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최종연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

대상판결

-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19다279344 판결(현대자동차)
-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다226558 판결(현대모비스)

1. 들어가며

2024. 6. 17.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소방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예방점검·경정비(이하 '예방보전'), 현대모비스 CKD 품질관리업무(이하 '품질관리')를 담당한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각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각 판결은 이례적으로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소위 '간접공정'의 업무에 관해 불법파견을 차례로 인정한 의의가 있는바, 이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2.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예방보전

가. 사건의 개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는 신차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험용 시제차 및 관련 부품·기술을 시험·검증하기 위한 약 2만 대 이상의 시험장비가 설치·운용하였는데, 이러한 장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예방보전업무'라고 부른다.

원고들은 2003년부터 2012년경까지 당시 협력업체에 각 입사해 예방보전업무를 수행해 오던 중, 2015. 9. 3. 피고를 대상으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피고 간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으나(2015가합556345호), 서울고등법원은 약 2년 만에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2018나2062639호). 이에 원고들이 상고해 약 4년 8개월 만에 대상판결이 선고됐다.

나. 심급별 쟁점별 요지 

1)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제2심 판결은 도급계약서 첨부 '도급업무 세부목록'으로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됐다고 보고, 원고들이 수행한 계약 외 업무는 이 사건 계약과 무관하지 않으며, 긴급 점검 등은 '개별적으로 부탁을 하는 정도로 보인다'고 보고 상당한 지휘·명령을 불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들이 예방점검표에 따라 점검결과를 기재 후 현대차 시험팀 담당자에게 확인받는 등의 방식으로 보전업무를 수행한 점, 주1회 업무회의로 업무 진행을 관리하고 지시사항을 전달한 점을 들어 상당한 지휘·명령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했다.

2) 피고 사업에 실질적 편입 여부 

제2심 판결은 원고들과 정규직 업무가 명확히 구별되고, 현대차 근로자들과 함께 작업하거나 업무를 대신한 증거들은 '업무 협조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돕거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 따라 지원한 정도로 보인다'는 이유로 피고 사업 편입을 불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들과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의 업무 범위가 실제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일부 장비는 함께 업무를 담당하고 장비 고장 시 현대차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공동 작업을 수행한 점을 들어 사업 편입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했다.

3) 협력업체의 근로자 채용·인사·근태관리 결정 권한 독자적 행사 여부
 
제2심 판결은 예방보전 업무의 특성상 현대차 연구팀과 원고들은 '업무상 협력관계'로 봤고, 현대차가 정한 작업량(M/H)에 따른 표준정원(T/O)을 정한 것은 일의 완성 여부를 정밀하게 산정하기 어렵고 노무 제공에 중점을 둔 예방보전 업무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일 뿐이며, 현대차가 원고들의 근태를 관리·지시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가 표준정원(T/O)에 계약단가를 곱한 금액으로 도급금액을 정하면서 실제 투입된 근로시간이 1인당 작업량(M/H)에 미달할 경우 미달분을 도급금액에서 공제하고 현대차에게 작업월보를 제출했으며, 표준정원(T/O)에 해당하는 인원만 채용했고, 협력업체의 작업배치권 및 직무교육 미실시를 확인했다.

4) 계약 목적의 한정성·전문성·기술성·구별 여부 

제2심 판결은 예방보전업무가 다양한 시험장비를 다루므로 기술력·전문성이 있고, 현대차가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자사의 시험장비인 이상 불가피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원고들의 업무가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협력업체의 전문적인 기술 등이 요구되지 않았다고만 인정했다. 

5) 협력업체의 독립성

제2심 판결은 현대차가 예방보전업무의 원활한 진행과 협조를 위해 공구·장비·소모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협력업체들의 고유 자본이나 기술 투입·별도 작업장, 사무실이 없고 고용 승계를 한 점을 들어 그 독립성을 불인정했다. 

3. 현대모비스 품질관리 사건 

가. 사건의 개요 

현대모비스는 설계·생산한 자동차 모듈·부품(이하 '부품'으로 통칭)을 국내·해외 자동차 생산업체에 공급하면서 해외에는 CKD(Complete Knock-Down, 반조립 상태) 방식으로 수출했다. 원고들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 품질관리를 도급받은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으면서, 이와 별도로 부품을 포장하는 업무를 도급받은 별도 업체(이하 '포장업체')의 공장에 상주하면서 품질관리 업무를 실제로 수행했다. 즉, 원고들은 소속된 업체로부터 상주하는 업체로 파견됐고, 외관상으로는 현대모비스가 직접 지배·관리하는 사업장에서 근로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나. 심급별 쟁점별 요지 

1) 상당한 지휘·명령 

제1심 및 제2심 판결은 원고들이 현대모비스 품질팀이 마련한 업무표준을 준수하고, 카카오톡 그룹채팅에서 품질팀 직원들과 수시로 품질검사 진행상황 및 하자 내역(사진)을 보고받고 지시사항을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전달한 사실, 검사기준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일의 완성보다는 '일의 방법 내지 과정'과 관련된 지시에 해당하고, 수급인 즉 협력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구체적 지휘·명령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대법원 또한 현대모비스의 업무표준 및 중점검사기준서 및 품질팀 직원들의 수시·직접적·개별적 업무지시 및 보고 사실에 기해 원고들의 품질관리업무 전반에 관한 직·간접적인 지휘·명령을 인정했다.

