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워싱턴 북미 건설노조 입법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지난해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노조 조합원 수를 달성했다. 지난해 파업과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 인상률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계가 바이든 정부의 친노동정책과 젊은 층의 노조 지지를 등에 업고 부흥기를 맞이할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지난 30일 '미국 노동운동의 고조와 그 배경' 이슈 페이퍼를 발간했다.
 
미국 노동계는 전국노사관계위원회(NLRB) 기준 2014년 노조 가입 투표를 통해 조직화된 조합원 수가 800만 명 이하로 떨어지며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노조 조합원 수는 1620만 명으로 2022년 보다 19만1000명 증가했다. 특히 공공부문은 7만 명 감소했지만 민간 부문에서 26만1000명이 증가했다.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던 스타벅스와 아마존에 노조가 결성됐고 조합원 수가 계속 감소하던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도 앨라배마 현대, 미주리 도요타, 테네시 폭스바겐 공장 등에서 조합원 수가 증가했다.
 
노조의 파업도 증가했다. 코넬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파업과 직장폐쇄를 포함한 작업중단 건수는 433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470건으로 37건(9%) 늘어났다. 파업에 참여한 인원수는 22만4000명에서 53만9000명으로 141% 증가했다.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 인상률도 증가 추세다. 2017년 3%였던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인상률은 2023년 7.3%까지 증가했다.
 
UAW, 헐리우드 작가조합은 산업전환에 대비한 단체협약 체결에도 성공했다. 전기차 전환을 앞둔 UAW는 올해 단체협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 근로자들에게도 단체협약의 기본 협약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헐리우드 작가조합은 OTT로의 산업 전환을 대비해 단체협약에 재상영 분배금 인상, 인공지능(AI) 활용 규칙을 명시했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미국 노동계가 침체를 끝내고 발전하는 원인으로 젊은 세대 노조 지지율의 증가와 미국 정부의 친노동 정책을 꼽았다.
 
미국진보센터에 따르면 세대별 노조 지지율은 전 세대에서 2012년 55% 미만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에는 Z세대(1990년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64.3%,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60.5%, X세대(1965년~1979년 출생자) 57.8%, 베이비붐세대(1946년~1964년 출생자) 57.2%를 기록했다. 젊은 층일수록 노조 지지율이 높았다.
 
젊은 층의 높은 노조 지지율은 젊은 조합원의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로에 따르면 올해 45세 미만 조합원은 22만9000명 증가했다. 45세 이상 조합원이 3만8000명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특히 16~24세 조합원 수는 지난 3년간 계속 증가 추세다.
 
전누리 금속노조 객원연구위원은 "젊은 세대의 노조 지지율 증가가 주목된다"며 "코로나 19 이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이 노동운동에 우호적인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의 친노동 정책과 노조 지지 선언도 미국 노동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반노동 성향의 로브 전국노사관계위원회 법무 자문을 해임하고 아브르조 미디어통신노조 특별 고문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후 백악관 직속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주재하는 '노동자 조직화와 권한 강화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노조 지지 발언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UAW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지난해 9월 UAW의 미시간주 GM공장 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은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회사는 지금 받는 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올해 국정연설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GM 파업 집회에 참여했던 것이 자랑스럽다"며 "지금의 미국은 월 스트리트가 아닌 중산층이 만들었고 중산층은 노조가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오는 11월 트럼프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 친노동적인 정책을 펴 노동운동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됐다"며 "다만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집권할 경우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