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그랜드볼룸에서 '제79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올해 사업계획에 회계 공시 거부를 넣을지 격론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그랜드볼룸에서 '제79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이날 정기대대는 전체 대의원 1970명 중 미선출 147명을 제외한 재적 대의원 1823명 중 1186명(과반수 912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넘겨 개회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기대대에서 ▲2023년 사업평가 및 결산 승인 건 ▲2024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 ▲회계감사 선출 건 ▲결의문 채택 건 등 4개 안건을 논의ㆍ의결할 계획이었으나, 첫 번째 안건인 2023년 사업평가 및 결산 승인 건만 통과됐다.
민주노총 올해 사업 '총선'이 가른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2024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 의결을 위해 올해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사업계획의 주요 내용은 △윤석열 정권 퇴진ㆍ한국사회 체제전환 △총선투쟁ㆍ노동자 정치세력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모든 민중의 생존권 보장 △조직 혁신강화 새로운 운동전략 수립 등이다.
올해 투쟁계획은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민주노총은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결정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시기별 투쟁계획으로 1월~4월 의제 쟁점화ㆍ총선투쟁, 5월~9월 의제 관철을 위한 실천 투쟁, 9월~12월 입법ㆍ제도화 투쟁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3월과 5월 두 번의 윤석열 퇴진ㆍ심판 민중대회를 개최하고, 2월에서 4월까지 총선의제 쟁점화 사업에 나선 뒤 6월에는 총선요구안 입법투쟁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무산된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재추진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간접고용ㆍ특수고용 노동자 공동투쟁에도 나선다.
민주노총의 새로운 30년 운동전략 수립을 위한 '30년 위원회'도 올해 구성해 정책대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노동운동 전략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이 실장은 "윤 정권 퇴진이라는 일관된 기조하에 시기별ㆍ의제별 투쟁을 정권 퇴진 투쟁으로 모아낼 계획"이라며 "당면한 현안투쟁과 함께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쟁취투쟁, 사회공공성강화 투쟁을 통해 모든 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회계 공시 거부' 갑론을박…정족수 미달로 결론 못내
사업계획을 두고 5개의 수정동의안이 제출됐다. △회계 공시 거부 명시안 △더불어민주당과의 총선 선거 연대 금지안 △6월 총파업 추진안 △3월 민중대회 통합안 △반전쟁ㆍ반핵무기 세력과의 연대 명시안이다.
먼저, '회계 공시 거부 수정동의안'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엔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조, 연합단체, 총연합단체가 회계 공시를 하는 경우에만 1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ㆍ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반발하면서도 지난해 10월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노조 탄압, 혐오 조장을 저지해 국민 신뢰를 확대하고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며 회계 공시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정기대대에서 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대의원 74명과 함께 회계 공시 거부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해당 수정동의안에는 회계 공시를 통한 윤 정부의 노조 자주성 침해, 부당 개입에 맞서 회계 공시 거부 방침을 사업계획에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차 지회장은 "작년에 중집에서 갑작스럽게 회계 공시 동의가 결정됐다"며 "회계 공시 방침을 사업계획에 추가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을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윤 정권의 회계 공시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싸우는 것이 민주노총의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민주노총이 회계 공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윤 정권에 대한 투쟁을 포기한 결정"이라며 "세액공제라는 돈 몇 푼에 민주노총의 정신을 훼손하는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순향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 지부장도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사업장이라고 생각했다"며 "회계 공시를 거부하는 것은 윤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민주노총의 원칙이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 지부장은 "세액공제는 조합원들이 가지는 당연한 권리"라며 "중집의 결정은 각기 다른 사업장의 사정을 고려한 결정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기대대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산별로 토론을 거쳐 결정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랜 시간 격론이 오갔지만 회계 공시 거부 수정동의안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기대대가 끝났다. 논의를 이어가던 중 정족수가 미달돼 회의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결국 2024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은 다음 대대로 유회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정족수가 모자라 의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5일 중집을 통해 거점ㆍ지역별 대의원대회, 온라인 대의원대회 등을 논의해 의결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