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이성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1. 들어가며

'일잘러'와 '일못러'라는 신조어가 있다. 일잘러는 '일을 잘하다'를 줄인 '일잘'에 영어 접미사 '-er'를 붙인 말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일못러는 반대로 일을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근무성적이 좋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업무비효율 문제뿐만 아니라 부서 또는 조직 전체의 분위기나 사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흔히 저성과자라고 불리는 일못러가 달가울 이 없다. 

그렇다면 회사는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저성과자인 일못러를 해고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제23조 제1항), 정당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해고의 정당성은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하에서는 대법원이 2021년 제시한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정당성 판단기준을 소개하고, 최근 선고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을 통해 저성과자 해고 시 유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2.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

대법원은 지난 2021년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처분의 정당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이하 '2021년 대법원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은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저성과자 해고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①취업규칙 등에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②사용자가 저성과자로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하며, ③저성과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타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리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했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된 최근의 판례

가. 저성과자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1) A 자동차 사례(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 파기환송심 계속 중)

A 자동차는 2009년부터 간부사원 전체 직원 중 직전 3개년도 누적 인사평가 결과가 하위 1% 미만에 해당하는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근무태도 향상, 역량 및 성과 개선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를 도입한 이래 매년 이를 시행해 왔는데, 대상자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총 7회에 걸쳐 PIP 대상자로 선정됐고, 2017년 당시 3년간 인사평가 결과는 1만1229명 중 1만1222위였다. 또한 2017년 PIP 대상자 44명 중 41위로 매우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A 자동차는 대상자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 제5호의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8. 3. 7. 대상자를 해고했다.

대법원은 "①대상자는 해고 당시 입사 25년 차이자 12년 차 과장으로서 그 직책과 경력에 따른 성과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점, ②대상자는 인사평가에서 지속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는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기간이 11년으로 상당히 장기간이고, 특히 이 사건 해고 전 약 3년간의 인사평가결과는 1만1229명 중 1만1222위로 최하위 그룹에 속하며 실적도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었던 점, ③2017년 인사평가에서 약간의 개선이 있기는 했으나, 여전히 업무능력이 미흡하고 스스로 본인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으며, 2017년 PIP 대상자 평가에서조차 44명 중 41위를 기록한 점, ④회사는 대상자에게 PIP 교육을 7회나 실시하는 등으로 개선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고, 대상자와의 면담에서 대상자가 기존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 의사를 존중해 직무재교육 기회를 7회나 제공했음에도 업무능력이나 업무성과가 개선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대상자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대상자에게 배치전환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전보발령을 단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 B 소프트웨어사 사례(서울고등법원 2024. 3. 22. 선고 2023나2024051 판결; 상고장 제출)

B 소프트웨어사는 2019. 5.경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누적 업무평가결과 평균 C+ 미만자를 대상으로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고, 전체 직원 1895명 중 대상자를 포함한 29명이 1차 저성과자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됐다. 1차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대상자를 포함한 나머지 3명에 대해 재차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시행됐는데, 대상자는 최종평가에서 가장 낮은 D 등급으로 평가됐다. 이에 인사위원회는 2020. 5. 28. 대상자에게 직무부담을 면제해 역량·성과 향상에 진력할 수 있도록 2개월간 대기발령을 명했는데, 대상자는 대기발령 중 진행된 코딩테스트에서 모두 0점을 받아 가장 낮은 D 등급으로 평가됐다. 이후 인사위원회는 2020. 8. 3. 1개월간 대기발령 연장을 명했는데, 대상자는 2차 대기발령 중 진행된 코딩테스트에서도 평균 1.6점을 받아 마찬가지로 D 등급으로 평가됐다. 결국 B 사의 징계위원회는 2020. 12. 17. 저성과자 역량 등 향상을 위한 관리규정, 취업규칙, 징계규정 등을 근거로 대상자를 징계해고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①대상자는 평가기간에만 전산망에 접속하고, 최신 정보기술 분석 업무 등의 경우에는 다른 보고서를 표절하거나 짜집기하는 등으로 부실하게 업무를 수행한 점, ②대상자가 별다른 업무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업무수행 및 업무역량 향상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③1차 저성과자 프로그램에서는 보고서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고, 2차 저성과자 프로그램에서는 개선 계획서만을 제출하고 실질적인 개선 업무는 수행하지 않은 점, ④대상자는 형식적으로 교육과정을 수료했을 뿐 평가에서 인터넷상에 공개된 소스를 복사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몹시 저조한 성적을 받은 점, ⑤1, 2차 대기발령 기간 중에도 1, 2차 저성과자 프로그램에서 요구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대상자는 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점, ⑥업무 평가와 관련해 회사는 대상자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 평가의 근거가 된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평가서를 작성했고 달리 회사가 대상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적절한 평가기준을 적용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고, 달리 그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해고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8. 선고 2021가합544824 판결), 서울고등법원 역시 동일하게 판단했다.

