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 최저임금보다 낮은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타당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연구보고서를 내고 "현행 법규정 및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더 낮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노동생산성이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처음 개최된 이후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놓고 노사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 검토한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법적 근거인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의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 규정이 현재 최저임금보다 저 낮은 임금 설정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제도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도 적어도 최저임금의 본질적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며 "적어도 정해진 최저임금에 비해 낮은 최저임금이 가능하려면 현재 기준인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감안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모든 사업을 기준으로 봤을 때 '최저'기준을 상회한다는 전제가 성립되고, 따라서 이보다 더 낮출 여지가 있음이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해외의 업종별 차등적용 사례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차등적용 논의와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의 임금구조는 '단일 법정 최저임금', 업종별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되는 '업종별 최저임금', 교섭력이 강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협약임금'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체협약에 기반한 업종별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국가 최저임금'과 '업종별 최저임금'이 있다. 이때 업종별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산별 노사협약에 의해 결정되는데, 업종별 최저임금은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산업, 직종, 경력 등에 따라 차등화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적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최저임금이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산업별) 최저임금'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특정 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보완해 기업 임금수준 설정 시 노사 간 협의 체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역별 최저임금과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 사용자는 둘 중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즉, 종합하면 앞서 언급한 해외 사례에선 업종별 최저임금이 법정 최저임금 또는 지역별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업종별 최저임금을 '더 낮은' 최저임금이 아닌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차등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상향식'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하는 '하향식' 논의와는 다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하향식'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는 과학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통계, 현재 최저임금이 최저임금법이 의도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음을 입증하는 과정 없이는 그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할 때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근로자의 생활 안정 등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종 간 차이(근무 강도, 생산성 등)를 반영해 근로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위한 법률상 명시적 근거 조항 마련 및 과학적 통계 제시 등이 전제된 상황에서 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