기업은 5.4%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한국은행이 전망한 2.1%와 유사한 2%를 기록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 1.4%보다 나아져 2%대를 기록할 것이 예상됨에도 300인 이상 기업은 오히려 긴축경영 기조가 크게 증다했다"며 "이는 어려운 대내외 경제 환경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기업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기준과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은 지양하고, 기업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들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