이 사안에서 회사는 2차 대기발령 이후 대상자에게 타 부서로 이동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고, 실제로 대상자는 58개 팀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에서 역량 부족 및 역량 향상에 대한 의지 부족을 지적받으며 전부 탈락했고, 결국 대상자는 징계해고됐다. 이 판결을 통해 회사가 저성과자에 대한 배치전환이나 전보발령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나. 저성과자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1) C 재단법인 사례(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3. 5. 12. 선고 2022가합15819 판결; 항소미제기로 확정)

C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의 학교장은 2022. 6. 16. 대상자에게 '근로 수행능력 부족으로 인해 직무변경 등 개선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근로자의 근무능력의 개선이나 태도가 더 나아지지 않으므로 대상자를 해고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①대상자의 담당업무가 변경된 것이 대상자의 낮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때문이라거나, 담당업무가 변경된 이후에도 대상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는 점, ②대상자가 비위행위로 시말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으나, 위와 같은 비위사실이 대상자의 개선될 여지없는 근무능력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설령 대상자가 업무 시간 중 개인적인 서류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대상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해고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 D 연구기관 사례(서울행정법원 2023. 2. 10. 선고 2022구합51161 판결; 항소미제기로 확정)

D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비보직자 연구직은 연구실적 등을 토대로 산정되는 '업적평가'와 업적달성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능력태도평가'로 구분 평가해 1차 평가항목별 점수를 산출하게 되는데, 상대평가에 따라 S(5%), A(20%), B(50%), C(20%), D(5%) 등급이 부여된다. D 연구기관은 2021. 6. 1. 대상자가 인사평가 결과 2회 연속(2019년, 2020년) 최하위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년연장 연구원 운영요령에 의거해 대상자를 해고했다.

서울행정법원은 "①D등급은 평가대상자 중 5%가 상대평가로 인해 언제나 받게 되는 것이어서 위 평가등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객관적으로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대상자가 다른 근로자에 비해 수행한 업무의 정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는 제출하고 있지 못하는 점, ②대상자가 2019년과 2020년에 C등급을 받은 근로자들과 평가점수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대상자는 우수한 연구성과와 공적 등을 인정받아 정년연장 연구원에 선발됐고, 2008년부터 계속 B등급 이상을 받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대상자는 전문성의 정도가 높고 기존의 성과가 좋았음을 D 연구기관이 인정했던 것으로 보이고, 비록 2년간 D등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고에 이를 정도로 장기간 근무성적이 낮았던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④이 사건 해고를 하기 전에 대상자에게 다른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거나 근무성적이 낮음을 이유로 업무실적을 높일 것을 요구했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오히려 정부예산 감소를 이유로 2020년에는 대상자의 과제 참여를 배제해 대상자로 하여금 근무성적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하였을 뿐인 점 등을 종합해 해고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4. 시사점

법원은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에 대한 판단에는 기본적으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법원의 입장은 타당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사가 저성과자를 해고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①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좋지 않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근거를 취업규칙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② 또한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상대평가의 경우 일정 비율의 근로자들은 반드시 가장 낮은 등급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객관적으로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D 연구기관 사례), 해당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 비해 얼마나 성과가 저조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특히 근로자가 1년 내지 2년의 비교적 단기간동안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했다는 사정만으로 그를 저성과자로 선정해서는 안 되고, 장기간의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적으로 평가결과가 좋지 않은 근로자를 저성과자로 선정해야 한다(D 연구기관 사례). 근로자가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불량한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저성과자 판단에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C 재단법인 사례).

③ 마지막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저성과자를 선정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저성과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개선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충분한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비로소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다. 회사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저성과자에게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고(D 연구기관 사례),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에서는 저성과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A 자동차, B 소프트웨어사 사례).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사가 반드시 배치전환이나 전보명령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A 자동차, B 소프트웨어사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