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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박종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초래했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2019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를 도입했는데, 현재 근로기준법령에선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ⅰ)사용자의 객관적인 조사·조치 의무, (ⅱ)신고자 및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등 기본 방침을 규정하고 있을 뿐, 세부적인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세부적인 사항은 법원의 판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등을 통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판례, 행정해석 등을 중심으로 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실무에서 문제 되는 사항들을 살펴보겠다.   

2.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쟁점

퇴사한 근로자가 종전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을 경우 그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 ○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해 위와 같은 쟁점을 직접 다룬 대법원 판례를 찾아보긴 어렵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문언, 취지 등을 고려하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사람이 이미 퇴사한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그 신고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를 할 의무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해 특별히 신고자를 근로관계가 존재하는 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위 제1항의 신고가 접수되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퇴사자가 종전 직장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을 경우에도 사용자는 조사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퇴사자가 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하더라도, 신고인 자격을 이유로 징계 처분의 효력이 부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퇴사한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한 사안에서 사용자가 그 신고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해 가해자에 대해 해고 처분을 한 경우 그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1. 1. 7. 선고 2020누40817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 위 판결에서 신고인 자격이 직접적인 쟁점이 된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퇴사한 근로자가 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특별히 문제 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위 신고는 사용자가 가해자의 비위행위를 인지하는 계기가 된 단순한 사실행위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법리는 조문 구조가 사실상 동일한 직장 내 괴롭힘 사안에서도 원용될 가능성이 높다. 

업무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지 : ○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는 '폭행·상해 등의 신체적 공격행위'나 '폭언·협박 등의 정신적인 공격행위'와 같이 명백히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뿐만 아니라 '업무상 명백히 불필요한 것이거나 수행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는 행위', '업무상 합리성이 없이 능력이나 경험에서 동떨어진 정도의 낮은 업무를 명령하는 행위' 등 외견상 업무 범위 내의 행위로 보이는 행위도 포함된다(대전고등법원 2022. 5. 12. 선고 2021나13620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6. 15. 선고 2021나314644 판결 등 참조). 고용노동부 역시도 업무 범위 내로 볼 수 있는 '업무를 과도하게 부여'하거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도적인 무시·배제'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3. 4.) 46쪽].

하급자가 상급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될 수 있는지 : ○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경우에 한해 성립하게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참조). 따라서 직장에서 대체로 상급자에 비해 열위한 지위에 놓인 하급자의 경우 상급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문제 되는데, 결론적으로 하급자도 상황에 따라서는 상급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서 말하는 '관계 등의 우위'란 상대방이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로,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모든 관계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연령, 학벌, 성별, 근속연수, 전문지식 등 다양한 요소를 토대로 관계의 우위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설령 하급자라 하더라도 제반 사정에 따라 상급자에 대한 관계의 우위성이 인정될 수 있다. 

법원 역시 같은 입장이다. 법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하급자였지만, 피해자의 상급자와 합세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정신적인 압박을 가한 사안에서 가해자의 우위성을 인정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21. 9. 9. 선고 2020구합74627 판결, 당심 확정). 또한 청원경찰이 자신의 감독자인 조장에 대해, 자신의 긴 근무 경력과 나이 등을 내세워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비꼬는 말투를 하며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사안에서도 가해자의 우위성을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22. 1. 18. 선고 2020구합84143 판결, 당심 확정). 이처럼 제반 사정에 따라 하급자의 상급자에 대한 관계의 우위성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라 조사를 했는데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 곧바로 피해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인지 : ×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라 사용자가 조사를 완료했지만, 가해자의 직장 내 괴롭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 신고인이 곧바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사실 확인 조사가 객관적임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은 은밀하게 이루어지며 발각되더라도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빈번하기 때문이다(청주지방법원 2022. 4. 13. 선고 2021노438 판결, 대법원 2022. 7. 12. 2022도4925 결정으로 상고기각). 따라서 위와 같은 신고인에 대해 사용자가 정당한 근거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에 저촉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은 근로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기각됐다고 하더라도 신고한 근로자를 징계함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사안에서 관련 법령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보호와 권리구제 장치로서 신고 제도를 마련한 이상, 해당 신고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 한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광주고등법원 2022. 5. 11. 선고 2021나24966 판결, 당심 확정). 이러한 법리는 논리 구조가 사실상 동일한 직장 내 괴롭힘 사안에서 그대로 원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신고인을 징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공무원에게도 적용 가능한지 : △

공무원에게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이 적용되는지를 정면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찾아보긴 어렵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질의 회신를 통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은 공무원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으며, 공무원에게는 국가공무원법, 공무원행동강령, 공무원고충처리규정 등이 우선 적용된다는 견해를 밝혔다(근로기준정책과-122, 2020. 1. 6.).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공무원의 경우 인사혁신처 및 각 기관에 설치된 고충처리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괴롭힘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원은 공무원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명시적인 특별 규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입장이어서(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다카1355 판결, 대법원 1996. 4. 23. 선고 94다446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공무원에게도 적용될 여지는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쟁점은 정리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과 공무원고충처리규정 등의 관계에 대한 추후 법원의 판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마치며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되면서 근로자의 권익은 더 두텁게 보호될 수 있었지만, 실무적으로 다양한 사항이 쟁점화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항은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기 때문에 추후 관련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