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소속 게임개발사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Bethesda Game Studios)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직종을 가리지 않고 가입이 가능한 월투월 유니온(Wall to Wall Union) 가입 방식을 활용해 노조 결성 당시 240여 명이 가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별도 투표 절차 없이 노조를 인정하고 성실히 교섭하겠다는 입장이다.
 
24일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노조는 미국 통신 노동자협회(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소속이다.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유하고 있는 게임 개발사다. 모회사인 제니맥스(Zenimax)가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면서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도 마이크로소프트 소속이 됐다.
 
지난해 제니맥스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처음으로 노조 깃발이 올랐다. 이후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어진 것이다.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노조는 월투월 유니온이다. 아티스트,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 고용형태와 관계 없이 베데스타 게임 스큐디오 사업장 내 근로자라면 모든 직종이 가입 가능하다. 가입 의사를 표한 근로자는 240여 명으로 알려졌다.
 
MS, 자회사 베데스다 노조 '인정'...교섭 나서나
 
주목할 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노조를 인정하고 협상의 뜻을 밝힌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회사는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선택할 권리를 지지한다"며 "노조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용자가 노조를 인정하는 것은 곧 이들과 단체교섭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에게 다수결 지위를 입증하고 사용자가 이의제기 없이 교섭에 응하면 이를 승인이라고 본다. 노조를 승인한 사용자는 향후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사용자가 노조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근로자들은 투표를 통해 교섭대표를 인준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여러 사용자를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공동사용자법리를 채택하고 있다. 즉, 베데스다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도 사용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회사 노조와 교섭, 우리나라는?...노란봉투법ㆍ전원합의체 주목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사업주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 한 단체교섭에 나설 의무가 없다. 특히 자발적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대해 원청이 교섭에 나설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와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교섭 요구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논의하고 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같은 쟁점을 안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근로자 개념을 확장해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교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25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예고했다. 24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으면 다음날 25일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반면 정부여당과 경제계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와 같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미국은 공동자용자 법리로, 유럽연합은 원청 대기업에 사용자로서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등 기업의 책임을 확장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원하청 간 자유로운 교섭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