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백규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아웃소싱이 활성화된 이후 많은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는 청소, 경비, 설비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용역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용역업체 변경 시 신규 용역업체가 기존 용역업체의 근로자를 승계할 의무가 있는지와 관련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종래 각급 법원은 묵시적 영업양도(서울고등법원 2017. 6. 14. 선고 2016누62223 판결), 제3자를 위한 계약(대전지방법원 2018. 12. 5. 선고 2017나115536 판결) 등을 근거로 신규 용역업체의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해 오다가, 2021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용역업체 근로자의 고용승계 기대권(이하 '고용승계 기대권')을 최초로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
한편, 대법원은 최근 정년에 도달해 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것이라는 기대권(이하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을 최초로 인정하면서 그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이처럼 법원은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이후로 고용승계 기대권,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 등 근로자의 기대권을 확장하면서 사용자에게 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용역업체 변경 시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에 대해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바, 해당 판결에 대해 살펴보겠다[서울고등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누32657 판결(2023. 12. 9. 확정), 이하 '대상판결'].
2. 사건의 경위
가. 사실관계
원고는 A 청소용역업체 소속으로 피고 보조참가인1 B 기관에서 청소 업무를 시작한 이래 7년여 동안 매년 1년 단위로 변경된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B 기관에서 청소 업무를 해왔던 사람이다. 이후 피고 보조참가인2 C 사가 새로이 B 기관의 청소용역을 맡게 됐다.
원고는 만 60세가 된 해 발목 골절 부상을 입어 6개월가량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다가 복귀해 연말까지 근로를 제공했다. 그런데 원고와 기존 용역업체 간 근로계약이 그해 말 종료됐고, 참가인 C 사는 원고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다.
원고는 참가인들이 원고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 B 기관과 참가인 C 사 모두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기존 근로자를 고용승계 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 ▲달리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의 관행이 확립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참가인 B 기관 내지 C 사의 당사자적격을 부정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 판정과 같은 이유에 더해 ▲참가인 C 사의 취업규칙에는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원고는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나. 제1심 판결의 요지
제1심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참가인 B 기관의 고용 의무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1심은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원고에게 참가인 C 사에 대한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며 참가인 C 사가 원고의 고용승계를 거절한 데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참가인 B 기관에서는 거의 매년 용역업체가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고용승계가 이루어졌으므로, B 기관에서 청소용역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는 관행이 형성된 것으로 보임.
·직전년도 청소용역계약 특수조건부터 '원칙적 고용승계'에서 'B 기관의 별도 요청이 있을 경우 고용을 승계'하는 것으로 내용이 변경됐음. 그러나 7년 동안 5회의 고용승계가 이루어져 이미 원고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발생했으며, 종전 용역업체 소외 D 사도 별도 요청 없이 고용을 승계했으므로 위 특수조건 변경이 실질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음.
·각 특수조건에서는 61세 이상인 자라도 건강에 이상이 없으며 청소 작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 참가인 B 기관의 판단에 따라 계속해서 청소용역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참가인 C 사의 취업규칙에서도 촉탁직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참가인 C 사가 원고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해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고 원고가 61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이하 '이 사건 고용승계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음.
3. 참가인 C 사의 주장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참가인 C 사의 주장
참가인 C 사는 일반적인 갱신기대권 내지 재고용 기대권과 '정년 이후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구별하면서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의 고용승계 기대권의 경우 보다 엄격하게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참가인 C 사는 청소용역계약 특수조건(이하 '이 사건 특수조건')의 문언 등을 들어 정년 이후의 고용승계 기대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원고의 부상 등을 이유로 고용승계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에게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설령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 C 사에게는 고용승계 거절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용승계 기대권의 발생 여부 : 부정
·참가인 C 사로서는 독자적으로 참가인 B 기관의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기존에 참가인 B 기관의 청소용역을 담당한 적도 없으므로 청소용역 근로자의 고용승계 등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며, 이 사건 특수조건의 문언("B 기관의 별도 요청이 있을 경우 고용을 승계한다") 및 B 기관의 고용승계 요청이 없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고용승계의무를 전혀 인식할 수 없었음.
·참가인 C 사의 취업규칙은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특수조건은 만 61세 이상인 경우 종사원의 자격 기준을 '건강에 이상이 없고, 청소 작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참가인 B 기관이 인정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참가인 C 사가 고용승계를 거절할 당시 원고는 이미 만 61세였으며, 달리 참가인 B 기관이 원고의 작업 능력을 인정한 바도 없음.
·원고는 과거 7년 동안 참가인 B 기관에서 5회의 고용승계가 이루어졌으며, 특수조건의 변경은 직전년도에 이미 이루어졌음에도 종전 용역업체는 원고의 고용을 승계했다는 점을 들어 참가인 C 사가 이미 발생한 원고의 기대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고용승계 기대권의 존부는 용역업체의 변경이 있을 때마다 다시 새로이 판단해야 하므로, 설령 사정이 원고의 주장과 같다고 하더라도 참가인 C 사에게 원고에 대한 고용승계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음.
고용승계 거절의 합리적 이유 여부 : 인정 [예비적 판단]
·원고는 직전 해 6개월 이상 부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고, 이미 고령인 데다가 참가인 B 기관의 청소용역업무 강도를 감안하면 원고가 청소용역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참가인 C 사가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원고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음.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참가인 C 사의 원고에 대한 고용 의무)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근로자의 고용승계 기대권은 동일한 사업장에서 수년간 근로를 제공해 오면서 생활의 기반을 마련해 온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대권의 인정을 예상할 수 없었던 사용자로서는 추가 근로자를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게 돼 불측의 피해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 고용승계의 관행, 업무의 내용, 고용승계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인식 등 기존에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법원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에 대한 재고용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보면서(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을 일반적인 갱신기대권과 구별해 인정하고 있는 이상(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사용자가 변경되는 고용승계의 상황에서 정년이 도과한 근로자의 고용승계 기대권 역시 일반적인 근로자의 고용승계 기대권과는 달리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정년이 도과한 근로자의 고용승계 기대권에 대해서는 ⑴고용승계 기대권 및 ⑵정년 도과 후의 기대권이라는 '이중의 기대권'이 별도로 인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의 1심은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와 관련한 계약 내용이나 관행 등을 별도로 살피지 않은 채 고용승계 기대권을 쉽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대상판결 역시 '정년 이후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기존의 고용승계 기대권과 구별하지 않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장에서 수년간 근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내용상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는 점 및 근로자는 정년을 갓 도과한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엄격한 판단하에 정년 후 고용승계 기대권을 부정했다는 측면에서 결론적으로는 합리적인 판결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에는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기존의 고용승계 기대권으로부터 명확히 분리해 판단하는 등 좀 더 세밀한 법리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가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신규 용역업체로서는 취업규칙 및 용역계약에서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검토하고, 기존 용역업체들이 정년 이전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고용을 승계해 왔는지 그 관행을 별도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