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 회의장에서 '노동조합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국회 입법청문회에서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격돌했다.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입법되면 불법 파업이 늘어나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야당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맞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 회의장에서 '노동조합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고 조합활동으로 인한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법안으로 지난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조의 점거 파업을 계기로 21대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 수순을 밟았다.
 
22대 국회에서는 현재까지 3개의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대표발의안,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ㆍ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ㆍ윤종오 진보당 의원 대표발의안)이 발의됐다.
 
박 의원 대표발의안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 확장이 없지만, 나머지 개정안에는 근로자 개념 확대까지 포함돼 21대 국회 때 통과된 법안보다 개정 범위가 넓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민석 고용부 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의원은 "기업들은 손배가압류를 노조 무력화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옵티칼 사건 등 여전히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은 현존한다. 노란봉투법 입법만을 기다리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위해 국회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사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지속 가능한 안을 만들기 위해 원하청 상생 협약, 노동자 이음센터 등 다양한 정책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정답이 노란봉투법이라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이견을 좁혀가며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도 노동 약자 보호 필요성을 말한 만큼 이견을 좁혀나갈 방법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면담 과정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7월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에 노동자가 앞장설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이 나왔다"며 "노란봉투법이 여야 합의도 없이 급하게 재추진되는 것이 노동 약자를 위함인지 정권퇴진운동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함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에 위헌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은 명확성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등에 위배돼 헌법에 반하고 민법과도 충돌하는 법안"이라며 "노동조합법 내에서도 교섭 창구 단일화, 부당노동행위 구성 규정 등과 충돌해 노사관계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노동조합법은 노동자 보호라는 특수성이 있는 법안이다. 이를 민법과 비교해 위법성을 말하는 것은 문제"라며 "민법상 정당방위도 노란봉투법과 같은 문구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 교섭권 보장을 위해 노란봉투법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기도 쉽지 않고, 만들어도 원청이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 권한을 가지고 있어 노란봉투법이 없으면 사실상 교섭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현재 많은 법원 판결들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 지배력 있는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법원에서 걸러지지 못한 사건들에 대해 고용부가 부당노동행위 등을 검토해 정리하면 될 것이지 산업현장에 과도한 혼란을 가져오는 법안만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노란봉투법 추진의 가장 큰 이유가 됐던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서도 여야는 의견을 달리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노란봉투법 통과의 계기가 된 대우조선해양 사건에서 손배가압류 액수는 470억 원이었다"며 "기업들이 쟁의행위를 이유로 조합원들의 인생을 망치겠다고 하는 것을 가만히 계속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무리한 손배가압류 청구를 하지 않으려는 사업주들도 많지만 주주들이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면 배임이라고 압박하는 사업장들도 많다"며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배임 문제를 없애줘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현재도 원청의 사용자성과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 액수는 법원을 통해 충분히 조정되고 있고 불법 파업에 단순 가담한 조합원의 배상액도 감경되고 있다"며 "손배가압류가 문제되는 9개 대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사업장에 해당 사항이 없는 문제를 이유로 파급효과를 알 수 없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도 "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불법행위에까지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노동자들이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해야지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까지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