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완성차 위탁생산업체 동희오토에서 도장ㆍ의장 업무를 한 근로자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근로자 측은 회사가 작업표준서를 통해 지휘ㆍ명령을 했다는 주장을 이어갔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문봉길)는 동희오토에서 도장ㆍ의장 업무를 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A 씨 등 15명이 동희오토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주며 근로자 측 항소를 기각했다.
 
동희오토는 기아에서 출시한 레이, 모닝을 위탁생산하는 회사다.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동희오토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도장ㆍ의장 업무를 담당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앞서 1심은 A 씨 등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A 씨 등은 회사가 작업표준서를 통해 업무 수행 방식을 결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작업표준서는 업무도급에 대한 품질요건 등을 사전에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작업방식까지 세부적으로 결정해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한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은 "도급인은 완성물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작업계획서나 작업지시서 등의 업무 관련 매뉴얼을 제공할 수 있다"며 "작업 내용이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포함돼 있는지, 단순히 '일의 결과'에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근로자 측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하는 자동차 생산공정 특성상 동희오토 관리자의 지휘ㆍ명령이 작업표준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작업표준서가 A 씨 등에게 사실상 구속력으로 작용했다고 보더라도 이는 회사가 컨베이어벨트 공정에서 도급 업무를 완성하기 위해 A 씨 등에게 한 불가피한 지시에 불과하다"며 "A 씨 등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면 컨베이어벨트 공정에서의 도급계약은 그 구체적인 내용과 상관없이 모두 부정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했다.
 
이번 분쟁은 근로자 측이 상고하면서 대법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내주 근로자 측에서 상고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