2) 피고 사업에의 편입 

제1심 및 제2심 판결은 원고들이 현대모비스의 사업장 외 장소에서 근무하더라도 업무수행 방식이 유기적으로 관련돼 실질적인 공동작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근로자 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제1심 판결은 원고들과 현대모비스 품질팀 직원들을 실제 업무수행자와 지휘·감독자간 관계와 유사하다고 봤고, 제2심 판결은 협력사들이 생산한 부품의 품질을 관리할 강력한 목적에 따라 현대모비스가 품질관리업무 전반을 주도하고 협력사가 아닌 포장업체에 부품을 입고시켜 별도 품질검사를 한 것이므로, '이러한 품질검사는 피고의 전체 사업구조에 연동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라는 점을 들어 사업 편입을 인정했다.

대법원 또한 원고들이 현대모비스 품질팀 근로자들과 '서로 긴밀하게 업무연락 및 지시·보고를 하는 관계'인 점과 수시로 현장 방문 및 회의를 한 점을 들어 사업 편입을 인정했다.

3) 협력업체의 독자적 권한 행사 여부 

제1심 및 제2심 판결은 현대모비스가 근로자 배치·교육·신상관리·근태관리를 직접 실시했고, 원고들에 대한 근무 평가·교육·배치 권한을 행사했음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동일하게 인정했다. 

4) 계약 목적의 한정성·전문성·기술성·구별 여부 

제1심 및 제2심 판결은 원고들이 품질관리 외에도 품질팀 직원들로부터 지시받은 부수업무, 특히 부품협력사와의 업무연락 등 업무를 수행하고 협력업체들이 현대모비스에게만 품질관리업무를 도급받고 이에 관한 전문성·기술성을 갖추지 않은 점, 도급계약상 품질관리업무 내용 및 범위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점 등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5) 협력업체의 독립성 

제1심 및 제2심은 원고들 소속 협력업체가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별도의 물적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포장업체로부터 검사장소 및 사무실 공간과 PC·사무용품 등을 제공받으면서 임차 등 계약관계가 부존재하는 점 등을 들어 모비스의 개입을 추정했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4. 판결의 의의

가.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피고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이고 중요한지 여부 

현대모비스 제2심 판결은 품질관리업무가 현대모비스의 해외 수출 사업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업무이므로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원고들의 보고에 기반해 문제점을 즉각 파악·개선하는 조치를 취했음에 주목했다. 위와 같은 경영상 필요성으로 인해 원고들과 현대모비스 품질팀 관리자들 간 긴밀한 연락과 지속적 업무상 지시·보고가 불가피했음을 인정했다. 이는 비록 원고들이 현대모비스의 사업장 내에서 물리적인 공간·공정상의 혼재 근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피고 사업에의 편입을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비록 대법원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현대자동차 예방보전업무 연구원들의 시험·검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장비의 성능 유지 및 고장 예방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남양연구소의 주요 목적인 신차 연구·개발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업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위 사건 제1심 판결은 위와 같은 점에 주목해, 원고들이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면 피고가 이를 수리하거나 외주 수리를 의뢰하는 유기적인 업무연락 등 협력관계를 확인했다.

결국 이번 각 대상판결은 '간접공정'이라 하더라도 해당 업무가 사용사업주의 사업에 관해 어느 정도의 경영상 필요성을 갖는지에 따라 업무연락의 구속력이 강화되고 업무진행의 유기적 연계성 내지 상호작용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근로자 파견관계의 성립에 기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나. '상당한 지휘·명령'의 판단에 관한 기준 

종래 근로자파견의 판단 지표로서 '상당한 지휘·명령'은 그 '구속력'에 주목해, 주로 업무 내용·방식·기준을 담은 작업표준서 또는 업무매뉴얼 등을 다퉜는데, 이러한 형식성이 없는 원청 근로자와의 개별적인 업무연락의 경우 단지 도급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정보전달 내지 협력적인 의사표시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상판결 중 현대모비스 제2심 판결은 원고들과 관련 부서 정규직 근로자 간 업무연락의 빈도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지시-이행-보고'의 효력을 가진 점 및 협력업체를 거치지 않은 점에 주목해 그 구속력을 인정했다. 특히 정규직 근로자들의 지시가 '재량의 여지없이 그대로 따라야 하는 성질의 것'이므로 일의 방법 내지 과정에 관한 지시에 해당하고, 일의 완성에 필요한 도급지시권의 행사로 보기 어려움을 구분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제2심 판결은 원고들이 긴급 점검 등 도급 외 업무를 수행한 것이 개별적 부탁에 기한 것이거나, 정규직 근로자들과 공동 또는 대체 작업한 것은 일시적 도움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 따른 지원 정도라고 봤는데, 이러한 사실인정은 예방보전업무의 경영상 필요성을 도외시하는 한편 실제 업무연락의 양상이 원고들의 이행 및 보고를 요구하는 점을 간과해 부당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상당한 지휘·명령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인정된 의의가 있다.

5. 결어 

대상판결 중 현대자동차 판결은 직접생산공정 및 이에 직접적·유기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부품 투입·서열·지게차·탁송 등)가 아닌 연구·개발용 장비의 예방보전 업무에 관해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한 의의가 있다. 한편, 현대모비스 판결은 근로자파견의 핵심 지표인 '제3자 사업의 편입'에 반드시 물리적 혼재 근무를 요하지 않으면서 상당한 지휘·명령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한 의의가 있다. 결국 간접공정이라 하더라도 사업 내 경영상 갖는 중요성에 따라 원청사의 관리·감독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근로자파견의 판단 지표가 강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선례로서 의의가 있다. 이번 화성 리튬전지공장 화재 참사의 불법파견 의혹에서 보듯이 간접공정을 불법파견의 사각지대로만 볼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