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5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노사정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이재헌 기자 jh59@)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노사정 대표자가 신년 인사회에 모두 참석했다. 노사정 대표자는 신년 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나눴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ㆍ근로시간제 개편 등 노사 대립이 첨예한 쟁점이 여전히 남아있어 올해 '사회적 대화'의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5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노사정 신년 인사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 경영계ㆍ노동계ㆍ정부ㆍ국회 대표 200여 명이 참석했다.
 
노사정 신년회는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 사태로 개최되지 않다가 지난해 2년 만에 개최됐다. 하지만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 위원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만 참석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올해로 위원장 임기 5년 차인데 코로나 상황 등으로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 처음 참석한다"며 "노사정 주체들이 신년을 맞아 덕담을 나누는 자리가 이렇게 오랜만에 열렸다는 것은 그동안 노동자와 서민의 삶이 참 고달팠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삶이 나아져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이 아니다"라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노사정이 힘과 지혜를 모아 소중한 결실을 만들어내는 2024년을 만들기 위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환영한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노동개혁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문제 해결의 중심이 돼주기 바란다"고 했다.
 
노사정 새해 첫출발…사회적 대화 '불안 요소' 곳곳에

이날 신년 인사회에서 경영계는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근로시간제 개편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핵심 중 하나다. 손경식 회장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지금의 경제 위기 극복과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근로시간 유연화, 성과가 반영되는 임금체계, 고용 경직성 해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고용부는 근로시간제 개편 방향을 발표하며 "세부적인 사항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노사 대립이 첨예한 의제인 만큼 원활한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서 경사노위는 근로시간제를 포함해 다양한 의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한국노총은 "근로시간제 개편은 논의 사항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해 이 역시 사회적 대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적용 유예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중대재해 발생율이 높다며 예정대로 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법 적용 2년 추가 유예가 담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결과에 따라 사회적 대화에서 노사정이 파열음을 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날 신년 인사회에서 지난해 정부의 노정관계 경색을 가져왔던 노사 법치주의에 대한 변화 촉구의 목소리도 있었다.
 
박정 위원장은 "지난해 정부는 계속해서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다"며 "하지만 노조 활동은 항상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에서 합법의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올해는 현행법의 잣대로만 노조 활동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정식 장관은 "올해는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와 변화가 많은 시기"라며 "노사정이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자세로 함께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