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202개 사업장 중 절반이 넘는 109개에서 위반이 적발됐다. 고용부는 타임오프 근로감독을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하고 노조 옥죄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부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실시된 기획 근로감독의 최종 결과 발표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행위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 건전성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현장의 노사법치 확립을 위해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위법이 의심된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대해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감독 대상 '절반'이 적발…고용부 "시정 조치로 노사법치 확립"
고용부는 이번 기획 근로감독으로 점검 사업장 202개 중 109개소에서 타임오프 한도 위반 등을 적발했다. 적발된 노동조합법 위반 사항은 타임오프, 불법 운영비 원조가 99건(61%)으로 가장 많았고, 단체협약 미신고가 30건(20%), 위법한 단체협약이 17건(12%)으로 뒤를 이었다.
고용부는 사업주가 적발 사항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로 엄정 대응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토록 하는 시정조치를 했다. 그 결과 위반 사업장 109개 중 94개(86.2%)에 대해 시정을 완료했고, 나머지 15개는 시정 중에 있다. 공공부문은 48개 사업장 중 46개(95.8%), 민간기업은 61개 중 48개(78.7%)가 시정을 완료했다.
고용부는 시정이 완료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시정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정에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과 과태료 등으로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시정 완료 사업장에 대해서도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재적발될 경우 형사처벌하고,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근로감독을 확대ㆍ지속할 예정이다.
이 차관은 "정부는 노사법치를 통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과 함께 법치의 토대 위에 대화와 타협이 통하는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산업현장 전반의 법치 확립을 위해 임금체불, 중대재해,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타임오프 기획 근로감독은 일부 사례를 부풀려 노조를 부정부패 세력으로 매도하고, 사용자에게는 노조 탄압 방법을 제시하는 노조 탄압 매뉴얼"이라며 "정부의 노조 옥죄기로 사용자들이 정부를 빌미 삼아 단체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타임오프에 대한 급여 지원 중단, 인사조치 등 노조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사용자에 의한 노동자의 노동3권 침해를 저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정부는 노사가 자율교섭으로 결정한 사항을 불법 지배ㆍ개입이라고 판단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타임오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 제87호를 위반하는 것으로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 자율에 타임오프 제도를 맡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고용부는 타임오프 감독을 하며 노조의 자주성과 법치를 운운하지만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은 오히려 고용부"라며 "ILO 전문가위원회가 타임오프의 노사 자율결정을 요청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근로감독에 나선 것은 노조 때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도 "고용부는 타임오프와 노조 운영비 지원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 건전성을 훼손한다고 하지만 이런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며 "오히려 고용부가 근로감독을 핑계로 사용자를 지휘해 노사 갇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ILO 협약을 무시하고 노조 자주성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없이 자유롭게 체결된 단체협약에 의한 노사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노조의 단체교섭권에 대한 수용할 수 없는 제한"이라며 "정부의 노조 무력화 공세에 맞서겠다"고 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