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작업중지권 요구안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재헌 기자 jh59@)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 사업주를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작업중지권 요구안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에서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해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의 처벌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와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작업중지권 행사를 두고 논란이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작업중지권 행사의 정당성을 다툰 사건에서 대법원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노동조합 대표자를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첫 대법원 판결을 내놨지만, 대법원에서도 '급박한 위험'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작업중지권 쓰면 손배?…"불이익 시 처벌 규정 있어야"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작업중지권 행사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현장 발언이 이어졌다.

현진우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벨트 드럼 설비에 센서가 오작동해 사측에 점검을 요청하고 조합원들과 작업중지권을 행사했지만, 사측이 이유 없는 작업중지권 행사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정한영 금속노조 현대ISC지회 지회장은 "설비 고장으로 조합원이 작업 중지를 요청했지만 원청인 현대제철로부터 거부당한 이후 산재 사고가 발생했다"며 "작업중지권 행사를 요구했던 조합원만 오히려 징계를 받고 전환 배치됐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손배, 징계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엔 작업중지권을 사용한 근로자에 불이익 처우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어겨도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며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사측이 불이익을 가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산재 위험에도 사업주의 일방적 작업 재개가 일상화돼 산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캐나다처럼 안전보건 규칙을 위반한 작업명령에도 중지권을 부여하고, 노사 모두 동의해야 작업 재개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청근로자한테도 작업중지권 보장하고 '임금 보전' 있어야"
 
하청근로자에게까지 작업중지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원청에서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작업중지 기간 동안의 임금 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지회장은 "작업의 시작과 종료를 모회사가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안전 문제가 생겨도 자회사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모회사에게도 작업중지권 거부로 인한 산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전재희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원청이 하청근로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실장은 "하청근로자들은 작업중지를 하면 그만큼 공정이 늘어지고, 자칫 팀 전체가 하루 일을 하지 못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원청이 나서서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면 노사 상생과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청근로자 작업중지권을 행사했을 때 작업중지 기간 동안 임금 보전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실장은 "하청근로자는 작업이 중지된 기간 동안 일이 끊기면 생계가 막막한 경우가 많다"며 "하청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임금 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