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쿠팡 본사(사진=뉴시스)
 
쿠팡의 일방적인 캠프(물류센터) 변경으로 배송 거리가 늘어난 배송기사들이 과로와 실질임금 감소를 호소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쿠팡에 대책 요구에 나섰다.
 
택배노조는 30일 서울 강남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일산 7캠프 강제이전, 쿠팡 갑질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팡 배송기사들은 '캠프'라는 이름의 물류센터에서 물량을 받아 배송 업무를 한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3일 쿠팡은 일산 7캠프에서 일하던 배송기사들에게 7캠프에서 30km 떨어진 김포 1캠프에서 일하라고 통보했다.

쿠팡 배송기사들은 영업점과 계약을 맺는다. 배송기사와 영업점 간 계약에는 업무를 할 캠프가 지정돼 있다. 문제는 영업점과 쿠팡 간 계약이다. 영업점과 쿠팡 간 계약에는 담당 캠프가 지정돼 있지 않다. 쿠팡은 수행률에 따라 영업점에게 지정한 캠프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배송기사들은 쿠팡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어 일방적으로 캠프가 변경돼도 쿠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송정현 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일산지회장은 "택배 노동자와 영업점 간 계약에는 캠프가 지정돼 있지만 영업점과 쿠팡의 계약에 구역독점권이 없다"며 "쿠팡이 캠프를 일방적으로 변경해도 영업점과 택배 노동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배송기사들에게 캠프 변경 이유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일산 7캠프 배송기사 A 씨는 "소속 영업점으로부터 지난 3일 갑자기 9일부터 김포 1캠프로 강제 이전된다는 문자를 통보받았다"며 "영업점에 이전 사유를 물어도 본사에서 통보받아 이유를 모른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했다.
 
A 씨는 캠프 이전으로 배송기사들의 근로시간이 늘어나고 주유비, 톨게이트비 등 제반 비용이 늘어나 실질 임금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일산 7캠프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처에서 거주한다"며 "김포 1캠프로의 강제 이전으로 업무시간이 1시간 30분 더 늘어나고 톨게이트를 4번 거치느라 60~70만 원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의 일방적 근무지 이전 조치로 인해 일산 7캠프에서 일하던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급격히 후퇴됐다"며 "과로와 실질 임금 감소 외에도 배송시간은 길어지는데 배송 마감 시간은 그대로여서 택배 노동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쿠팡 배송기사들의 배송 단가는 캠프와 배송지 간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 택배노조는 캠프 변경으로 배송 단가가 달라져 계약조건 변경에 해당하는데도 쿠팡이 변경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준비위원장은 "강제 이전으로 과로를 견디지 못해 그만두는 택배 노동자들이 늘어나 영업점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택배 노동자와 영업점이 모두 설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쿠팡은 이를 무시하고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이유와 향후 계획은 물로 강제 이전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 방지, 실질임금 보전 방안에 대해서도 쿠팡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노동법률과의 전화연결에서 "내부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캠프 변경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