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7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동조합 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으로 국정감사에 세 차례나 오르내렸던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관계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현재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가 부당노동행위로 다투고 있는 사건은 총 3건으로, 이 중 1건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앱솔루트 등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현재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는 유효한 단체협약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9월 회사의 단협 해지 통보로 단협이 실효됐고, 지금까지도 단체협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부터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 보안 요원을 상주시켜 노조 활동을 감시한 것, 노조 조합원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 등이 부당노동행위라는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8월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회사가 노조에 노조 사무실을 미제공한 행위는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본사를 이전하면서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회사 내 공유 공간에 임시 천막을 설치해 임시 사무실로 사용했지만, 회사는 임시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노위는 회사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서울지노위는 "노조 사무실은 노조가 정상적으로 존재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노조의 존폐와 직접 연결된다"며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무실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엔 사용자의 지배ㆍ개입의 의사를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임시 천막을 철거하라고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진 지난해 12월 중앙노동위원회도 초심 판정을 유지했고, 이에 불복한 회사는 지난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1월에도 서울지노위는 노조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회사는 보안요원을 노조가 사용하는 임시 천막 옆에 배치하고, 보안요원은 노조에 방문한 조합원 등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서울지노위는 "보안요원이 사진을 찍어 조합원이나 그 관계자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태도를 취한 것은 사용자가 보안요원을 상주시켜 노조 활동을 감시 및 방해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한, 회사는 전 직원에게 '쟁의행위 기간을 포함한 여타의 이유로 11개월간 만근하지 않으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지하고, 쟁의행위 참가를 이유로 조합원에게 760만 원 상당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서울지노위는 각각의 행위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서울지노위는 "두 행위는 노조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거나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조합 탈퇴나 분열을 조장하는 등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단체교섭에 대표이사가 참여하지 않아 실무교섭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이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지노위는 "대표이사는 단체교섭권ㆍ단체협약 체결권을 사측 교섭위원에게 위임했고, 사측 교섭위원은 적법한 교섭권한 위임에 따라 사용자를 대표해 적법하게 단체교섭을 진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대표이사가 참여하지 않는 실무교섭만 진행했다고 해서 이를 단체교섭 거부 및 해태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오진아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공인노무사는 "대표이사 없이 실무교섭만 이어져 제대로 된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고, 회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교섭을 늦추고 있어 교섭 해태와 거부로 볼 수밖에 없는데, 노동위가 보수적인 판단을 한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지금으로서 노조의 최우선 목표는 단체협약 체결"이라며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폭탄 돌리기를 멈추고, 대표이사는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한편, 노조는 회사가 부당한 인사평가로 조합원에게 하위 고과를 줬다며 이 건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나 더 제기한 상태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지노위에서 진행 중이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